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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대전의 싸고 맛있는 국밥집들

산야초 2016. 11. 5. 23:22

전주·대전의 싸고 맛있는 국밥집들

    입력 : 2016.10.26 08:50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
    전주 신시가지 <족보설렁탕>
    대전 중리동 <오문창순대국밥>

    설렁탕에 어리굴젓까지 제공, 가성비 만점의 전주 설렁탕집

    지난주 직원, 지인과 함께 호남과 충정지역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강연을 마치고 전주로 이동했다. 전주에서 60년 가까운 업력의 우족탕집에서 저녁을 먹고 전주의 외식기업 대표를 만났다. 이 외식기업 대표는 동갑내기로 외식사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이 양반 덕분에 두 곳의 아주 괜찮은 국밥집을 발굴했다.

    우리는 1차로 소주를 마셨는데 좀 아쉬워서 2차처럼 방문한 곳이 전주 신시가지의 설렁탕집이었다. 원래 설렁탕을 좋아하지만 우족탕에 1차로 소주와 갈비를 먹은 상황이라 단지 어떤 식당인지 궁금했다. 외식기업 대표가 “이 설렁탕집이 전주에서는 한 가락 한다”고 했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저녁 9시가 넘어서자 이 설렁탕집도 문 닫을 시각이었다. 우리가 설렁탕과 수육 그리고 소주를 주문하자 “영업시간이 다 되어 소주는 안 된다”고 직원이 말했다. 결국 네 명이 설렁탕을 세 그릇을 주문했다.

    설렁탕은 서울음식이다. 고향이 서울인 필자는 지방에서 판매하는 설렁탕에 대해 은근히 한 수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다. 요즘 서울에서도 설렁탕 맛을 제대로 내는 노포식당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만 말이다. 유명 설렁탕집이 고기 원산지와 유통기한을 속여 팔다가 소비자에게 실망을 줬던 사례도 있었다.

    전주 설렁탕
    설렁탕을 주문하니 반찬이 쭉 깔린다. 설렁탕하면 김치와 깍두기만 떠오르는데 지방이라서 그런지 인심이 남다르게 후하다. 가격이 7000원으로 저렴한데도 원산지 표시를 보니 뼈는 한우를, 고기는 한우와 젓소를 함께 사용한다. 외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가격에 설렁탕을 판매하는 것이 쉽지 않다. 반찬은 김치와 깍두기, 동치미, 깻잎 장아찌, 그리고 놀라운 것은 어리굴젓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설렁탕 국물보다는 어리굴젓에 밥을 곁들여서 먹었다. 충남 광천에서 직송한다는 어리굴젓은 일단 짜지 않아서 좋다. 예전에 충청도 바닷가에서 가끔 어리굴젓을 구매하면 염도가 높아 반도 못 먹고 폐기하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이 식당 어리굴젓은 염도가 적당하다. 동행한 후배는 어리굴젓에 밥을 한 공기 다 비웠다. 인심이 좋은 이 식당은 어리굴젓을 큰 그릇째 제공한다.

    전주 설렁탕
    주인공인 설렁탕도 국물이 진하고 고소하다. 소금도 볶은 소금이다. 더욱이 설렁탕에 들어가는 고기의 고명 상태도 좋다. 우리끼리 방문했던 우족탕집도 괜찮았지만 이 설렁탕집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국물을 유독 좋아하는 덩치 큰 30대 직원은 설렁탕 국물을 남김없이 비웠다. 국물 자체도 고소하고 수준급이다.

    설렁탕을 다 먹고 나면 포도와 쿠키까지 후식으로 먹을 수 있다. 음료수로 시원한 매실차까지 준비했다. 아마 이 설렁탕집 주인장은 ‘퍼주는 콘셉트’를 제대로 구현하는 경영자 같다. 메뉴판을 보니 한우불고기가 130g에 불과 1만원이었다. 서민식당 발굴기 기사를 쓰다 보니 정말이지 저렴하고 좋은 식당이 레이더망에 잘 포착된다.


    5000원에 푸짐하고 맛있게 먹는 대전 순댓국밥집

    다음날 전주, 합천, 대전에서 업무를 마치고 전주 외식기업 대표가 추천해준 대전의 순댓국밥집에도 들렀다. 한창 저녁 시간이기도 하지만 손님으로 만석이어서 조금 기다려야 했다. 메뉴판을 보니 순댓국이 5000원 ‘특’이 5500원이었다. 이 식당도 양이 넉넉하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우리 일행은 보통을 주문하고 사이드 메뉴로 족발을 주문했다. 족발도 7000원으로 가격이 아주 저렴하다.

    순댓국밥
    장사가 아주 잘 되는 곳이지만 직원들의 표정이 밝고 서비스도 신속하다. 이 식당이 왜 대박인지 약간 짐작이 된다. 순댓국이 나왔다. 역시 양이 넉넉했다. 국물은 다소 맑은 타입으로 양념장이 올라갔다. 국밥은 토렴 방식이다. 밥 따로 먹는 것이 소화가 잘 되겠지만 토렴식으로 국밥을 제공하면 왠지 아날로그의 느낌이 난다. 국물이 적당히 구수하고 당기는 맛이 있다. 전주 외식기업 대표가 왜 이 식당을 소개해주었는지 딱 감이 왔다.

    특이한 것은 국밥 위에 파 양념을 올리는 데 이 파 양념이 국밥의 감칠맛을 돋우는데 한 몫 한다. 외식업계 고수들의 정설이 있다. 파를 잘 사용하는 식당이 대박을 낼 수 있다는. 국밥에는 순대 몇 점과 대부분 고명이 내장이다. 살코기가 없어서 약간은 아쉬웠지만 저렴한 가격이 그것을 상쇄한다. 더욱이 내장을 잘 삶아서 부드럽고 냄새도 없다. 다만 내장 중심이라 여자보다는 남자들이 더 선호할 것이다.

    족발
    사이드 메뉴로 판매하는 족발도 아주 만족스럽다. 원래 나는 족발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 족발은 내 입에 딱이다. 껍데기 중심의 족발은 쫄깃하고 씹히는 식감이 아주 매력적이다. 간도 적당해서 순댓국을 먹을 때 사이드 메뉴로 손색이 없다. 다른 테이블을 보니 두 테이블 당 한 테이블이 순댓국과 족발을 같이 주문하는 것 같다. 이 식당은 가볍게 소주를 마시기에 최적화된 국밥집이다. 나중에 계산을 하고 족발을 두 개 포장해서 집으로 가지고 왔는데 본인이 다 해치웠다.

    지금 같은 불경기에 전주의 설렁탕집이나 대전의 순댓국집은 서민들이 접하기 딱 좋은 식당들이다. 두 식당 모두 저렴하고 맛도 충분히 만족스러워 재방문 의사 100%다. 다음 번 지방 출장 때도 이런 좋은 식당을 또 발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자 역시 가성비를 매우 중시하는 서민형 손님이기 때문이다. 
    <족보설렁탕>  전북 전주시 완산구 홍상중앙로 37  063-227-4003
    <오문창순대국밥> 대전 대덕구 한밭대로 1153  042-621-4325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외식콘텐츠마케팅 연구소 (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