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식당 종사자들이 단골로 찾는 소고기국밥
입력 : 2016.10.28 08:00
[맛난 집 맛난 얘기] 육미당당
선릉은 조선 9대왕 성종이 잠든 곳이다. 어린 시절, 섣달 스무 나흗날이면 집안 어른들을 따라 선릉에 가곤 했다. 연중 가장 추울 무렵의 그날은 성종대왕의 기신제(제사) 날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산길을 한참 오르면 산을 개간한 밭이 나왔다. 밭에는 추수하고 내버려둔 마른 수숫대들이 을씨년스럽게 삭풍에 흔들렸다. 밭둑길로 더 걸어가야 비로소 홍살문과 정자각이 나오고 봉분이 보였다. 서로 인사들을 나누고, 춥고 지루한 제례절차가 끝나면 소고기와 무로 끓인 국밥을 종친들끼리 나눠먹었다. 언 몸에 들어가는 뜨끈한 국물만으로도 감사할 일인데 모처럼 먹어보는 소고기 국은 시골 소년에겐 정말 황홀한 맛이었다.
뼈 국물 아닌 맑은 소고기 국물
아주 오랜만에 선릉에서 소고기국밥을 먹었다. 이번엔 능의 제삿밥이 아니라 능역 밖의 사가에서였다. 아마 예전 같았으면 ‘능골’이나 ‘능말’쯤 되는 마을이름을 가졌을, 선릉역 뒷골목 <육미당당>이라는 고깃집에서다. 이 집은 남도풍 생갈비와 통삼겹 전문점인데 특이하게도 소고기국밥을 판다. 소고기와 함께 무, 대파, 콩나물이 실하게 들어간 국밥을 김치 등 네 가지 반찬과 함께 소반에 정갈한 한상차림으로 내온다. 밥값은 본래 7000원인데 12월까지는 6000원을 받는다.
국밥 맛의 핵심은 국물이다. 이 집은 사골이 아닌 양지 등 소고기로 고아낸 육수를 받아 국을 끓인다. 그래서 국물이 뿌옇지 않고 맑다. 마치 나주곰탕 국물을 떠올리게 한다. 끓이는 과정에서도 계속 기름을 걷어내 국물이 탁하지 않다.
소고기국밥은 역시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갓 지은 쌀밥을 말아 먹어야 제 맛이다. 적당히 아삭거리는 콩나물과 푸짐하게 씹히는 소고기 건더기, 뜨끈하고 감칠맛 나는 고기국물은 먹는 기쁨을 넉넉히 충족시켜준다. 단맛이 최고조에 오른 가을무와 대파에 입은 더욱 즐겁다. 역시 국밥은 한국인에게 든든한 한 끼 식사메뉴로 최고다. ‘이팝에 고깃국’을 선망해온 한국인 식습관 유전자는 21세기에도 여전한 것 같다.
뼈 국물 아닌 맑은 소고기 국물
아주 오랜만에 선릉에서 소고기국밥을 먹었다. 이번엔 능의 제삿밥이 아니라 능역 밖의 사가에서였다. 아마 예전 같았으면 ‘능골’이나 ‘능말’쯤 되는 마을이름을 가졌을, 선릉역 뒷골목 <육미당당>이라는 고깃집에서다. 이 집은 남도풍 생갈비와 통삼겹 전문점인데 특이하게도 소고기국밥을 판다. 소고기와 함께 무, 대파, 콩나물이 실하게 들어간 국밥을 김치 등 네 가지 반찬과 함께 소반에 정갈한 한상차림으로 내온다. 밥값은 본래 7000원인데 12월까지는 6000원을 받는다.
국밥 맛의 핵심은 국물이다. 이 집은 사골이 아닌 양지 등 소고기로 고아낸 육수를 받아 국을 끓인다. 그래서 국물이 뿌옇지 않고 맑다. 마치 나주곰탕 국물을 떠올리게 한다. 끓이는 과정에서도 계속 기름을 걷어내 국물이 탁하지 않다.
소고기국밥은 역시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갓 지은 쌀밥을 말아 먹어야 제 맛이다. 적당히 아삭거리는 콩나물과 푸짐하게 씹히는 소고기 건더기, 뜨끈하고 감칠맛 나는 고기국물은 먹는 기쁨을 넉넉히 충족시켜준다. 단맛이 최고조에 오른 가을무와 대파에 입은 더욱 즐겁다. 역시 국밥은 한국인에게 든든한 한 끼 식사메뉴로 최고다. ‘이팝에 고깃국’을 선망해온 한국인 식습관 유전자는 21세기에도 여전한 것 같다.

전라도 손맛으로 끓여낸 경상도식 ‘메타 푸드’
이 집 소고기국밥 스타일이 주인장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 소고기국밥과 비슷하다고 한다. 먹어보면 경상도식 국밥처럼 개운한 맛을 낸다. 약간 칼칼하되 육개장만큼 자극적인 매운 맛은 아니다. 그런데 주인장 부모님 고향은 전남 여수와 순천이다. 전라도 사람이 경상도 스타일로 만든 서울의 소고기국밥이다. 국밥 자체가 다소 개방적인 음식인데 이 집 국밥이 특히 그렇다. 누가 먹어도 어떤 용도로 먹어도 무난한 국밥이다.
소고기국밥이 식사 메뉴임에 틀림없지만 사람에 따라 소주 안주나 해장용으로도 적지 않게 먹는다. 살짝 당기는 감칠맛과 순하고 깔끔한 매운맛이 소주를 부른다. 그런가 하면 어떤 손님은 감기예방과 치료를 목적으로 국물을 벌컥거리기도 한다. 가을은 공원의 벤치뿐 아니라 고깃집 식탁에도 찾아오는 모양이다.
여기까지는 다른 집 국밥의 쓰임새와 비슷한데 이 집 소고기국밥은 한 가지가 더 있다. ‘메타 푸드’ 구실을 한다. 비교적 늦은 시각인 12시까지 영업을 하다 보니 인근 음식점 주인과 직원들이 문을 닫고 이 집에 와서 고기와 함께 소고기국밥들을 먹고 헤어진다. 하루 종일 남의 밥상을 차려주느라 비었을 속을 든든히 채우고 내일을 기약한다. 이 동네 고깃집과 음식점 종사자들에겐 소고기국밥이 그야말로 메타 푸드인 셈이다.
정과 화합의 국밥 문화 부활했으면...
식당이 2층이어서 전망이 좋다. 선릉 식당가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선릉 일대를 바라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본래 어디서부터 산이었고 어디쯤이 밭이었는지 도무지 어림잡을 수 없다. 이젠 손바닥만 한 능역만 남아 도심 한가운데 섬처럼 포위돼 있다. 산은 이어져야 하는데 지맥이 끊어진 것 같아 아쉽다.
이 집 소고기국밥 스타일이 주인장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 소고기국밥과 비슷하다고 한다. 먹어보면 경상도식 국밥처럼 개운한 맛을 낸다. 약간 칼칼하되 육개장만큼 자극적인 매운 맛은 아니다. 그런데 주인장 부모님 고향은 전남 여수와 순천이다. 전라도 사람이 경상도 스타일로 만든 서울의 소고기국밥이다. 국밥 자체가 다소 개방적인 음식인데 이 집 국밥이 특히 그렇다. 누가 먹어도 어떤 용도로 먹어도 무난한 국밥이다.
소고기국밥이 식사 메뉴임에 틀림없지만 사람에 따라 소주 안주나 해장용으로도 적지 않게 먹는다. 살짝 당기는 감칠맛과 순하고 깔끔한 매운맛이 소주를 부른다. 그런가 하면 어떤 손님은 감기예방과 치료를 목적으로 국물을 벌컥거리기도 한다. 가을은 공원의 벤치뿐 아니라 고깃집 식탁에도 찾아오는 모양이다.
여기까지는 다른 집 국밥의 쓰임새와 비슷한데 이 집 소고기국밥은 한 가지가 더 있다. ‘메타 푸드’ 구실을 한다. 비교적 늦은 시각인 12시까지 영업을 하다 보니 인근 음식점 주인과 직원들이 문을 닫고 이 집에 와서 고기와 함께 소고기국밥들을 먹고 헤어진다. 하루 종일 남의 밥상을 차려주느라 비었을 속을 든든히 채우고 내일을 기약한다. 이 동네 고깃집과 음식점 종사자들에겐 소고기국밥이 그야말로 메타 푸드인 셈이다.
정과 화합의 국밥 문화 부활했으면...
식당이 2층이어서 전망이 좋다. 선릉 식당가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선릉 일대를 바라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본래 어디서부터 산이었고 어디쯤이 밭이었는지 도무지 어림잡을 수 없다. 이젠 손바닥만 한 능역만 남아 도심 한가운데 섬처럼 포위돼 있다. 산은 이어져야 하는데 지맥이 끊어진 것 같아 아쉽다.

우리 민족은 경사스런 날 사람이 모이면 우선 솥을 걸고 국밥부터 끓였다. 국밥은 대동의 화합을 상징하는 전통음식이다. 한 조상을 모시는 후손들끼리, 한 동네 사는 이웃들끼리 정과 화합을 다지며 한 그릇씩 뜨끈하게 나눠먹던 음식이다. 여럿이 한 자리에서 국밥을 나눠먹는 순간에는 부귀도 빈천도 의미 없다.
요즘 식당가에 조금씩 소고기국밥이 늘어난다. 이런 추세가 대동화합의 우리 전통 국밥문화 부활과 계승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육미당당> 서울 강남구 선릉로86길 17 2층, 02-561-4900
글 이정훈(월간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사진 변귀섭(월간외식경영 기자)
요즘 식당가에 조금씩 소고기국밥이 늘어난다. 이런 추세가 대동화합의 우리 전통 국밥문화 부활과 계승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육미당당> 서울 강남구 선릉로86길 17 2층, 02-561-4900
글 이정훈(월간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사진 변귀섭(월간외식경영 기자)
'◐...맛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일제면소, 가을 맞아 ‘삼색삼미’ 신메뉴 출시 (0) | 2016.11.11 |
---|---|
뭉근히 열 깃든 설렁탕, 한 그릇 해치우면 온몸에 힘이… (0) | 2016.11.10 |
5500원짜리 칼국숫집, 미쉐린 맛집에 올랐다 (0) | 2016.11.08 |
제주도 꼭 가봐야할 맛집 (0) | 2016.11.08 |
강원(2) 맛과 영양이 듬뿍! 곤드레나물밥, 싸리골식당 (0) | 2016.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