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도 반한 한국의 프리미엄 분식
입력 : 2017.01.18 07:00
간단하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분식이 프리미엄의 옷을 입고 한류음식의 대표주자가 될 준비를 마쳤다. 2017년 B+프리미엄 열풍을 타고 분식에도 본격적인 프리미엄 바람이 불게 될 전망이기 때문. 벌써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의 여주인공 인어, 청이도 먹었다.

중국 내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전지현, 이민호가 출연한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두 남녀 주인공, 준재와 청의 첫 데이트 장소가 바로 분식 뷔페다. 먹는 것에 남다른 집착을 보이는 청이에게 서울의 맛집을 알려주겠다고 한 준재가 처음으로 데려간 곳이 바로 분식 뷔페였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송이가 먹었던 치맥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치킨 프랜차이즈가 중국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었고, 수많은 한류 팬들이 치맥을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인식한 것을 생각하면 남녀 주인공이 함께 분식을 먹는 이 장면은 2017년 한국 요식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분식은 요즘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계란말이 김밥으로 시작된 스쿨푸드는 한국에서 판매하는 맛 그대로의 레시피로 인도네시아, 홍콩, 태국 등에서 여러 분점을 내며 인기를 끄는 중이다. 특히 달고 짜고 매운 떡볶이를 맛본 현지인들이 ‘아이 러브 떡볶이’를 외칠 정도라고. 이러한 경향은 아시아를 넘어 미국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뉴욕에서는 라면, 떡볶이, 호떡 등의 한국 분식이 큰 인기다. 그것도 코리아타운이 아닌 지역에서 선전하고 있다. 대표 주자로는 올리브 TV <마스터셰프 코리아3>의 심사위원 후니킴의 ‘단지’와 미국 내에서도 경쟁이 치열하기로 소문난 첼시마켓에서 판매 중인 ‘먹바’가 있다. 오래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갈 수 없다고 알려진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단지’는 소주와 막걸리에 떡볶이, 전, 닭튀김 등과 같은 분식메뉴를 적은 양으로 나눠 판매해 뉴요커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첼시마켓의 ‘먹바’에서는 한국식 라면과 호떡, 떡볶이 등을 판매하는데 마켓 내에 줄지어 서서 먹을 정도라고 알려진다. 신기한 건 고추장도 고춧가루도 김치도 모두 한국식 그대로인데, 이전까지 한 번도 한국 음식을 맛본 적 없는 뉴요커들이 아주 맛있게 먹는다는 점이다. 분식 특유의 ‘단짠’(달고 짠맛)이 한국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볼수 있겠다.

이러한 분식의 세계화에 발맞춰 한국 내에서도 분식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식품외식산업전망 자료에 따르면 분식업계의 2017년 키워드는 ‘프리미엄’이다. 같은 맥락에서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 또한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7>을 통해 B+프리미엄이 소비트렌드의 큰 화두가 될 거라 전망했다. 비플러스(B+)프리미엄이란 평범한 대중제품의 가치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추가해 B+등급으로 끌어올리는 전략을 뜻하는 말로, 요식업계에서는 분식의 프리미엄화가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불경기로 지갑이 넉넉지 않은 탓에 음식을 먹을 때마저 우리는 가성비를 생각하게 된다. 음식이 풍족하지 않던 시대의 ‘잘 먹은 한 끼’가 저렴한 비용에 마음껏 음식을 먹는 한 끼였다면, 음식이 풍족한 요즘엔 식사 자체가 주는 즐거움, 요리의 맛과 질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저 한 끼를 대충 때우기 위해 식사를 하는 이들이 줄어들면서 그 누구도 싼 가격이 가성비 좋은 음식이라 생각하지 않게 됐다. 가격 대비 성분이 좋은 곳, 즉 가격에 비해 좋은 음식을 만드는 곳을 가성비가 좋은 곳이라 생각해 소비자들이 많이 찾게 된 것이다. 때문에 분식업계에도 프리미엄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간편식의 대명사로 불리던 분식은 소비자들의 이러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특히 주 소비층인 젊은 소비자들과 혼밥족들의 가치관 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이제 1020 세대 젊은 소비자들은 분식이 아닌 요리를 원하고 그에 알맞은 공간에서 갖춰진 식사를 즐기고 싶어 한다. 분식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먹거리가 아니라 분위기 좋은 곳에서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요리로 원하는 것이다.
‘혼밥’이 하나의 트렌드이자 문화로 자리를 잡아가는 지금, 혼자 식사를 하는 사람들 또한 분식집에서 후다닥 때우는 식의 식사를 하기보다 간편하지만 영양적으로 훌륭한 음식을 먹길 바란다. 이런 소비자들의 가치 변화를 바탕으로, 분식은 신선하면서도 건강한 재료를 사용한 다양하고 퀄리티 좋은 메뉴를 통해 건강을 염려하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끄는 웰빙과 힐링 콘셉트가 있는 ‘프리미엄 분식’으로 새롭게 변화할 예정이다. 이미 2015년과 2016년 분식집의 프리미엄화가 한 차례 일어난 바 있다. ‘바르다 김선생’을 필두로 한 줄에 4천~5천원을 넘는 프리미엄 김밥전문점 브랜드가 대거 등장해 김밥시장의 프리미엄화를 이끌었던 것. 떡볶이나 김밥에 곁들여 먹던 어묵 역시 다채로운 메뉴와 깔끔한 인테리어로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분식의 한 메뉴로 프리미엄 대열에 합류했다. 2017년에 는 이 프리미엄 바람이 떡볶이로도 이동할 전망이다. ‘떡볶이도 요리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자연건조 떡, 사골 함유 소스, 국내산 닭 등 프리미엄 재료를 사용한 퀄리티 높은 메뉴 구성으로 김밥에 불었던 프리미엄을 그대로 이어갈 전망이다. 한편에서는 분식의 맛과 간편함은 유지하면서 빠른 조리시간으로 인해 부족했던 음식의 영양을 조금 더 보충할 수 있도록 다른 음식과의 퓨전을 통해 영양의 균형까지 맞추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이제 분식은 길 따라 줄지어 늘어선 천막부터 주머니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프랜차이즈, 더 나아가 프리미엄 식당으로까지 메뉴와 위치가 다양화될 예정이다. 하굣길 친구들과 간단히 먹는 간식에서 가족이 함께 외식하러 갈 수 있는 외식 장소에 이르기까지, 이제 분식은 한국인이 매일 먹고 즐길 수 있는 한국의 대표 식문화로서 자리매김할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 음식이 풍족하지 않던 시대의 ‘잘 먹은 한 끼’가 저렴한 비용에 마음껏 음식을 먹는 한 끼였다면, 음식이 풍족한 요즘엔 식사 자체가 주는 즐거움, 요리의 맛과 질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저 한 끼를 대충 때우기 위해 식사를 하는 이들이 줄어들면서 그 누구도 싼 가격이 가성비 좋은 음식이라 생각하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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