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김씨에서 파생한 도강(강진) 김씨, 시조 김희조의 23세손. 기자의 족보다. 21대에 이르는 조상의 묘가 모두 강진·해남 일대에 분포돼 있으니 '뼛속까지 전라도' 문중이다. 굳이 족보를 꺼낸 이유는 '전라도는 차례상에 홍어를 올린다'는 설 때문이다. 낭설이다.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시제를 쫓아다니며 여기저기 기웃거린 경험으로 단언컨대 '제사상에 올라온 홍어'를 본 적이 없다. 참고로 기자의 고향 마을엔 아직도 해남향교에서 직접 내려와 시제를 모시는 문중 사당이 있다.
"제에 올리는 음식은 깨끗한 반찬이어야 한다. 냄새 나는 홍어는 올리지 않는다. 같은 이유로 갈치도 상에 올리지 않는다. 병어·조기 등 임금께 진상했다는 생선을 주로 놓고, 이왕이면 정성스레 굽거나 찜을 해 올린다." 기자의 아버지 김창률(78)씨의 말씀이다.
▶ 전라도는 병어

해남향교에서 시제를 모시는 기자의 11대조 김진용·김진익은 1624년 ‘이괄의 난’을 평정한 공을 인정받았다. 전장을 누빈 무장 출신 조상을 기리는 시제 음식은 모두 날 것을 놓는다고 한다. "전장을 누빈 장수들이 익힌 음식을 드셨겠느냐"는 뜻에서다. 이 경우에도 홍어(삭힌 홍어)는 올리지 않는다. 홍어의 본고장 흑산도는 어떨까. 할아버지 때부터 홍어잡이를 하고 있는 이상수(54) 선장은 "제사나 차례상에 홍어를 올리는 일은 없다"며 다만 "배에서 풍어제를 올릴 때는 홍어를 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대개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했다.
전라도에서 제사나 차례상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생선은 병어다. 입과 내장이 작고 살집이 통통한 병어는 생김 때문에 '덕이 있는 생선'으로 불렸다. 큼지막한 크기의 병어를 노릇노릇 구우면 보기도 좋고 맛도 그만이다. 지역에 따라 꼬막무침, 낙지호롱구이(볏짚에 말아 구운 낙지요리) 등 해산물이 올라오기도 한다.
▶ 경상도는 문어
안동 간고등어를 보면 경상도의 제사상 문화를 알 수 있다. 경북 동해서 잡힌 고등어는 산을 넘어 내륙으로 넘어갔다. 봇짐으로 지고 날랐을 고등어는 간을 세게 하지 않고는 그 많은 날 동안 분명 상했을 것이다. 경상도 차례상의 터줏대감 돔배기도 그렇다. 돔배기는 적당한 크기로 토막을 친 상어를 뜻한다. 돔배기도 간고등어처럼 적당하게 간이 배어 있다. 또 육질이 단단해 산적으로 만들기 용이하다. 맛은 말할 것도 없다. 적당히 간이 밴 돔배기는 서울 사람들이 좋아하는 슴슴한 맛과 함께 입 안에서 씹히는 풍미가 좋다. 또 콜라겐과 펩타이드 성분이 많아 성인병 예방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북에서 인기 있는 차례 음식으로 문어를 빼놓을 수 없다. 경북 영덕에선 문어를 통으로 삶아 대게와 함께 상에 올리기도 한다. 문어는 차례상과 함께 집안 대소사에도 필수로 등장한다. 경북 안동을 비롯해 포항·영덕 등으로 장가를 든 사위들은 처가에 갈 때마다 문어를 대적해야만 한다.
안동에서는 ‘안동 식해’도 빠지지 않는다. 찹쌀 고두밥에 고운 고춧가루를 넣고 엿기름물을 부어 발효시켜 만든다. 식해의 단맛과 고춧가루의 매운 향이 조화를 이뤄 독특한 맛을 낸다. 과식했을 때 먹으면 특효다.
▶ 제주도는 과일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