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가느다란 쌀국수에 시큼달달한 소스 '태국 본토 맛'
입력 : 2017.04.15 03:02
[정동현의 허름해서 오히려] 경기 김포 '까이마트'
태국 음식에는 길들여지지 않은 힘이 있다. 만드는 법을 보면 그 힘의 원천을 알 수 있다. 열대에서 인정사정없는 햇빛을 받고 자란 고추며 라임 같은 향신료를 뜯고 짓이겨 향을 뽑아낸다. 그리고 웍에 1000도 가까운 가스불로 볶아낸다. 짜내고 볶는 이 두 방법론이 공존하는 태국 음식은 어찌 보면 이종교배에 가깝다. 중국과 인도 사이, 고대부터 해상 무역의 중심지였던 특성 때문일까? 여기에 삼모작이 가능하다는 축복받은 자연환경은 태국 음식의 숨은 배경이다.
이제 한국에도 제대로 된 태국 음식점이 여럿 생겼다. 맛만 따지자면 본토와 다를 게 거의 없다. 그러나 작고 눈에 띄지 않는 가게를 선호하는 취향 때문에 후배와 나는 김포 변두리까지 차를 몰았다. 나 대신 아반떼 운전대를 잡은 후배는 "길이 왜 이렇게 험하죠?" 하고 웃으며 불평을 했다. 보수 공사를 하지 않아 움푹 팬 길을 돌고 돌아 몇십 분을 달려 '까이마트' 앞에 섰을 때는 이른 점심 무렵이었다.
주변은 황량했다. 중장비 판매점과 페인트 대리점이 큰 주차장을 끼고 있었다. 이 층 건물 상단에 '까이마트'라고 쓴 큰 간판이 붙어 있었다. 마트라는 이름답게 한편은 태국 식자재를 파는 곳이고 한편은 주방이 딸린 음식점이다. 불 꺼진 식당 문을 두드리니 머리를 곱게 뒤로 넘긴 젊은 여자가 짧은 한국말로 인사를 하며 나왔다. 테이블 몇 개를 들여놓은 실내는 작지만 깨끗했고 작은 창 너머로 보이는 주방도 가지런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조금 안심이 됐다.
이왕 멀리까지 왔으니 후회 없이 먹어보자며 전투적으로 메뉴판을 뒤적였다. 시작은 태국 김치 격인 '솜땀'(8000원)이었다. 주방에 들어간 아낙이 콩콩 절구 찧는 소리가 테이블까지 울렸다. 파파야를 얇게 체 쳐서 나무 절구에 넣고 방울토마토, 기다란 뱀콩, 매콤한 고춧물, 느억맘이라고 부르는 액젓 등을 더해 찧어서 만든 음식이다. 곱게 담긴 모양새에 다시 안심한 뒤 젓가락으로 들어 입에 넣었을 때 후배는 "태국보다 맛있는데요?"라고 했다.
태국식 볶음이란 뜻의 '팟타이'(8000원·사진)도 본토 맛 그대로였다. 가느다란 쌀국수에 시큼하고 달달한 타마린드 소스가 어우러져 배부른 줄 모르고 한 접시를 비웠다. 마찬가지로 태국을 대표하며 세계 3대 수프라고 하는 '�양꿍'(1만원)도 시켰다. 코코넛밀크를 섞어 온순하게 매운맛을 지닌 이 수프는 내용물이 단출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마음에 와닿았다. 다진 돼지고기를 타이바질, 느억맘과 함께 볶고 튀기듯 굽고 계란 프라이를 얹어 낸 '카우까파우무'(7000원)는 짜고 달았지만 신기하게도 자극적이지 않고 편한 느낌이 들었다. 곁들여 나온 밥은 태국식이 아닌 한국식 찰밥이었는데 웬만한 한식당보다 지음새가 나았다.
이제 한국에도 제대로 된 태국 음식점이 여럿 생겼다. 맛만 따지자면 본토와 다를 게 거의 없다. 그러나 작고 눈에 띄지 않는 가게를 선호하는 취향 때문에 후배와 나는 김포 변두리까지 차를 몰았다. 나 대신 아반떼 운전대를 잡은 후배는 "길이 왜 이렇게 험하죠?" 하고 웃으며 불평을 했다. 보수 공사를 하지 않아 움푹 팬 길을 돌고 돌아 몇십 분을 달려 '까이마트' 앞에 섰을 때는 이른 점심 무렵이었다.
주변은 황량했다. 중장비 판매점과 페인트 대리점이 큰 주차장을 끼고 있었다. 이 층 건물 상단에 '까이마트'라고 쓴 큰 간판이 붙어 있었다. 마트라는 이름답게 한편은 태국 식자재를 파는 곳이고 한편은 주방이 딸린 음식점이다. 불 꺼진 식당 문을 두드리니 머리를 곱게 뒤로 넘긴 젊은 여자가 짧은 한국말로 인사를 하며 나왔다. 테이블 몇 개를 들여놓은 실내는 작지만 깨끗했고 작은 창 너머로 보이는 주방도 가지런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조금 안심이 됐다.
이왕 멀리까지 왔으니 후회 없이 먹어보자며 전투적으로 메뉴판을 뒤적였다. 시작은 태국 김치 격인 '솜땀'(8000원)이었다. 주방에 들어간 아낙이 콩콩 절구 찧는 소리가 테이블까지 울렸다. 파파야를 얇게 체 쳐서 나무 절구에 넣고 방울토마토, 기다란 뱀콩, 매콤한 고춧물, 느억맘이라고 부르는 액젓 등을 더해 찧어서 만든 음식이다. 곱게 담긴 모양새에 다시 안심한 뒤 젓가락으로 들어 입에 넣었을 때 후배는 "태국보다 맛있는데요?"라고 했다.
태국식 볶음이란 뜻의 '팟타이'(8000원·사진)도 본토 맛 그대로였다. 가느다란 쌀국수에 시큼하고 달달한 타마린드 소스가 어우러져 배부른 줄 모르고 한 접시를 비웠다. 마찬가지로 태국을 대표하며 세계 3대 수프라고 하는 '�양꿍'(1만원)도 시켰다. 코코넛밀크를 섞어 온순하게 매운맛을 지닌 이 수프는 내용물이 단출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마음에 와닿았다. 다진 돼지고기를 타이바질, 느억맘과 함께 볶고 튀기듯 굽고 계란 프라이를 얹어 낸 '카우까파우무'(7000원)는 짜고 달았지만 신기하게도 자극적이지 않고 편한 느낌이 들었다. 곁들여 나온 밥은 태국식이 아닌 한국식 찰밥이었는데 웬만한 한식당보다 지음새가 나았다.
벽 너머 주방에서 아낙은 혼 자 서서 코스 요리를 내놓듯 하나하나 순서를 정해 조리했다. 서두르지 않고 요리에 정확히 시간을 들이는 모습에 더 믿음이 갔다. 계산을 하며 흘깃 본 주방은 한 시간여 조리를 마쳤지만 여전히 단정하고 깨끗했다. 그리고 들려온 한마디, "캅쿤카." 나는 태국말을 몰랐지만 그 말이 '감사합니다'임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웃음에는 통역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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