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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 상륙한 日가가와현의 사누키우동

산야초 2017. 5. 24. 23:22

서울 강남에 상륙한 日가가와현의 사누키우동

    입력 : 2017.05.24 08:00

    [서민식당 발굴기]
    서울 선릉 <잇쇼우>

    도제식으로 꼼꼼하게 배운 사누키우동

    며칠 전, 출근했더니 책상 위에 꽃바구니 하나가 놓여있었다. 뭔가 싶어 봤더니 리본에 ‘가르침에 감사하다’는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보낸 사람은 몇 해 전 필자의 상담을 통해 개선된 업소의 대표다. 해마다 스승의 날이면 감사의 꽃바구니를 보내와 나를 민망하게 만든다. 한 편으로는 쑥스럽지만 한 편으로는 기쁜 것도 사실이다.   

    사전적 의미로나 교육학적으로나 필자는 스승이 아니다. 피교육자에게 지적 정의적 육체적 발달을 목표로 한 적도 없고, 지덕체를 함양시킨 적도 없다. 다만 점포 진단을 통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식당의 경영활동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왔을 뿐이다. 그럼에도 과분하게 ‘스승’으로 대접해주는 분들이 있다. 어느 유명 사누키 우동 전문점 주인장도 그런 분이다. 

    얼마 전 그 주인장으로부터 자신의 수제자가 서울에서 독립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만 2년 넘는 기간 아주 혹독하게 가르쳤다고 한다. 음식조리처럼 기능전수 교육은 이처럼 도제식으로 가르치는 것이 교육효과가 높은 것 같다. ‘스승’의 사누키우동 수준을 익히 아는 터라 큰 기대를 안고 서울 선릉에 있는 ‘제자’의 사누키우동 집으로 향했다.

    사누키우동에 대해 잘 모르는 젊은 직원과 함께 방문했다. 새로 창업한 업소답게 모든 것이 깨끗하고 청결했다. 내부도 우동 집답지 않게 넓고 시원했다. 메뉴판을 보니 냉 우동과 온 우동으로 구분했다.

    코시가 살아 있는 붓가케우동

    우리는 냉 우동인 붓가케정식(1만2000원)과 온 우동인 잇쇼우정식(1만2000원)을 주문했다. 붓가케정식은 붓가케우동에 새우/단호박 튀김과 소기기 덮밥, 그리고 샐러드로 구성했고, 잇쇼우정식 역시 가케우동인 잇쇼우 우동(7000원)에 붓가케정식과 똑같은 붙임 메뉴들이 나온다.

    역시 사누키우동의 대표는 붓가케우동(7000원)이다. 메뉴판에는 냉 우동 메뉴 소속으로 되어있다. ‘냉’자를 넣었지만 우동에 얼음이 들어가거나 냉면처럼 차가운 면은 아니다. 뜨거운 국물에 말아먹는 온 우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뜨겁지 않다는 뜻일 뿐이다.


    붓가케우동은 역시 면발로 먹는다. 탱글탱글한 면발! 매끄러운 면발! 그 맛으로 먹는다. 오직 정제염과 물로만 반죽해 발로 밟아서 이긴 뒤 이틀 정도 숙성시켜 제면한다. 탄력 만점의 면발은 이런 정성의 결과다. 이 집 역시 달인으로 뽑히는 등 여러 매체에서 높은 수준임을 인정받은 스승의 우동만큼이나 붓가케우동 면발의 코시가 살아있었다.

    이 집을 다녀온 뒤, 필자는 지난 주말에 가족들과 일본 가가와현으로 사누키우동 투어를 다녀왔다. 일본 가가와현에서 식구들 모두 그곳의 우동학교에 입교하여 사누키 우동을 체험했다. 각자 붓가케, 자루, 가케 우동을 집중적으로 체험했다. 각자 체험 메뉴는 달랐지만 우리 가족이 공통적으로 느낌 점이 있다. 우동의 면발은 역시 예술적이었다는 점, 그리고 일본의 쯔유는 우리 입맛에 짜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이 집 쯔유는 우리 입맛에 딱 맞았다.

    가다랑어포로 맛낸 뜨거운 국물 우동

    온우동은 뜨거운 국물에 말아먹는 우동이다. 메뉴명을 업소 상호인 잇쇼우 우동으로 붙였다. 멸치와 다시마, 그리고 게즈리부시(けずりぶし 얇게 깎은 가다랑어포)와 하나가츠오(花がつお)를 기본 베이스로 하여 국물을 냈다. 조미료는 넣지 않고 오직 소금과 간장만으로 간을 맞췄다. 면발은 역시 붓가케우동처럼 직접 제면한 같은 우동 면이다. 큼직한 어묵이 올라갔는데 생선 함량이 높고 꽤 고급스러운 맛이 난다.


    가가와현의 사누키우동 집들은 아주 다양한 재료로 국물을 낸다. 그 중에서 가다랑어포로 국물 내는 집도 많았다. 시코쿠와 혼슈 사이의 바다인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에서 잡은 새끼 가다랑어를 쓴다고 했다. 이 집 우동국물 맛 역시 가가와현에서 먹었던 게즈리부시를 사용하는 우동 국물 맛과 아주 비슷했다.

    정식에 붙어 나오는 메뉴들도 입맛을 돋운다. 맛있는 쌀밥에 우삼겹을 얹은 소고기덮밥, 새콤한 폰즈 소스가 상큼한 샐러드, 바삭한 새우와 단호박 튀김 모두 든든한 한 끼 식사에 일조한다.
    이 집 주인장 역시 얼마 전에 사누키우동을 체험하기 위해 일본 가가와현에 우동 순례를 다녀왔다. 가가와현은 그의 스승이 사누키우동 제면기술을 배웠던 본고장이기도 하다. 이 집 상호 잇쇼우는 ‘열심히’라는 뜻의 일본어(いっしょうけんめい 一生懸命)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머지않아 그의 스승을 능가하는 맛과 실력, 즉 청출어람을 기대해본다.
    지출(2인 기준) 붓가케 정식 1만2000원+잇쇼우 정식 1만2000원 = 2만4000원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외식콘텐츠마케팅 연구소 (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