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한남더힐·시그니엘 미분양 사태 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옛 단국대 자리에 들어선 한남더힐 아파트. 서울 송파구 잠실의 마천루 롯데월드타워 내 주거용 오피스텔인 시그니엘 레지던스(이하 시그니엘). 입지와 상품성에서 단연 국내 최고급 주거시설이다. 가격은 일반인은 꿈도 꾸기 어려운 금액이다.
한남더힐 50억 넘는 96가구 중
4일 현재 23가구만 소유권 이전
롯데월드타워 42~71층 시그니엘
평균 75억 223실 중 7실만 분양
50억 넘는 주택 살 수퍼리치 적어
한꺼번에 300가구 나와 ‘소화불량’
분양 관계자 “중국 자산가들 관심
시간 걸리겠지만 모두 팔릴 것”
초고가 제품은 경기를 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수요층이 경기에 신경 쓰지 않을 정도의 자금 여력이 많은 자산가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돈에 상관없이 마음에 들면 산다.
그런데 한남더힐과 시그니엘의 분양 속사정은 좀 다르다. 분양률이 저조하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4일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의 등기부등본을 조회한 결과 한남더힐(총 600가구)에서 초대형인 240~244㎡(이하 전용면적, 91~100평형) 96가구 가운데 23가구(24%)만 등기돼 있다. 등기는 계약금뿐 아니라 잔금까지 납부해 소유권이 넘어왔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남더힐과 시그니엘의 분양 속사정은 좀 다르다. 분양률이 저조하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4일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의 등기부등본을 조회한 결과 한남더힐(총 600가구)에서 초대형인 240~244㎡(이하 전용면적, 91~100평형) 96가구 가운데 23가구(24%)만 등기돼 있다. 등기는 계약금뿐 아니라 잔금까지 납부해 소유권이 넘어왔다는 뜻이다.
애초 임대주택으로 지어진 한남더힐은 2013년 분양전환(소유권 이전)을 추진했다. 분양전환 가격을 두고 분양업체와 세입자 간 논란을 겪은 뒤 지난해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주인을 찾아 나섰다. 240㎡ 이상의 가격이 3.3㎡당 6500만~8100만원이다. 가구당 55억~82억원이다. 가장 비싼 244㎡ 12가구 중 6가구가 75억~82억원에 팔렸다.
시그니엘은 223실 중 7실만 소유권이 넘어가 있다. 123층 롯데월드타워의 42~71층에 입주한 시그니엘은 133~829㎡(60~370평형)다. 법적으로 업무시설인 오피스텔이지만 주거용으로 지어져 사실상 주택이나 마찬가지다. 분양 홈페이지에 ‘최첨단 수직도시 롯데월드타워에서 누리는 고품격 주거 공간’으로 소개돼 있다.
분양가는 3.3㎡당 6700만~1억원으로 실당 42억~370억원이다. 90% 이상인 200여 실이 실당 50억원 이상이고 실당 평균금액은 75억원이다.
판매된 7실은 133~244㎡고 층수는 44~65층이다. 거래금액은 43억~89억원이다. 가장 비싼 89억원은 65층 전용 244㎡로 역대 아파트 최고가격인 한남더힐 전용 244㎡ 최고 분양가(82억원)를 능가하는 금액이다. 시그니엘은 올해 초 준공돼 지난 4월 본격적으로 소유권 이전이 시작됐다.
한남더힐과 시그니엘의 가격이 워낙 비싸 일반 주택에 비해 매각 속도가 느릴 수 있다 하더라도 너무 더디다.
요즘 아파트 분양시장 분위기는 불티나게 팔리는 수준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초기(분양 3~6개월) 분양률을 조사한 결과 전국 평균 88.2%였다.
이들 초고가 상품의 판매 속도가 느린 것은 ‘공급 과잉’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비슷한 시기에 일부 지역에 몰려 쏟아지는 바람에 ‘소화불량’에 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남더힐과 시그니엘에서 분양가가 50억원 이상인 물량은 300가구(실) 정도다. 본격적인 분양은 지난해 시작됐다.
시그니엘은 223실 중 7실만 소유권이 넘어가 있다. 123층 롯데월드타워의 42~71층에 입주한 시그니엘은 133~829㎡(60~370평형)다. 법적으로 업무시설인 오피스텔이지만 주거용으로 지어져 사실상 주택이나 마찬가지다. 분양 홈페이지에 ‘최첨단 수직도시 롯데월드타워에서 누리는 고품격 주거 공간’으로 소개돼 있다.
분양가는 3.3㎡당 6700만~1억원으로 실당 42억~370억원이다. 90% 이상인 200여 실이 실당 50억원 이상이고 실당 평균금액은 75억원이다.
판매된 7실은 133~244㎡고 층수는 44~65층이다. 거래금액은 43억~89억원이다. 가장 비싼 89억원은 65층 전용 244㎡로 역대 아파트 최고가격인 한남더힐 전용 244㎡ 최고 분양가(82억원)를 능가하는 금액이다. 시그니엘은 올해 초 준공돼 지난 4월 본격적으로 소유권 이전이 시작됐다.
한남더힐과 시그니엘의 가격이 워낙 비싸 일반 주택에 비해 매각 속도가 느릴 수 있다 하더라도 너무 더디다.
요즘 아파트 분양시장 분위기는 불티나게 팔리는 수준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초기(분양 3~6개월) 분양률을 조사한 결과 전국 평균 88.2%였다.
이들 초고가 상품의 판매 속도가 느린 것은 ‘공급 과잉’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비슷한 시기에 일부 지역에 몰려 쏟아지는 바람에 ‘소화불량’에 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남더힐과 시그니엘에서 분양가가 50억원 이상인 물량은 300가구(실) 정도다. 본격적인 분양은 지난해 시작됐다.
50억원 이상 상품에 대한 국내 주택시장의 소화능력은 이에 못 미친다.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분양가가 50억원이 넘는 물량은 서울에선 2008년 서울 뚝섬 한화갤러리아포레 전용 271㎡ 2가구(52억원) 이후 없다. 전국적으로도 지난해 분양된 해운대 엘시티더샵 전용 244㎡ 2가구(68억)를 포함해도 4가구에 불과하다.
기존 재고와 비교해도 적지 않은 물량이다.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시세가 45억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공시가격 30억원이 넘는 공동주택(아파트 외 연립·다세대 포함)은 전국적으로 590가구이고 서울이 587가구다. 이 중 한남더힐이 240㎡ 이상 96가구와 233~235㎡ 일부 144가구를 합친 240가구로 40%가량이나 차지한다.
그런데 50억원 이상의 주택을 흡수할 수요층인 수퍼리치(초고소득자)는 두텁지 않다. 업계는 자산이 1000억~1500억원 이상이어야 이런 주택을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1000억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수퍼리치 현황이 파악되지는 않지만 각종 데이터로 대략적인 규모를 추정해 볼 수 있다. 국민은행이 매년 발표하는 ‘한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초고자산가’로 분류하는 금융자산 200억원 이상이 2015년 기준으로 800명에 불과하다. 그 이후 늘어났다 하더라도 1000명 수준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종합소득세 과세표준 10억원 초과가 전국 6300여 명, 서울 3400여 명이다.
이들 기준으로 추정해 본 수퍼리치 규모는 수천 명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공급되는 주택이 300가구인 셈이니 수퍼리치의 10명 중 한 명이 새 집으로 옮겨야 한남더힐과 시그니엘이 모두 팔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이들은 초고가 주택의 잠재적인 수요일 뿐이다. 지역적으로 강남구 청담동 등을 선호하면 한남동이나 잠실로 쉽게 옮기지 않을 것이다.
단독주택의 대저택이나 몇 가구 되지 않는 소규모 고급 빌라를 원하는 수요도 있다. 수퍼리치는 사생활과 보안을 중시하기 때문에 대단지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은 “한남더힐과 시그니엘은 일부 지역과 특정 품목에 공급량이 넘치는 상품인 셈이다”고 말했다.
수퍼리치가 투자성을 회의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남더힐은 세입자와 업체 간 분양전환 가격을 두고 줄다리기를 할 때 정부가 나서 2014년 감정평가를 했다. 정부가 제시한 적정 가격은 3.3㎡당 5000만~6000만원이었다.
2년 뒤 지난해부터 분양업체가 제시한 분양전환 가격은 이보다 3.3㎡당 1500만~2200만원 비싼 금액이다. 2년 사이 30% 정도 급등한 금액이다. 더 이상 오를 여력이 많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한남더힐과 시그니엘이 계속 불꺼진 상태로 남아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더디더라도 하나하나 불이 켜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들을 대체할 만한 주거상품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그니엘은 가족 주거용보다 기업체 업무용으로 마케팅 방향을 틀었다. 기업체가 외국 손님이 머물게 하는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활용하게 하는 것이다. 숙박은 물론 각종 부대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시그니엘에선 최고급 호텔 수준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지상 555m의 조망을 즐길 수 있다. 같은 건물 안에서 수영 등 여가와 휴식을 즐기고 회의 등 업무도 볼 수 있다.
시그니엘 분양 관계자는 “국내뿐 아니라 중국에서 관심을 보이는 자산가가 적지 않다”며 “아직 소유권 이전 등기 전 단계의 계약이 잇따르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모두 팔릴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재고와 비교해도 적지 않은 물량이다.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시세가 45억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공시가격 30억원이 넘는 공동주택(아파트 외 연립·다세대 포함)은 전국적으로 590가구이고 서울이 587가구다. 이 중 한남더힐이 240㎡ 이상 96가구와 233~235㎡ 일부 144가구를 합친 240가구로 40%가량이나 차지한다.
그런데 50억원 이상의 주택을 흡수할 수요층인 수퍼리치(초고소득자)는 두텁지 않다. 업계는 자산이 1000억~1500억원 이상이어야 이런 주택을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1000억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수퍼리치 현황이 파악되지는 않지만 각종 데이터로 대략적인 규모를 추정해 볼 수 있다. 국민은행이 매년 발표하는 ‘한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초고자산가’로 분류하는 금융자산 200억원 이상이 2015년 기준으로 800명에 불과하다. 그 이후 늘어났다 하더라도 1000명 수준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종합소득세 과세표준 10억원 초과가 전국 6300여 명, 서울 3400여 명이다.
이들 기준으로 추정해 본 수퍼리치 규모는 수천 명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공급되는 주택이 300가구인 셈이니 수퍼리치의 10명 중 한 명이 새 집으로 옮겨야 한남더힐과 시그니엘이 모두 팔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이들은 초고가 주택의 잠재적인 수요일 뿐이다. 지역적으로 강남구 청담동 등을 선호하면 한남동이나 잠실로 쉽게 옮기지 않을 것이다.
단독주택의 대저택이나 몇 가구 되지 않는 소규모 고급 빌라를 원하는 수요도 있다. 수퍼리치는 사생활과 보안을 중시하기 때문에 대단지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은 “한남더힐과 시그니엘은 일부 지역과 특정 품목에 공급량이 넘치는 상품인 셈이다”고 말했다.
수퍼리치가 투자성을 회의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남더힐은 세입자와 업체 간 분양전환 가격을 두고 줄다리기를 할 때 정부가 나서 2014년 감정평가를 했다. 정부가 제시한 적정 가격은 3.3㎡당 5000만~6000만원이었다.
2년 뒤 지난해부터 분양업체가 제시한 분양전환 가격은 이보다 3.3㎡당 1500만~2200만원 비싼 금액이다. 2년 사이 30% 정도 급등한 금액이다. 더 이상 오를 여력이 많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한남더힐과 시그니엘이 계속 불꺼진 상태로 남아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더디더라도 하나하나 불이 켜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들을 대체할 만한 주거상품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그니엘은 가족 주거용보다 기업체 업무용으로 마케팅 방향을 틀었다. 기업체가 외국 손님이 머물게 하는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활용하게 하는 것이다. 숙박은 물론 각종 부대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시그니엘에선 최고급 호텔 수준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지상 555m의 조망을 즐길 수 있다. 같은 건물 안에서 수영 등 여가와 휴식을 즐기고 회의 등 업무도 볼 수 있다.
시그니엘 분양 관계자는 “국내뿐 아니라 중국에서 관심을 보이는 자산가가 적지 않다”며 “아직 소유권 이전 등기 전 단계의 계약이 잇따르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모두 팔릴 것”이라고 말했다.
[S BOX] 일반 분양 3.3㎡당 5000만원 초읽기 … 한남동 옛 외인아파트 유력
3.3㎡당 4750만원. 지난달 말 기록을 갈아치운 국내 아파트 3.3㎡당 평균 최고 분양가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개청약하는 아파트로서 말이다. 한남더힐과 시그니엘은 공개청약 단지가 아니다.
이 가격은 서울 성동구 뚝섬에 대림산업이 짓는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에서 나왔다. 지상 49층의 전용면적 91~273㎡ 280가구로 이뤄진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다. 지난 2일 1순위 청약 접수에서 평균 2.1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가구당 17억~62억5000만원의 고가주택인 점을 고려하면 좋은 성적이다.
2008년 분양된 인근 갤러리아포레의 3.3㎡당 4535만원을 9년 만에 깼다.
이제는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5000만원을 넘어설지 관심이다. 5000만원을 넘어설 첫 단지는 뚝섬도, 강남도 아닌 한남동에서 나올 것 같다. 현재 강남 최고가는 지난해 초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자이의 3.3㎡당 4290만원이다. 뚝섬 일대에는 당장 나올 단지가 없다.
한남동에선 올가을 대신금융그룹이 옛 외인 아파트 부지에 분양할 단지가 3.3㎡당 5000만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용 206~273㎡ 335가구다.
이 가격은 서울 성동구 뚝섬에 대림산업이 짓는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에서 나왔다. 지상 49층의 전용면적 91~273㎡ 280가구로 이뤄진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다. 지난 2일 1순위 청약 접수에서 평균 2.1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가구당 17억~62억5000만원의 고가주택인 점을 고려하면 좋은 성적이다.
2008년 분양된 인근 갤러리아포레의 3.3㎡당 4535만원을 9년 만에 깼다.
이제는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5000만원을 넘어설지 관심이다. 5000만원을 넘어설 첫 단지는 뚝섬도, 강남도 아닌 한남동에서 나올 것 같다. 현재 강남 최고가는 지난해 초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자이의 3.3㎡당 4290만원이다. 뚝섬 일대에는 당장 나올 단지가 없다.
한남동에선 올가을 대신금융그룹이 옛 외인 아파트 부지에 분양할 단지가 3.3㎡당 5000만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용 206~273㎡ 335가구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