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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딜레마, 핵 보유한 北이 베트남 다낭처럼 미7함대에 원산 개방한다면...

산야초 2017. 9. 11. 10:37

중국의 딜레마, 핵 보유한 北이 베트남 다낭처럼 미7함대에 원산 개방한다면...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둘러싸고 유엔 외교가에 난기류가 일고 있다. 미국은 대북 원유수출 중단 등을 골자로 하는 초강력 제재 결의 초안을 놓고 11일 표결을 밀어부치고 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이 제재안 초안에 대해 중국·러시아와 이견 조율 없이 표결 드라이브를 건 것은 전례 없는 고강도 압박 행보다.


핵가진 北, 순망치한 관계 뒤집을수 있어
근본적 해법으로 美서 거론하는 레짐체인지
中 입장에선 역시 부담...이중삼중 딜레마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반대한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은 자칫 북한 정권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어 역내의 불안정성이 커진다는 게 핵심 이유다. 
 원유공급 차단·국경폐쇄 등 조치가 중·러의 반대로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또 다른 선택지는 '레짐 체인지'(김정은 정권 교체)다. 이또한 중국의 실익 계산이 달라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북한 노동신문이 김일성 주석의 105번째 생일(태양절)을 맞아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중인 열병식에 신형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처음으로 보도했다.최대 사거리가 1만 1000㎞로 추정된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 노동신문이 김일성 주석의 105번째 생일(태양절)을 맞아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중인 열병식에 신형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처음으로 보도했다.최대 사거리가 1만 1000㎞로 추정된다. [사진 노동신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일 ‘김정은 제거를 위한 옵션’ 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북핵 해결책으로 레짐 체인지를 지목했다. 외교적으로 김정은 정권을 고립시키고 내부 쿠테타를 조장하는 정보 활동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WSJ은 비인도적이라는 부담에도 불구 식량 원조도 끊어 김정은 정권을 붕괴시키는 게 역설적으로 가장 인도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때 봇물 터지듯 쏟아진 정치권의 레짐 체인지 발언이 정권 교체 이후 여권에서도 공식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김정은 체제의 상부권력층만의 생존을 위한 핵실험은 레짐 체인지가 될 수 있다는 국제사회 여론을 되새기길 바란다”고 했다. 국제사회의 여론을 들어 우회적인 화법을 썼지만 진보 진영에서 공식적으로 불거진 레짐 체인지 압박이라는 점에서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북핵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가장 좋은 해법으로 레짐 체인지가 거론되지만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중국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을 대체한 과도 정부가 출현한다 해도 정권 기반이 약해 한국에 흡수 통일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북한을 자국의 세력권으로 인식하고 분단의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중국으로선 체제가 다른 통일 한국의 출현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중국 학자들은 “김정은 정권은 어떤 의미에선 ‘필요악’의 측면이 있다”며 “김정은 정권이 붕괴하면 한국 주도의 통일 정부가 등장하고 미군의 레이더가 압록강을 따라 줄을 이을텐데 이런 악몽이 어딨겠느냐”고 되묻곤 한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중장거리전략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훈련이 실시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중장거리전략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훈련이 실시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그렇다고 중국도 동북아에 또 하나의 '핵보유국'이 등장하는 것이 달가운 일은 아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주펑(朱鋒) 난징(南京)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을 인용, “역내에서의 핵무기 확대는 중국을 신냉전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며 “역내 패권을 향한 중국의 야망을 좌절시키면서 중국에 핵확산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꼬리표를 남기고,국제적 평판도 훼손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동북아에 또 하나의 핵보유국이 등장하는 현실은 역내 안정을 최우선 국가 이익으로 설정한 중국의 발전 전략을 불투명하게 만든다. 

 특히 '핵보유국'으로 북한이 부상하면 중국의 전략적 위상을 흔들 뿐 아니라 미ㆍ중 경쟁의 동북아 체스판을 요동치게 할게 분명하다.  북한의 핵개발이 종점에 닿게 되면 가뜩이나 고분고분하지 않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 상실 이상의 안보 위협으로 돌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지점에서 중국의 고심이 깊어진다. 

상하이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책임자 류밍 주임은 “북핵은 중국 안보에 위협적”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북한의 핵무장으로 한국에선 독자 핵무장부터 미군 전술핵 재배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전술핵 공유 등 공포의 균형을 위한 핵 대응책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자체 핵무장 잠재력이 있는 일본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조용히 군사력 정비에 나서고 있다.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약 북ㆍ중간 긴장이 격화될 경우 북·미간 협상에서 베트남이 다낭항을 미군에 열었듯이 원산항을 미 7함대에 개방하는, 중국으로선 악몽 같은 시나리오까지 대비해야 하는 게 국제정치의 엄혹한 현실이다. 실제로 북한은 김정일 정권 시절 북ㆍ미 협상에서 미 7함대 함정의 원산 정박을 허용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적도 있다는 말이 외교가엔 나돌고 있다. 한 소식통은 “중국이 등 뒤에서 호랑이 새끼를 키우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라고 지적했다.  
 
 
원산항에 정박 중인 만경봉호의 위성 사진.

원산항에 정박 중인 만경봉호의 위성 사진.

 
 북핵을 용인할 수도 없고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에 밀려 극단적인 차단책도 무턱대고 쓰기 어려운 중국의 딜레마적 상황이다. 정보 소식통은 “중국은 미국의 요구에 일정 정도 응하면서도 북한이 앙심을 품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묘수를 찾고 있지만 돌파구 찾기가 녹록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현지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 중인 세종연구소 정재흥 박사는 8일 "베이징 전문가 사회의 기류는 송유관 전면 폐쇄까지 갈 정도로 급박하게 보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며 “과거 사례처럼 일단 버티면서 유엔의 대북 제재의 수위를 조절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narrative@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중국의 딜레마, 핵 보유한 北이 베트남 다낭처럼 미7함대에 원산 개방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