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상황 한미 공유"…軍, 강화된 대비태세 유지 "美 폭격·전투기 北 공해상 비행은 정전협정 후 처음"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군 당국은 24일 미국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북한 동해의 국제공역을 비행했다는 미국 국방부의 발표 내용을 확인하고, 북한 도발에 대비해 강화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의 한 소식통은 이날 "어젯밤 미국의 B-1B가 대북 무력시위 비행을 했다"면서 "미국의 작전 상황을 한미가 공유하고 있었지만, 우리가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제한된다"고 말했다.


태평양 괌 앤더슨 기지에 배치된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와 오키나와에 배치된 주일미군 F-15C 전투기 5∼6대는 전날 심야에 북한 동해 국제공역을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전은 미국 태평양사령부 주관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B-1B 2대와 F-15C는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으로 진입해 북방한계선(NLL) 북쪽 공해상을 비행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괌에서 이륙하는 B-1B는 동해나 남해의 KADIZ로 진입하는 것이 일반적 비행루트라고 군 관계자들은 전했다. B-1B의 동해 공해상 비행시간은 KADIZ 진입부터 총 3시간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폭격기와 전투기가 북한 동해 공해상까지 비행한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전술기가 아닌 일반 군용기가 북미 합의로 평양 순안공항까지 비행한 사례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소식통은 "이번 비행은 6차 핵실험 이후 계속되는 북한의 수사적인 위협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대응 의지를 과시한 무력시위 비행으로 보인다"면서 "B-1B가 비밀임무를 수행할 때는 보통 편대 비행을 한다"고 말했다.


편대 비행은 2대 또는 그 이상이 한 조를 이뤄 비행하는 방식이다.

앞서 다나 화이트 국방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21세기 들어 북한 해상으로 날아간 미군의 전투기와 폭격기를 통틀어 이번이 비무장지대(DMZ)에서 가장 멀리 북쪽으로 나아간 비행"이라며 "이는 북한이 그동안 해온 무모한 행동을 미국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비행은 한국과 일본의 참여 없이 미군 단독으로 진행했다는 점에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신원식 전 합참차장은 "미국이 폭격기의 비행경로를 전격 공개하고, 미국의 무기만을 가지고 미국만의 단독 작전을 했다는 것은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며 "앞으로 F-22 스텔스 전투기와 스텔스 전략폭격기인 B-2 스피릿을 투입할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은 B-1B 비행과 관련해 한미 공조 하에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B-1B 비행 전후 한미 공조 하에 미측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만반의 상황공유체계를 가동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관련 부처 간에도 긴밀한 상황 정보 공유체계가 유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략자산 운용과 관련해 한미 간 긴밀한 협의와 공조 하에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 폭격기와 전투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안에서 작전을 하면 모든 상황은 한미 간에 공유된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은 북한의 어떤 도발 상황에 대해서도 즉각 대응 가능하도록 강화된 대비태세를 확고히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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