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어 요리로 나라 안에서 가장 유명한 목포 ‘영란횟집’에서 이번에 먹은 음식 가운데 가장 맛있다고 느낀 한 점. 민어전과 묵은지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c13d85fe-1dfe-41c8-ae3b-79c43da31f69.jpg)
민어 요리로 나라 안에서 가장 유명한 목포 ‘영란횟집’에서 이번에 먹은 음식 가운데 가장 맛있다고 느낀 한 점. 민어전과 묵은지다.
![](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52e2829b-33ee-472a-b0d3-4935395c2e58.jpg)
![그래픽=고석현 기자](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d726ca26-e23c-438a-8626-766a30f01b7b.jpg)
그래픽=고석현 기자
![목포 ‘덕인집’의 홍어삼합 한 상(8만원). 장정 둘이 먹기에 넉넉한 양이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2eb00229-ff83-4269-8c85-e538381ff1d0.jpg)
목포 ‘덕인집’의 홍어삼합 한 상(8만원). 장정 둘이 먹기에 넉넉한 양이다.
![목포진에서 바라본 삼학도. 목포항 어선들이 보인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828edca4-6280-4073-aef9-d76f95f2ddf3.jpg)
목포진에서 바라본 삼학도. 목포항 어선들이 보인다.
![유달산 정상쯤에서 본 1930년대 목포. 삼학도와 목포진 터(3시 방향)·노적봉(6시 방향)·목포역(9시 방향)이 보인다. 목포역과 철길은 이때 바다와 호수를 양 옆에 끼고 물 가운데 있다. 삼학도와 입암산(10시 방향)을 연결하는 둑을 쌓는 간척이 1973년 완공되면서 이 일대는 모두 시가지가 됐다. 목포 근대역사관 전시 사진을 촬영했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ee65b9ad-f0f8-41b4-b139-e03c8f53d37c.jpg)
유달산 정상쯤에서 본 1930년대 목포. 삼학도와 목포진 터(3시 방향)·노적봉(6시 방향)·목포역(9시 방향)이 보인다. 목포역과 철길은 이때 바다와 호수를 양 옆에 끼고 물 가운데 있다. 삼학도와 입암산(10시 방향)을 연결하는 둑을 쌓는 간척이 1973년 완공되면서 이 일대는 모두 시가지가 됐다. 목포 근대역사관 전시 사진을 촬영했다.
![1872년에 그린 목포진지도(규장각 소장). 12시 방향이 유달산 봉수, 6시 방향은 삼학도다. 지형이 거북이가 목을 뺀 형상이다. 1897년 개항 당시목포에는 150~160가구가 살고 있었다.<블로그 ‘팬저의 국방여행’에서 인용>](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793862bd-7a3b-4a28-bc6b-6fcd642ea52f.jpg)
1872년에 그린 목포진지도(규장각 소장). 12시 방향이 유달산 봉수, 6시 방향은 삼학도다. 지형이 거북이가 목을 뺀 형상이다. 1897년 개항 당시목포에는 150~160가구가 살고 있었다.<블로그 ‘팬저의 국방여행’에서 인용>
![1902년 목포진에서 바라본 서산동 방향. 중간의 논은 바다 만수위보다 1~2m 낮은 지역도 있었다. 간척과 매립으로 택지를 만들어 원도심을 건설했다.<사진=목포시청 홈페이지>](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846e8de1-b113-46b5-8f79-2cdf842d2c96.jpg)
1902년 목포진에서 바라본 서산동 방향. 중간의 논은 바다 만수위보다 1~2m 낮은 지역도 있었다. 간척과 매립으로 택지를 만들어 원도심을 건설했다.<사진=목포시청 홈페이지>
![서산동 보리마당길에서 본 목포 원도심과 목포진 역사공원(3시 방향 나무와 기와집 있는 언덕). 그 중간 낮은 지역은 1900년대 초 도시개발 전에는 모두 농지였다. 가운데 놓은 건물이 옛 목포경찰서 자리에 들어선 초원실버타운이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7935159e-8728-4029-9bb8-4785d52f8ba2.jpg)
서산동 보리마당길에서 본 목포 원도심과 목포진 역사공원(3시 방향 나무와 기와집 있는 언덕). 그 중간 낮은 지역은 1900년대 초 도시개발 전에는 모두 농지였다. 가운데 놓은 건물이 옛 목포경찰서 자리에 들어선 초원실버타운이다.
개항 당시 목포는 무안군 목포진 주변을 말한다. 노령산맥의 끝이자 시작인 유달산 줄기가 노적봉을 거쳐 바다 쪽으로 거북이 목을 쭉 뺀 형상의 지형이었다. 1872년 그린 ‘목포진지도’를 보면 그렇다. 개항 후 조계지(외국인 공동거류지)가 정해지면서 그곳을 중심으로 시가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무렵 일본 영사는 조계지 일대를 둘러보고 유달산 노적봉 남쪽으로 바닷가까지 남북 700여m, 목포진부터 서산동 너머 아리랑고개에 이르는 동서 약 1.2km에 결쳐 지형과 현지 사정을 약도로 그려 본국에 보고했다. 그 내용에 따르면 목포진 서편으로 서산동 언덕까지 평지는 논인데 바다보다 낮은 지대가 많다고 했다. 바닷물 만수위보다 5~6척, 심한 곳은 1장(丈: 10척)이나 낮다고 했다.
일본은 밀려드는 일본인 거주지 확보를 위해 간척을 시작했다. 목포항 주변의 원도심 일대는 그렇게 주택지가 확보되고 일본인들이 모여 살았다. 반듯한 도로들이 종횡으로 이어지면서 바둑판처럼 짜여진 도시가 됐다. 쾌적하고 편리한 평지는 일본인들이 살고 조선 사람들은 언덕과 골짜기에 살게 됐다. 서산동 보리마당 언덕 주위와 온금동 고개 아래 골짜기다.
목포시는 전체 면적 중 3분의 2가 간척지라는 말이 있다. 목포역도 갯벌을 매립한 곳에 지어 1960년대만 해도 주위가 갯벌이었다. 1930년대 사진을 보면 목포역 뒤는 바다였다. 갯벌에 흙을 쌓아 만든 둑을 따라 들어온 철길 양쪽이 다 물이었다. 목포의 명소였던 삼학도가 1940년 육지와 연결되면서 역 뒤로 시가지가 형성됐다. 다시 삼학도~입암산을 잇는 간척공사(1968~1973)가 끝나자 일대는 완전히 육지가 됐다.
![목포진 역사공원에서 바라본 만호동·연동·삼학동 일대. 이 지역은 1960년대까지도 대부분 갯벌이었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4e781b82-27a1-42d5-9116-e7f3afe27b4b.jpg)
목포진 역사공원에서 바라본 만호동·연동·삼학동 일대. 이 지역은 1960년대까지도 대부분 갯벌이었다.
![목포 시가지 모형. 색이 밝은 지역은 예전에 대부분 갯벌이나 바다였다고 볼 수 있다. 목포 땅의 3분의 2가 간척지라고 한다. 목포 근대역사관 전시물을 촬영했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09d733d3-3df3-4815-b199-b92142834974.jpg)
목포 시가지 모형. 색이 밝은 지역은 예전에 대부분 갯벌이나 바다였다고 볼 수 있다. 목포 땅의 3분의 2가 간척지라고 한다. 목포 근대역사관 전시물을 촬영했다.
점심에 낙지를 먹은 압해대교에서 택시를 불러 타고 해안로를 달려 온금동 ‘선경준치회집(전남 목포시 해안로57번길 2/전화 061-242-5653)’ 앞에 내렸다. 준치회초무침 비빔밥으로 유명한 집이다. 준치는 목포 9미 중 하나다. 하지만 위장 사정은 이걸 먹을 겨를이 없다.
바다를 바라보며 조금 걷자 커다란 공장 굴뚝 3개가 보인다. 1938년에 들어선 조선내화 공장이다. 고온에 견디는 벽돌을 굽던 공장 불은 오래 전 꺼졌다. 크기가 압도적인 공장 건물은 그대로 있고, 담을 따라 양지바른 곳에서는 동네 아주머니 넷이서 몇백m는 돼 보이는 빨간 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공장 부지와 마을 재개발계획이 오락가락하면서 공장을 둘러싼 언덕에 옹기종기 들어앉은 동네도 사람도 활기를 잃어가는 온금동이다.
![가동을 멈춘 지 꽤 오래된 조선내화 공장 담 아래서 동네 아주머니 넷이 수백m가 넘는 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산 아래 보이는 동네가 다순그미(온금동)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67b47681-c8c3-47ac-9be0-daaeb7570b1e.jpg)
가동을 멈춘 지 꽤 오래된 조선내화 공장 담 아래서 동네 아주머니 넷이 수백m가 넘는 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산 아래 보이는 동네가 다순그미(온금동)다.
![온금동에서 내려다본 옛 조선내화 공장. 공장은 떠나고 재개발 계획이 오락가락하면서 동네는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8d4a2bc9-5af9-4348-97c9-2723e9b2712b.jpg)
온금동에서 내려다본 옛 조선내화 공장. 공장은 떠나고 재개발 계획이 오락가락하면서 동네는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온금동 ‘큰 샘과 불망비’. 95년 전 판 샘과 비석에 적힌 사연은 이곳에 살던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증언한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02d26da2-cdfc-4b93-bfd9-763cfc60b9d7.jpg)
온금동 ‘큰 샘과 불망비’. 95년 전 판 샘과 비석에 적힌 사연은 이곳에 살던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증언한다.
![온금동 골목 계단 길. 집도 사람도 길도 윤기가 쪽 빠져 보인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2ee47a88-91df-4203-97a4-82cf6e9d03db.jpg)
온금동 골목 계단 길. 집도 사람도 길도 윤기가 쪽 빠져 보인다.
![‘조금이’라고 불리던 온금동 아이들이 꿈을 키웠을 서산초등학교 운동장. 공을 세게 차면 바다로 빠질 것 같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23f2faef-858b-4256-a102-26d5601dade6.jpg)
‘조금이’라고 불리던 온금동 아이들이 꿈을 키웠을 서산초등학교 운동장. 공을 세게 차면 바다로 빠질 것 같다.
![보리마당에서 서산동 비탈 마을로 내려가는 계단 길 초입. 경사와 엄청난 계단 수가 사진으로도 느껴진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bd1a86a4-f442-49bf-a1d3-3fddd0eefa7d.jpg)
보리마당에서 서산동 비탈 마을로 내려가는 계단 길 초입. 경사와 엄청난 계단 수가 사진으로도 느껴진다.
![가파르고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 길 중간에 남아 있는 한 칸 공용화장실. 급한 사람은 어찌했을까 상상해보면 난감 그 자체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듯하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5d74f8e7-cbe2-4ace-a383-b2fce10d4e3f.jpg)
가파르고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 길 중간에 남아 있는 한 칸 공용화장실. 급한 사람은 어찌했을까 상상해보면 난감 그 자체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듯하다.
![목포에서 손꼽히는 달동네 서산동 비탈 마을의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 식수도 화장실도 이 계단을 오르내려야 해결되던 삶을 지금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cdbe68c8-5071-48cc-aa7d-f5b1e31a093e.jpg)
목포에서 손꼽히는 달동네 서산동 비탈 마을의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 식수도 화장실도 이 계단을 오르내려야 해결되던 삶을 지금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서산동의 평지는 간척한 땅이다. 거기서 다시 작은 언덕을 넘으면 유달초등학교로 이어진다. 유달산 남쪽 아래다. 700m만 더 걸으면 목포역 근처 오거리가 나온다. ‘덕인집’이 있는 곳이다. ‘전라도 개미의 시인’ 송수권 선생의 시 한 수를 읊조리며 간다.
![덕인집의 삭힌 홍어 한 접시. 흑산도에서 직접 보내는 홍어를 김치냉장고에서 한 달쯤 삭혔다. 살의 분홍빛은 냉동한 적이 없는 국산 홍어가 잘 삭았을 때 비치는 색깔이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de16cefb-b949-4e80-81e7-f89ecbcd1332.jpg)
덕인집의 삭힌 홍어 한 접시. 흑산도에서 직접 보내는 홍어를 김치냉장고에서 한 달쯤 삭혔다. 살의 분홍빛은 냉동한 적이 없는 국산 홍어가 잘 삭았을 때 비치는 색깔이다.
![삼합의 한 축인 돼지수육은 삼겹살과 다리살이 반반이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4b6961f1-44cd-4694-879e-015dc053f6ce.jpg)
삼합의 한 축인 돼지수육은 삼겹살과 다리살이 반반이다.
![홍어삼합의 밑거름이라 할 수 있는 묵은지. 덕인집 묵은지는 빛깔에 비해 시지는 않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0de29654-3fdf-4c64-8149-edc4c643c490.jpg)
홍어삼합의 밑거름이라 할 수 있는 묵은지. 덕인집 묵은지는 빛깔에 비해 시지는 않다.
-목포삼합
지금은 목포 삼합을 남도 삼합이라고 부른다
두엄 속에 삭힌 홍어와 해묵은 배추김치
그리고 돼지고기 편육
여기에 탁배기 한 잔을 곁들이면
홍탁
이른 봄 무논에 물넘듯
어, 칼칼한 황새 목에 술 들어가네.
아그들아, 술 체엔 약도 없단다
거, 조심들 하거라 잉!
지금은 목포 삼합을 남도 삼합이라고 부른다
![빛깔 고운 홍어 애와 껍질묵. 묵은 홍어 껍질과 자투리 살을 달여서 굳혔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dbccdd4c-fd53-4ddd-b8af-2cddcfa85798.jpg)
빛깔 고운 홍어 애와 껍질묵. 묵은 홍어 껍질과 자투리 살을 달여서 굳혔다.
![덕인집의 구기자·인삼막걸리는 차진 흑산도 홍어 삼합과 찰떡궁합이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a7cd5e70-c6ab-4e71-9b9f-477e8abc7dce.jpg)
덕인집의 구기자·인삼막걸리는 차진 흑산도 홍어 삼합과 찰떡궁합이다.
![홍어를 자르는 여주인 김말신 여사. 30대 초에 젊은 나이에 시작해 음식점 경력 37년이 됐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62b3b458-3a94-4b7e-a413-b556f1125a9b.jpg)
홍어를 자르는 여주인 김말신 여사. 30대 초에 젊은 나이에 시작해 음식점 경력 37년이 됐다.
![홍어 한 접시는 몸통 살과 날개·연골을 섞어서 담는다. 붉은 빛이 도는 것이 몸통 살이고 오른쪽 자르지 않은 덩어리는 날개 살이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ca1b68ee-9dbc-42c8-b5bb-fc972d9978aa.jpg)
홍어 한 접시는 몸통 살과 날개·연골을 섞어서 담는다. 붉은 빛이 도는 것이 몸통 살이고 오른쪽 자르지 않은 덩어리는 날개 살이다.
![덕인집 주인 부부가 흑산도 홍어중매인이 보낸 홍어 포장을 풀고 있다. 10~12kg 암치 3마리가 들어있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c5fba13a-8ca2-48dc-9540-4eadc973c453.jpg)
덕인집 주인 부부가 흑산도 홍어중매인이 보낸 홍어 포장을 풀고 있다. 10~12kg 암치 3마리가 들어있다.
![홍어 코에는 흑산도 홍어임을 증명하는 ‘태그’가 매어있고, 비닐 포장 안에 ‘특상’이라고 쓴 종이 표찰이 들어있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99986ef7-d503-4f81-bc28-db10ffc6af52.jpg)
홍어 코에는 흑산도 홍어임을 증명하는 ‘태그’가 매어있고, 비닐 포장 안에 ‘특상’이라고 쓴 종이 표찰이 들어있다.
삼합을 주문하자 밑반찬을 차린다. 콩나물찜·백김치·제철나물무침. 콩나물찜 맛이 신기하다. 보기에는 영락없이 맹물에 콩나물 삶은 모양새지만 국물이 시원하고 향기롭다. 내공 깊은 맛이다. 배춧잎에서 황금빛이 도는 백김치도 쩡하게 잘 익었다. 홍어 접시가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표현처럼 몸통 살이 산복사꽃 같은 분홍색을 띄었다. 냉동하지 않은 국산 홍어가 잘 삭으면 비치는 빛깔이다. 그런 살 14~16점, 볼살·날개·연골 등 10여 점이 한 접시다. 돼지수육은 삼겹살과 다리살을 반반 담았다. 양념은 참깨·고춧가루·소금 참기름장과 묵은 고추장에 양념을 해 묽게 만든 즙 두 가지다. 내 입에는 기름장이 더 어울린다. 묵은지는 1년 됐다는데 정말 곰삭은 맛이다. 김치냉장고에서 삭혔다는 홍어를 돼지수육·묵은지와 삼합으로 먹으니 코를 쏘는 정도는 아니다. 순한 맛이다. 이 집은 이게 기준이란다. 살은 아주 차지다. 서울에서 수입 홍어만 먹던 입에는 마치 찰떡을 먹는 느낌이다. 이 집에서 만든 구기자·인삼막걸리와도 찰떡궁합이다.
![잘 삭은 홍어를 냉장고에서 바로 꺼냈을 때는 속살에 분홍빛이 돈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852be988-bc44-4cd6-9684-866bce16043f.jpg)
잘 삭은 홍어를 냉장고에서 바로 꺼냈을 때는 속살에 분홍빛이 돈다.
![삭힌 홍어를 냉장고에서 꺼내 시간이 흐르면서 공기가 닿는 쪽은 분홍빛이 허옇게 바랜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1192ab02-c690-45f6-844d-98240d3cd6b7.jpg)
삭힌 홍어를 냉장고에서 꺼내 시간이 흐르면서 공기가 닿는 쪽은 분홍빛이 허옇게 바랜다.
![덕인집이 고추장을 담기 위해 지은 찰밥과 13년 묵은 고추장. 빛깔이 춘장 같다. 여주인 김말신 여사가 “맛 보라”며 인심 좋게 내줬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017099d8-60aa-47c5-85eb-913d0e648748.jpg)
덕인집이 고추장을 담기 위해 지은 찰밥과 13년 묵은 고추장. 빛깔이 춘장 같다. 여주인 김말신 여사가 “맛 보라”며 인심 좋게 내줬다.
![보리 순과 자투리 고기가 넉넉히 들어간 홍어 애국. 보통은 ‘애탕’이라고 하는데 이 집은 애국이라고 했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2d72b985-9485-45dc-9496-918095987f6e.jpg)
보리 순과 자투리 고기가 넉넉히 들어간 홍어 애국. 보통은 ‘애탕’이라고 하는데 이 집은 애국이라고 했다.
메뉴는 흑산 홍어 7만원, 삼합·홍어찜 각 8만원, 애국 2만원, 구기자·인삼막걸리 1뚝배기 7000원. 명절만 빼고 쉬는 날 없이 매일 오후 3시~12시 문을 연다.
![목포역 옆 오거리 한 커브에 자리잡은 흑산도 홍어 전문 덕인집.](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58de7a06-1245-43b4-9d0f-158c6037c493.jpg)
목포역 옆 오거리 한 커브에 자리잡은 흑산도 홍어 전문 덕인집.
![목상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오래도록 홍어 명가의 자리를 지키던 금메달 식당. 상권이 신도시로 옮겨가자 남악신도시 법원 앞으로 이전했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9c1e57c8-5a8f-485b-9fa6-f9380e7695fe.jpg)
목상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오래도록 홍어 명가의 자리를 지키던 금메달 식당. 상권이 신도시로 옮겨가자 남악신도시 법원 앞으로 이전했다.
![목포 동부시장 실비집에서 병어회무침을 준비하고 있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8c36b6d8-69d8-482f-bdcd-6e273f7529cc.jpg)
목포 동부시장 실비집에서 병어회무침을 준비하고 있다.
![완성된 병어회무침. 버들잎처럼 걀쭉한 병어 살이 도톰하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5c103136-48db-4a02-be43-51ad9e16929a.jpg)
완성된 병어회무침. 버들잎처럼 걀쭉한 병어 살이 도톰하다.
![보리가 팰 때 가장 맛있다는 웅어회무침을 만들기 위해 양념을 하고 있다. 이날 목포에서 팬 보리를 보았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35986c9b-61f7-4c9a-b00f-f212a61fdc66.jpg)
보리가 팰 때 가장 맛있다는 웅어회무침을 만들기 위해 양념을 하고 있다. 이날 목포에서 팬 보리를 보았다.
![순식간에 뚝딱 버무려낸 웅어회무침. 시장음식이라 맛이 강했으나 안주로는 그럴듯했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e0ecd9d4-36cd-4292-b5ce-ff299ebdd366.jpg)
순식간에 뚝딱 버무려낸 웅어회무침. 시장음식이라 맛이 강했으나 안주로는 그럴듯했다.
![목포와 뱃길로 가까운 진도의 유명한 전통주인 홍주. 40도의 증류주인데 기름진 생선의 회무침과 잘 어우러졌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8f678bf6-e1ca-4075-aee0-91767d4ac67f.jpg)
목포와 뱃길로 가까운 진도의 유명한 전통주인 홍주. 40도의 증류주인데 기름진 생선의 회무침과 잘 어우러졌다.
《조조가 황겁하야 입은 홍포를 벗어버리고 군사 전립 앗아 쓰고 다른 군사를 가리키며 "참 조조 저기 간다." 제 이름을 제 부르며 "이 놈 조조야 날다려 조조란 놈 지가 진정 조조니라."
황개가 쫓아오며 “저기 수염 긴 것이 조조니라." 조조 정신 기겁하야 긴 수염을 걷어잡아 와드득 와드득 쥐여뜯고 꽤탈양탈 도망헐 제 … 조조 잔말이 비상허여 "문 들어온다 바람 닫아라 요강 마렵다 오줌 들여라 뒨중 낫다 똥칠세라 배 아프다 농(弄)치지 마라 까딱 허면은 똥 싸겄다 여봐라 정욱아 위급허다 위급허다 날 살려라 날 살려라." 조조가 겁짐에 말을 거꾸로 잡어 타고…》
![목포 동부시장입구에 있는 신안진애식당은 예약 손님만 받는다. 간판에 ‘목포에서 최고로 맛있는 집’이라고 썼다. 근거 있는 자신감일까.](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4f2a4e07-9afc-400f-a9f9-d7d379f9e690.jpg)
목포 동부시장입구에 있는 신안진애식당은 예약 손님만 받는다. 간판에 ‘목포에서 최고로 맛있는 집’이라고 썼다. 근거 있는 자신감일까.
![신안진애식당의 병어조림과 12찬 아침상. 병어조림에는 특이하게도 주인의 고향인 도초도 야생 갓으로 담근 묵은지가 바닥에 깔려 있었다. 반찬 모두 차지한 자리 값은 했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9b00804b-bb3a-4062-8235-8e279340f7bd.jpg)
신안진애식당의 병어조림과 12찬 아침상. 병어조림에는 특이하게도 주인의 고향인 도초도 야생 갓으로 담근 묵은지가 바닥에 깔려 있었다. 반찬 모두 차지한 자리 값은 했다.
![목포 9미 중 하나인 병어와 껍질을 벗기지 않은 감자, 두툼하게 자른 무, 야생 갓 묵은지가 들어간 조림.](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c9c6f5de-a6c6-450f-8e5d-5e7c6882c00d.jpg)
목포 9미 중 하나인 병어와 껍질을 벗기지 않은 감자, 두툼하게 자른 무, 야생 갓 묵은지가 들어간 조림.
아침상에는 병어조림과 12찬이 올랐다. 병어조림은 감자를 껍질째 토막 쳐 넣고 무도 큼직큼직하게 썰어 넣었다. 특이하게도 묵은 갓김치를 씻어서 나물로 넣었다. 주인의 고향인 도초도에서 자란 야생 갓으로 담근 김치라고 한다. 반찬은 감태무침, 미역무침, 맹히(명이)장아찌 고추장무침, 표고버섯꽈리고추볶음, 열무김치, 깡다리(황석어)젓갈무침, 배추김치, 머위나물, 오이무침, 갓쪽파김치, 취나물 들깨무침, 시금치나물. 대충 만든 반찬은 없다. 모두 자리 차지한 값을 했다. 명이를 ‘맹히’, 황석어를 ‘깡다리’라고 하는 게 서울과 달랐다. 병어조림은 메뉴표에 ‘싯가’라고 써놨는데 밥값을 계산해보니 1인 1만5000원꼴이다. 우럭지리·갈치찜·농어찜·아나고탕·아구찜 값이 모두 3만/4만원이다. 2명이면 작은 냄비, 3명이면 큰 냄비를 시키면 맞겠다.
이런 집들 음식이 대개 그렇듯 제도권 요리 공부를 받지 않고 바닷가에서 대물림해 온 솜씨를 물려받아 맛이 개성 있고 안정적이다. 도심의 외식에 길든 입맛에는 고향 같은 미각이다. 나는 이런 맛을 찾아 지방을 떠돈다.
![영란횟집의 민어회 한 접시. 가운데 하얀 껍질이 붙은 게 뱃살이고 분홍빛을 띤 것은 몸통 속살이다. 막걸리식초로 만든 초고추장과 쑥갓을 듬뿍 주는 것이 이 집 특색이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e69c67ca-43e0-4cb7-a5f9-66e468d750ba.jpg)
영란횟집의 민어회 한 접시. 가운데 하얀 껍질이 붙은 게 뱃살이고 분홍빛을 띤 것은 몸통 속살이다. 막걸리식초로 만든 초고추장과 쑥갓을 듬뿍 주는 것이 이 집 특색이다.
![상추·쑥갓이 어울린 민어 된장 쌈. 내 입에는 막걸리식초로 만든 초고추장보다 이 조합이 더 맛있었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447ec570-d974-4ec5-8376-5b95fc85f3d5.jpg)
상추·쑥갓이 어울린 민어 된장 쌈. 내 입에는 막걸리식초로 만든 초고추장보다 이 조합이 더 맛있었다.
![48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란횟집의 민어회무침. 이 집에서 회·무침회·전·모둠접시(껍질·부레·뼈다짐)·탕으로 이어지는 ‘민어 코스’가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bc1d230e-0b7b-4f7e-a1cb-4d05ea3d5b00.jpg)
48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란횟집의 민어회무침. 이 집에서 회·무침회·전·모둠접시(껍질·부레·뼈다짐)·탕으로 이어지는 ‘민어 코스’가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어전과 함께 나온 묵은지. 이런 조합으로 먹기는 처음이었다. 민어전이야 원래 맛이 있지만 묵은지를 곁들이자 맛이 환상적으로 바뀌었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b75ce5f0-2051-42fa-8e69-8c5da6213829.jpg)
민어전과 함께 나온 묵은지. 이런 조합으로 먹기는 처음이었다. 민어전이야 원래 맛이 있지만 묵은지를 곁들이자 맛이 환상적으로 바뀌었다.
![민어 코스 중 모둠접시에는 부레(흰색)·뼈다짐(붉은색)·껍질이 올라왔다. 오른쪽 가루는 깨소금이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bc57e984-0a8f-4942-adc3-ebed00653e23.jpg)
민어 코스 중 모둠접시에는 부레(흰색)·뼈다짐(붉은색)·껍질이 올라왔다. 오른쪽 가루는 깨소금이다.
![민어 코스의 마지막인 민어탕·밥·6찬. 탕은 실망스러웠고 반찬도 특별한 감흥을 주지 못했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617eaed6-fbac-4165-9552-58371454179f.jpg)
민어 코스의 마지막인 민어탕·밥·6찬. 탕은 실망스러웠고 반찬도 특별한 감흥을 주지 못했다.
민어 코스에 낮술을 곁들이니 오후 1시 39분에 시작한 늦은 점심은 2시간44분 동안 먹고 4시 23분에 끝났다.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아 본인의 이름을 걸고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민어 전문점으로 키운 영란횟집의 박영란 대표. 사진을 찍자 “안 된다”며 얼굴을 돌렸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c57e6409-1b5c-440a-ab8b-12ca6230b322.jpg)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아 본인의 이름을 걸고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민어 전문점으로 키운 영란횟집의 박영란 대표. 사진을 찍자 “안 된다”며 얼굴을 돌렸다.
![영란횟집의 남자 화장실 한쪽 벽은 바위다. 목포진 역사공원 암벽에 기대 건물을 지었기 때문이다. 바위에서 사람 얼굴이 보인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3b662b45-0706-4117-99a1-2fb4362d9dff.jpg)
영란횟집의 남자 화장실 한쪽 벽은 바위다. 목포진 역사공원 암벽에 기대 건물을 지었기 때문이다. 바위에서 사람 얼굴이 보인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목포 ‘민어의 거리’. 민어 전문 횟집들이 모여있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79b52ef8-5076-46c7-b60f-d9377b6d6eee.jpg)
목포 ‘민어의 거리’. 민어 전문 횟집들이 모여있다.
![초원실버타운 교차로에 있는 ‘민어의 거리’ 입간판.](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4/21/3775cfa1-156c-4217-93f1-73096ed26884.jpg)
초원실버타운 교차로에 있는 ‘민어의 거리’ 입간판.
목포에 두 차례 가서 1박 3일 43시간10분을 머물며 8가지 음식을 먹었지만 9미 ①세발낙지 ②홍어삼합 ③민어회 ④꽃게무침 ⑤먹갈치 ⑥병어회(찜) ⑦준치무침 ⑧아구탕(찜) ⑨우럭간국 가운데 준치·아귀·우럭은 먹지 못 했다. 모두 4~5월이 제철이다. 한번 더 가야 하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