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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꼬막+순천 금전산] 겨울 식도락가들의 입맛 훔치는 ‘맛 도둑’ 꼬막

산야초 2017. 12. 26. 21:33

[계절의 맛+멋 코스가이드 |

보성 꼬막+순천 금전산] 겨울 식도락가들의 입맛 훔치는 ‘맛 도둑’ 꼬막

입력 : 2017.12.22 10:57

그냥 삶으면 짭짜름한 바다향기 입안에 가득
의상대 조망 으뜸인 낙안읍성의 수호신

꼬막은 겨울을 대표하는 남도, 특히 보성 벌교의 맛이다. 꼬막은 11월부터 이듬해 4, 5월까지 가장 살이 통통하고 맛있다. 꼬막은 고흥반도와 여수반도가 감싸는 여자만汝自灣에서 가장 많이 난다. 하지만 ‘여자만 꼬막’보다는 ‘벌교 꼬막’으로 부르는 이유는 채취한 꼬막이 시장으로 나가기 전 벌교로 모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꼬막은 참꼬막과 새꼬막, 피꼬막이다. 참꼬막은 3년 정도 자란 것이 맛있고, 새꼬막은 1년 정도 자란 것이 맛있다. 피조개로 불리는 피꼬막은 참꼬막, 새꼬막보다 크기가 훨씬 크고 속살이 빨갛다.

꼬막은 별다른 양념 없이 그저 물에 살짝 삶기만 해도 쫄깃한 속살에 짭짤한 간이 배어 있어 맛있다. 초장이나 간장도 필요 없다.

꼬막은 얼마나 잘 삶느냐가 맛을 좌우한다. 꼬막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내 해감한 후 끓는 물에 넣어서 한쪽 방향으로 살살 돌려 주며 입이 살짝 벌어질 때까지 데치듯 삶아낸다. 냄비에 물을 붓지 않고 꼬막을 구워내듯 익혀도 맛있다.

삶은 꼬막에 숙성막걸리를 넣고 새콤달콤한 양념과 갖은 채소를 넣어 무치면 밥도둑이자 술도둑인 꼬막무침이 완성된다. 꼬막살을 넣은 꼬막전, 매콤한 양념 한 숟가락을 끼얹은 양념꼬막, 맑은 국물이 시원한 꼬막탕 등은 식도락가들이 겨울에 남도를 찾는 큰 이유이기도 하다.

벌교에는 꼬막 요리를 내는 식당이 많다. 삶은 꼬막, 꼬막무침, 꼬막전, 양념꼬막, 꼬막탕, 낙지호롱 등을 한꺼번에 내는 꼬막정식이 인기다. 2만 선. 삶은 꼬막과 꼬막전, 낙지호롱을 술안주 삼아 한 잔 걸치고 따끈한 흰 쌀밥에 꼬막무침을 넣어 쓱쓱 비벼먹으면 한 끼 식사로 더없이 푸짐하다.

단풍이 아름답게 물든 금전산. 앞에 보이는 암봉이 원효대다.
학의 날개로 오르는 산

벌교읍에서 약 10km 정도 이동하면 순천 금전산金錢山·667.9m이 있다. 낙안읍성 북쪽에 솟은 금전산은 낙안의 진산이다. 낙안 주민들은 금전산을 ‘낙안읍성樂安邑城의 수호신’이라 부르며, 낙안에 있는 학교 치고 금전산과 금강암이 등장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낙안읍성을 기준으로 드넓은 낙안벌 너머로 북쪽은 진산인 금전산, 동쪽은 좌청룡인 오봉산(592m), 서쪽은 우백호인 백이산(584m), 그리고 백이산에서 동남쪽으로 얌전히 흘러내린 안산인 옥산(97m)이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형국이다.

금전산은 멋진 산세에 비해 2시간 남짓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점과 산기슭에 피로를 풀 만한 온천이 있다는 점에서 당일치기 산행지로 제격이다.

산행 코스는 대략 네 가닥이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낙안온천에서 금강암을 경유해 정상에 오르는 코스이며, 용소계곡에 위치한 낙안민속자연휴양림에서 궁굴재를 거쳐 정상에 오르기도 한다. 또한 정상 남동릉 상의 고갯마루인 불재 코스나 서쪽 오금재에서 종주산행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오금재 코스는 12월 15일까지 산불방지 기간으로 통제).

낙안온천 주차장에서 시작해서 금전산으로 오르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숲을 지나 조금 오르면 조망이 트인다. 서쪽으론 조계산에서 고동산을 거쳐 백이산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 마루금이 넌출거리고, 남쪽으론 풍요로운 낙안들판이 펼쳐진다.

낙안온천을 출발한 지 40분 정도면 형제바위에 닿는다. 높이가 5~10m 정도 되는 이 바위 한쪽엔 키가 비슷한 두 개의 바위가 사이좋게 나란히 붙어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태풍이 불어 아래쪽 동생바위가 허물어져 형님바위만 남았다. 하나만 남은 바위 생김새가 조금 날카로워 칼바위라고도 부른다. 형제바위 위에 서면 낙안들판이 한눈에 바라다 보인다.

형제바위를 지나 짧은 숲길을 벗어나면 큰 암봉들이 눈앞에 나타난다. 동쪽 암봉은 동대, 서쪽 암봉은 서대인데, 절집에선 동대를 원효대, 서대를 의상대라고도 부른다.

산길은 두 바위 사이를 지나 서대인 의상대로 이어진다. 조금 오르면 금강암의 일주문 역할을 하는 바위굴이 나타난다. 지리산의 통천문 비슷한 바위굴엔 ‘극락문’이라는 글자가 한자로 새겨져 있다.

바위굴을 나서 산성 같은 돌계단을 지나면 금강암에 당도한다. 금강암은 백제 27대 위덕왕 때(577~580년) 검단선사가 창건한 이후 의상이 중수하고 보조국사 지눌이 호남제일의 관음도량으로 번창시켰다 하는데, 한때 당우가 여럿 있었으나 여순사건 때 원통전과 지장전, 산신각 등이 소실된 이후 폐사 상태로 있다가 1992년부터 재건되었다. 이곳의 조망이 뛰어나 매년 1월 1일이면 새해 첫 일출을 맞기 위해 낙안 주민들이 오르곤 한다.

금강암 왼쪽으로 돌아가면 의상대로 오를 수 있다. 의상대의 바위벽엔 마애불이 낙안들판을 굽어보고 있다. 그 시선을 따라가면 낙안들판의 장관과 유려한 곡선을 이룬 호남정맥의 마루금도 보인다.

금강암에서 출발해 20분 정도면 헬기장이 있는 전위봉에 닿고, 여기서 평탄한 길을 2~3분 더 오르면 돌탑이 서있는 금전산 정상이다. 정상은 잡목이 많아 조망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하산은 휴양림이나 불재로 내려서는데, 낮이 짧고 쌀쌀한 요즘에는 낙안온천으로 되돌아 내려가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는 재미가 쏠쏠할 듯싶다.

교통

승용차로는 순천완주고속도로 황전나들목→ ‘순천, 여수세계박람회장’ 방면 우측으로 나와 17번국도→학구삼거리에서 우회전, 22번국도→서평삼거리 좌회전→조정래길 순으로 길을 따르다보면 낙안온천에 닿는다.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순천까지 하루 26회(첫차 06:10, 막차 23:50) 버스 운행. 요금 우등 3만7,100원. 일반 1만9,300원. 3시간 40분 소요. 서울역에서 하루 4회(07:05, 09:45, 16:35, 17:35) KTX 운행. 요금 4만4,300원. 약 2시간 40분 소요. 순천버스터미널에서 낙안온천까지는 61번 버스를 이용한다.

문의 순천교통 061-753-6266.

숙식(지역번호 061)

낙안읍성 내에 초가지붕을 얹은 민박집이 여럿 있다. 큰샘민박(754-3038), 고향집민박(754- 3498), 청사초롱민박(751-1886) 등. 1박에 5만~6만 원. 식당도 근처에 밀집해 있다. 낙안 팔진미八珍味는 이순신 장군이 낙안읍성을 방문했을 때 백성들이 대접했다는 8가지 음식을 말한다. 낙안읍성 안에는 낙안 팔진미비빔밥 등을 내는 식당이 여럿 있다. 꼬막 요리도 낸다. 남도사또밥상(755-2928), 미향식당(751-7723) 등. 낙안온천(753-0035)은 지하 830m에서 용출되는 알칼리성 자연온천수로 유황과 게르마늄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요금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