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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자로 유명한 냉면집

산야초 2017. 12. 27. 21:30

완자로 유명한 냉면집

  • 월간외식경영  

입력 : 2017.12.27 08:00

[서민식당 발굴기]
경기 양평 <옥천 고읍냉면>

임팩트 있는 메뉴 세 가지, 냉면 완자 편육

지난주에 조리실 직원들과 함께 벤치마킹을 다녀왔다. 조리 분야에서는 나름 실력을 갖춘 직원들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공자님 같은 분도 ‘하문불치’를 언급하셨는데 하물며 우리네야. 사이드 메뉴로 장착할 완자의 완성도를 좀 더 높여보고자 경기 양평 <옥천 고읍냉면>에 도착했다. 

이 집은 마니아들 사이에 꽤 알려진 제법 오래된 냉면집이다. 필자도 과거 몇 번 다녀왔다. 갈 때마다 느끼지만 고향집 같은 푸근함이 이 집의 매력이다. 한 가족끼리 식당을 운영하기에 그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 같다. 갈 때마다 수더분하고 선한 인상의 주인장이 손님들을 편안하게 맞이한다. 과잉친절보다 진심어린 주인장의 소박한 응대가 오히려 더 끌린다. 

오랜만에 갔더니 오래된 시골집을 개조해 만든 옛 식당은 간 곳이 없었다. 그 앞에 새 건물을 지어 옮겼다. 새로 지은 건물은 미니멀리즘 양식(?)을 제대로 구현했다. 아주 단순한 직사각형 건물에 내부를 좌식좌석 공간과 입식좌석 공간으로 양분했다. 통로와 식탁 등 공간배치를 직선과 직각으로 간단히 구획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장식이나 인테리어도 없다. 단조로움의 극치를 이룬 공간이 냉면만큼이나 시원시원하다.

이 집 메뉴 역시 아주 단순 명쾌하다. 냉면이란 간판이 붙어있으니 물냉면 비빔냉면이 있고, 여기에 편육과 완자를 사이드메뉴로 구성했다. 딱 세 가지다. 냉면은 7000원, 편육과 완자는 1만5000원씩이다.
메뉴가 단출한 만큼 이 집에 올 때마다 주문 내역이 항상 똑같다. 우리 세 사람은 비빔냉면 하나, 물냉면 둘, 그리고 편육과 완자를 반반씩 주문했다. 우리 뿐 아니라 이 집에 오는 손님들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주문한다. 편육과 완자는 바로 내오기 때문에 냉면을 조리하는 동안 미리 먹을 수 있다. 편육과 완자는 워낙 양이 많아 반씩 주문할 수도 있도록 배려해 손님 입장에서는 고맙다.

촉촉한 편육 큼직한 완자를 애피타이저 삼아

잠시 후 양념 고추장, 새우젓, 마늘편, 간장과 함께 주문한 편육과 완자가 나왔다. 반씩임에도 적지 않은 양이었다. 편육은 오스트리아산 돼지로 삶았다. 수입산 돼지고기 가운데 오스트리아산은 육질이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프스 산맥의 깨끗하고 좋은 기운을 받아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큼지막하게 잘라 내왔는데 푸짐하다. 살코기에 비계가 적당하게 붙어있어 너무 퍽퍽하지도 너무 기름지지도 않다. 잘 삶아 편육에 잡내가 없고 촉촉하다. 함께 내온 새우젓에 찍어먹었다. 살점이 탄력 있고 야들야들해 씹으면 부드럽고 쫀득하다. 양념고추장에 마늘편을 찍어 편육과 먹으면 느끼하지 않다. 잠시 뒤에 나올 물냉면 비빔냉면과 먹을 수육은 남겨뒀다. 냉면 면발에 싸 먹으면 냉면 맛이 한층 풍부해진다.

완자도 각자 하나씩 먹었다. 이 집 완자는 일반적인 완자에 비해 덩치가 엄청나게 크다. 두툼한 두께 큼직한 크기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준다. 사실 냉면보다 이 완자를 먹고 싶어 다시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 돼지고기 후지와 양파, 그리고 달걀이 적잖이 들어갔다. 돼지고기 후지가 비록 저렴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푸짐하게 주는 건 손님 입장에서 고마운 일이다.

지난 번 농약달걀 파동이 났을 때 어렵지 않았느냐고 주인장에게 물어봤더니 역시 힘들었다고 한다. 달걀 가격이 너무 비싸 포장판매는 못했다는 것이다. 충분히 이해가 갔다. 고기를 아주 잘게 다져 만들었다. 한 입 베어 물면 떡갈비와 달리 부드럽다. 고소한 풍미가 만족스럽다.

쫄면을 닮은 개성 강한 ‘옥천냉면’

완자와 편육을 거의 먹어갈 때쯤이면 냉면이 나온다. 냉면집이지만 완자와 편육이 푸짐하고 맛있어서 마치 냉면은 후식인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굵고 쫄깃하면서 표면이 매끈매끈한 면발은 무척 낯익다. 청소년 시절 분식집에서 즐겨먹었던 쫄면의 식감이다. 고구마 전분을 많이 넣은 반죽으로 뽑아 쫄면 같은 식감을 낸다. 매콤한 양념의 비빔냉면은 더 쫄면 느낌이 난다. 정통 평양냉면파를 자부하는 사람들은 다소 거리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식감을 선호하는 손님 또한 적지 않다. 한여름에는 대기 줄이 길어지기도 한다.

물냉면 국물은 돼지고기로 뽑은 육수에 간장으로 맛을 냈다. 단맛이 살짝 돌면서 담백하고 시원하다. 이 집 냉면을 평양냉면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황해도식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주인은 그런 것에 별로 개의치 않는 눈치다. 필자가 보기엔 꽤 괜찮은 개성 있는 경기도 양평의 ‘옥천냉면’이다.

냉면 양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다. 냉면 먹기 전에 완자와 수육들을 먹기 때문에 양이 많을 필요도 없다. 저렴한 가격에 적당한 양으로 팔고 있어 합리적인 영업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손님들이 완자와 수육을 주문하기 때문에 객단가가 적은 것은 아니다. 이런 스타일의 식당 운영은 다른 식당 업주들도 본받을 만하다.

이 집의 또 한 가지 보물이 있다. 무짠지 김치다. 무김치라고도 하고 무짠지라고도 한다. 짠지, 김치, 단무지, 장아찌, 짜샤이의 맛과 특성을 모두 배합한 반찬이다. 아삭하고 개운하면서 맛이 좋아 손님들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완자와도 먹고 편육과도 먹고 냉면과도 먹는다. 그러다 보면 금세 바닥이 난다. 우리를 비롯해 손님 대부분이 몇 번 더 리필해서 먹는다. 무를 용기에 넣고 2년 정도 묵히면 꾸덕하게 되는데 그걸 잘라 양념을 무쳐서 내온다. 남은 음식은 집에 싸가지고 가는데 손님들은 무짠지 김치도 챙겨 넣는다.
이번 주로 서민식당 발굴기 연재를 마친다. 그간 서민들이 갈만한 진정성 있고 가성비 높은 식당들을 발굴하려 나름 노력했다. 그러나 독자 여러분의 기대에 얼마나 부응했는지는 미지수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이런 노력들을 더 해나갈 생각이다. 그동안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지출(3인 기준)  편육반 완자반 1만5000원+비빔냉면 7000원+물냉면(2인분)1만4000원=3만6000원
<옥천 고읍냉면>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옥천길98번길 12   031-772-5302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외식콘텐츠마케팅 연구소 (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