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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비지 넣은 감자탕 국물, 이렇게 시원할 수가

산야초 2018. 1. 10. 21:52

콩비지 넣은 감자탕 국물, 이렇게 시원할 수가

  • 월간외식경영  

    입력 : 2017.08.02 08:00

    [서민식당 발굴기]
    경기 파주시 와동동 <로타리 잠실감자탕>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산은 맛있는 감자탕 레시피

    우리 회사에 조리에 조예가 깊고 입맛이 무척 까다로운 직원이 있다. 그가 휴일에 남편과 파주 쪽에 갔다가 점심을 먹으러 감자탕 집에 들렀다고 한다. 한적한 식당이어서 별로 기대하지 않고 들어가서 먹었는데 무척 맛이 좋아 깜짝 놀랐다며 추천해준 곳이 바로 <로타리 잠실감자탕>이다.

    파주시에 출장을 갔다가 예전에 해준 그의 말이 떠올라 직원 두 명과 함께 그 집을 찾아갔다. 듣던 대로 주변 운정신도시 지역은 아직 개발이 덜 된 듯 황량한 느낌이 들었다. 지은 지 얼마 안 되는 건물 2층에 식당이 자리 잡았다.

    안으로 들어서자 넓고 깨끗한 분위기가 일반적인 감자탕 집과는 사뭇 달랐다. 한 쪽에는 유아들을 위한 놀이시설도 갖췄다. 일행이 자리에 앉으니 세련된 디자인의 생수병을 제공했다. 요즘 같은 더운 여름철에는 차고 깨끗한 물 한 잔이 고객에겐 최고의 서비스다. 

    메뉴판을 보니 일반 감자탕인 ‘잠실감자탕’이 있고, 감자탕에 콩비지를 더 얹은 ‘콩비지감자탕’이 있다. 바로 우리 직원이 추천해줬던 그 메뉴다. 대 중 소 세 가지 중 우리는 소자(2만7000원)를 주문했다. ‘잠실감자탕’보다 2000원이 더 비싸다. 

    바로 이 콩비지감자탕 덕분에 이 집이 한 때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주인장의 부친이 한 때 콩비지감자탕으로 18개의 가맹점을 두기도 했다고 한다. 최전성기에는 공중파 3사에서 소개할 정도로 잘 나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친이 워낙 호인인데다 성격이 유한 편이어서 가맹점에 제대로 권리행사를 못했다고 한다. 일부 가맹점은 비신사적 행위를 하거나 채무도 불이행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고.

    작년, 주인장 부친이 겨우 이순의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 식당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안 그래도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이 화제가 되고 있는 요즘이다. 그런 와중에 ‘을질’에 고통을 겪었던 사례를 듣고 보니 느낌이 묘하다. 확실히 사업은 독하게 마음먹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갑질’이 정당화돼서는 안 되겠지만. 
    시원한 국물과 고소한 콩비지의 컬래버레이션

    잠시 후 콩비지감자탕이 나왔다. 감자탕 위에 깻잎을 깔고 그 위에 생 비지를 부어줬다. 마치 흰 눈이 쌓인 설원을 연상시킨다. 삶거나 가공하지 않고 첨가물을 넣지도 않은 생콩을 불린 뒤 갈아 넣은 그야말로 생 비지다. 이 비지는 파주 장단콩을 사용한다. 신선하고 고소한 맛이 좋아 구매를 원하는 손님들이 많아 아예 콩국물을 별도로 5000원에 판매도 한다.

    레인지를 켜고 끓였다. 먼저 콩비지를 섞지 않고 순수한 국물 맛을 봤다. 시원한 국물 맛이 인상적이었다. 대개 감자탕 국물은 텁텁하고 짜면서 무거운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번에는 콩비지를 국물에 섞었다. 개운한 맛이 사라지고 텁텁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시원한 맛에 콩의 고소한 맛이 합쳐져 깊은 맛이 났다.

    국물이 부드러워 여성들이 좋아할 맛이다. 주인장에게 시원한 맛을 내는 비결이 뭐냐고 물었다. 인상 좋은 젊은 주인장의 말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육수는 소 사골과 도가니에 돼지뼈를 넣고 12시간 이상 고아서 낸다. 엄나무, 뽕잎, 월계수잎을 넣는데, 그런 것들보다 아마 청양고추와 마늘, 그리고 콩나물이 시원한 맛을 내주는 것 같다고 한다. 또 한 가지는 사골을 고을 때 끓기 시작하면 계속 불순물을 닦아내고 거품을 걷어내는 것도 기여한다고. 사실 자기 자신도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레시피와 조리법을 이어받아 그대로 하기 때문에 결국, 아버지의 손맛이 아니겠느냐고 한다.
    웰빙형 감자탕에 손수제비와 무한리필 막걸리로 마무리

    감자와 함께 우거지를 넉넉히 넣었다. 차츰 나이를 먹으면서 몸에 좋은 음식만 찾게 된다. 우거지에 자꾸만 손이 갔다. 우거지가 생각보다 질기지 않고 구수했다. 고기는 등뼈가 아닌 목뼈 부위를 사용한다. 등뼈에 비해 고기가 실하고 육질이 더 부드럽다. 잡내도 없다. 역시 감자탕은 등뼈가 아닌 목뼈가 정답이다. 살살 발라낸 고기를 겨자소스에 찍어먹었다.

    이 집 콩비지감자탕은 국물 맛이 일품인 웰빙형 감자탕이다. 수년 내 먹은 감자탕 가운데 가장 맛이 좋다. 특히 국물 맛이 아주 뛰어나다. 다만 김치와 깍두기는 요즘 배추 무가 제철이 아니어서 그런지 좀 더 업그레이드가 필요해보였다.
    감자탕 다 먹고 나서 볶음밥(2000원)으로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메뉴판을 보니 손수제비(2000원)가 눈에 들어왔다. 수제비를 개인적으로 좋아해 볶음밥 대신 수제비로 주문했다. 반죽을 숙성시켜두었다가 주방에서 직접 뜬 손수제비다. 시원하고 매콤한 국물이 수제비와 잘 어울린다. 남은 국물에 끓여 먹는 수제비 맛도 훌륭했다.

    체중조절에 신경이 쓰이지만 이런 수제비를 만나면 도저히 억제가 안 된다. 단품 식사메뉴로 판매해도 잘 팔릴 것 같다. 점심시간(5시까지)에 전골 메뉴를 주문하면 막걸리를 무제한 제공한다. 운전할 직원을 제외하고 우리는 막걸리도 가볍게 한 잔씩 했다.
    지출(3인 기준) 콩비지감자탕(소) 2만7000원+손수제비 2000원+막걸리 무료 = 2만9000원
    경기 파주시 와석순환로 511, 031-948-3366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외식콘텐츠마케팅 연구소 (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