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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의 황당 행사… 영하 15도에 손 씻으며 "정치 중립 지키겠다"

산야초 2018. 1. 25. 21:19

기무사의 황당 행사… 영하 15도에 손 씻으며 "정치 중립 지키겠다"

영하15도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기무사의 황당 행사

입력 : 2018.01.25 16:24 | 수정 : 2018.01.25 18:19

25일 오후 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기무사 정치적 중립 준수 선포식'에서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이 손을 씻고 백색 장갑을 끼는 '세심 의식'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25일 오후 2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기무부대원 600여명이 현충원 안 '겨레얼 마당'에 줄지어 서 있었다. 이날 서울의 낮 체감온도는 영하 15도. 기무부대원들의 얼굴은 찬 바람을 맞아 빨개져 있었다.

이날 국군기무사령부는 이곳에서 ‘엄정한 정치적 중립 준수 다짐’ 선포식이라는 전례 없는 행사를 가졌다. 전국의 모든 예하 기무부대들도 지역 충혼탑 등지에서 동 시간대에 동일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이 자리서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고 정치적 중립을 준수하겠다”며 “군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으로 환골탈태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령관을 포함해 5명의 장군단은 투명한 그릇에 담긴 물에 손을 씻고 하얀 장갑을 끼는 ‘세심(洗心)의식’도 진행했다. 기무사측은 “청계산으로부터 기무사령부로 흐르는 물”이라고 했다. 추운 날씨 탓에 물에서 하얀 김이 올라왔다.

이석구 사령관이 국립현충원에 남긴 방명록./변지희 기자
이 사령관은 “6ㆍ13 지방선거에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스스로 법과 규정을 준수할 뿐 아니라 감시자 역할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진행된 정치적 중립 준수 선포식을 바라보는 군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최근 기무사는 국방부의 ‘사이버 댓글사건 조사 태스크 포스(TF)’를 감청해 수사 정보를 미리 파악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 중립을 선포하는 것이야 말로 ‘정치적인 쇼’ 아니냐는 것이다.

25일 오후 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기무사 정치적 중립 준수 선포식'에서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 등 부대원들이 손을 잡고 정치적 중립 준수 다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중립 준수 선포식이란 이름부터 황당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 예비역 고위 간부는 “그동안은 정치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라며 “이 행사 자체가 정치적”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예비역 간부도 “기무사는 어떤 정권에서든 청와대 입맛에 맞게 각색해 정보를 보고해왔다”며 “정치 중립 선언은 기무사가 아니라 청와대가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무사는 이날 행사를 언론에 적극 알렸다. 사진 촬영과 관련해 “부대원들까지 자세하게 찍는 것은 피하되 참석한 인원들 전체를 찍거나 사령관, 장성급 장교를 가까이서 찍는 것은 괜찮다”고도 했다. 이날 언론사 사진 기자들이 다수 현충원을 찾아 기무부대원들을 촬영했다. “신상이 알려져선 안되는 기무사 요원들의 얼굴까 지 노출시키며 보여주기식 행사를 치르는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기무사는 이 사령관의 권유에 따라 지난 10일 월간 문화의 날에 부서별로 서울 용산, 경기 안양 등의 영화관에서 영화‘1987’을 단체관람하기도 했다. 이 사령관은 “과거 인권침해의 과오를 떠올리며 자성과 반성의 계기로 삼자”며 모든 부대원들에게 영화 관람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25/201801250208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