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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새벽 이례적으로 DMZ 비행한 美 정찰기, 왜?

산야초 2018. 1. 31. 14:41

휴일 새벽 이례적으로 DMZ 비행한 美 정찰기, 왜?

[전문기자 칼럼] 한국군, '오늘 밤 싸울 준비' 돼 있나?

입력 : 2018.01.31 03:14

美軍 고강도 對北 정찰 활동 노출… 한국군 관심은 국방개혁에 쏠려
전문가, 우발적 전쟁 가능성 우려… 作戰 준비 태세 갖췄는지 궁금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
일요일이었던 지난 21일 새벽 2시 스마트폰 항공기 추적 앱인 '플라이트레이다(FLIGHTRADAR)24'에 DMZ(비무장지대) 인근을 비행하는 항공기가 포착됐다. DMZ 인근은 비행금지 구역으로, 유엔군사령부의 승인이 있어야만 비행할 수 있는 특수지역이다.

이 앱에 포착된 항공기는 주한미군 소속 RC-7B 정찰기였다.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배치돼 있는 RC-7B는 종종 DMZ 인근을 비행하며 북한 장사정포 등 전방 지역 북한군 움직임을 감시한다. 하지만 휴일 새벽의 정찰 비행은 이례적인 일이다.

군 정찰기의 은밀한 움직임을 민간 휴대폰 앱으로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전파발신기를 통해 기지국에 소속과 위치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항공기의 우발적인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이 앱을 통해 이달 들어 미 정찰기들의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대북 정찰 활동이 노출됐다.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서 발진한 RC-135 전략정찰기, 주일미군기지에 발진한 EP-3 전자정찰기, E-8 '조인트 스타스' 지상감시 정찰기 등이 여러 차례 한반도에 출동해 감시 활동을 폈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선언 후 정부가 대화 기조를 강조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움직임이다. 이뿐만 아니다. 미국이 지난해 말부터 실시하고 있는 훈련이나 무기 배치는 입체적이고 전방위적이다. 단순한 무력시위나 '쇼' 성격이 강했던 종전과는 성격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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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DB
하지만 유사시 미군과 함께 연합작전을 펴야 하는 한국군의 분위기는 너무 차이 난다. 마치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예방타격) 등 최악의 군사 옵션은 우리와 상관없는 미국과 미군의 문제인 것처럼 여기는 양상이다. 현재 한국군 수뇌부의 관심은 온통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국방개혁과 병력감축, 적폐 청산 등에 쏠려 있다.

미군이 강조하고 있는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과는 거리가 먼 행태다. '파이트 투나잇'은 오늘 밤 당장 전쟁이 나더라도 잘 싸울 수 있는 전투 준비 태세를 강조하는 말이다. 실제로 향후 수개월 내 미국의 선제타격으로 북한이 장사정포 보복 공격을 한다면 현재 작전계획상 서울 시민들은 사흘 동안 북한 포탄을 계속 얻어맞을 수밖에 없다.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 장사정포가 340여문(갱도는 50여개) 남짓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국민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계획이다. 유사시 북 수뇌부를 제거할 특수임무여단의 핵심 침투 수단인 개량형 CH-47헬기 도입도 2023년 이후에야 가능하다.

상식적으로만 보면 북핵 문제 악화에 따라 실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도 전쟁을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타고난 사업가인 트럼프 대통령은 막대한 비용 투자와 미군 인명 피해를 초래할 한반도 전쟁을 좋아할 리 없다. 김정은도 지금 누리는 호사를 송두리째 잃을 전면전 도발을 쉽게 감행할 바보는 아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우발적인 전쟁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엄청난 인명 피해를 초래한 1차 세계대전의 당사자들은 당초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 최근 한반도, 특히 북핵 문제가 미·중 전쟁을 촉발하는 도화선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을 10여 년간 맡았던 그레이엄 앨리슨이 미·중 전쟁을 경고한 '예정된 전쟁'이나, 일찌감치 소설 '싸드(THAAD)'를 써 '신기(神氣)가 있다'는 얘기까지 듣는 소설가 김진명씨가 쓴 '미중전쟁'도 화제다.

이달 중순 한국과 일본을 방문했던 미 의회의 한 의원은 "미군은 '결코 싸울 일이 없기를 바란다'면서도 그저 훈련 단계를 넘어서 작전준비 태세에 돌입할 대비를 갖추고 있었다"고 말했다. 현 정부와 국민의 결기 부족을 탓하기에 앞서 송영무 국방장관과 정경두 합참의장 등 한국군 수뇌부에 묻고 싶다. 한국군은 과연 지금 '파이트 투나잇'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30/201801300308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