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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원에 소시지 햄 맘껏 먹는 부대찌개

산야초 2018. 2. 26. 23:39

8000원에 소시지 햄 맘껏 먹는 부대찌개

    입력 : 2017.06.21 08:00

    [서민식당 발굴기]
    경기도 수지 <유진>

    부대찌개의 파괴력

    지난 일요일 대학교 후배와 경기도 수지에서 점심을 먹었다. 같은 용인시에 거주하는 관계로 가끔 주말에 용인이나 분당에서 식사를 한다. 이번에는 필자가 얼마 전 발굴한 식당에서 부대찌개를 함께 했다.

    이 식당은 원래 고깃집인데 식사 메뉴로는 부대찌개 딱 한 가지만 판매한다. 단일메뉴만 취급하는 것이 신뢰가 가서 이 식당을 찾아갔다. 몇 번 고기도 먹었는데 반찬도 깔끔하고 가성비도 좋아 단골이 된 식당이다.

    부대찌개는 평이한 메뉴 같지만 생각 이상으로 내공이 들어가야 하는 음식이다. 외식 메뉴를 나름 분석하는 필자의 견해로 부대찌개는 김치찌개, 된장찌개, 순두부찌개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아니 어떤 의미에서 부대찌개는 김치찌개, 된장찌개를 능가하는 힘이 있다.
    서울 양재동 필자의 사무실 인근에 장을 직접 담그는 서민식당이 있다. 당연히 된장찌개가 일반 식당에 비해서 현저하게 맛이 좋다. 여러 해 전 이 식당 된장찌개를 본란에 소개한 적이 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식당에서 판매하는 점심 식사 메뉴 중 1등은 된장찌개가 아닌 부대찌개라는 점이다. 사실 그 서민식당의 부대찌개는 평균 수준 정도밖에 안 된다. 그냥 그렇고 그런 부대찌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은 이 집 부대찌개를 된장찌개보다 훨씬 많이 주문한다.

    잘 아는 삼겹살 체인점이 있는데 이 삼겹살집의 점심 주력 메뉴는 김치찌개와 부대찌개다. 특이한 것은 대부분의 체인점들이 김치찌개보다는 부대찌개의 판매가 앞선다는 점이다. 여러해 전 일본 식당 전문가를 만났는데 이 사람은 한국 음식 중 부대찌개에 관심이 높다고 했다. 일본인도 부대찌개에 관심이 많은 것이다. 서울 시내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지역의 부대찌개 전문점들이 대체로 영업이 잘 된다고 한다.

    얼마 전 동두천의 부대찌개 집에서 식사를 했다. 옆 좌석에서 히스패닉계로 추정되는 젊은 미군 남녀가 부대찌개를 주문해서 싹싹 먹어치우는 모습을 봤다. 이렇듯 부대찌개는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선호하는 메뉴인 것이다.
    외식기업을 경영했던 모 인사도 자기가 운영하는 체인점에서 보쌈보다는 부대찌개가 좀 더 오래갈 아이템이라고 창업자들에게 추천했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그 유명 외식기업을 성장시켜줬던 보쌈은 현격하게 꺾였고 지금 그 기업을 유지하게 해주는 아이템은 부대찌개다. 필자의 사무실 인근에도 그 외식기업의 부대찌개 가맹점이 있다. 우리 회사가 이곳으로 이전한지 약 5년 동안 그 부대찌개 전문점에서 식사를 한 것은 한두 번에 지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닌, 부대찌개의 야박한 양 때문이다.

    푸짐하고도 맛있는 고깃집 부대찌개

    그 부대찌개 전문점은 부대찌개 외에 햄, 소시지, 사리를 주문해도 양이 좀 넉넉하지 못하다. 필자가 아는 한, 전국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경기도 평택의 부대찌개집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소시지와 햄 등을 아주 넉넉하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원조 부대찌개의 고향이라는 경기도 북부 지역의 부대찌개 집들을 여러 번 방문했는데 그 명성이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다.

    각설하고, 필자가 오픈한지 두 달 정도 된 동네 식당의 단골이 된 이유는 전언한 내용대로 가성비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부대찌개도 이제 유명한 곳은 8000~9000원을 훌쩍 넘는다. 더욱이 사리 등 내용물을 추가 주문해야 필자와 같은 대식가에게 양이 얼추 맞는다.
    수지 성복동의 부대찌개 식당은 점심에 8000원으로 햄과 소시지는 물론 라면 등을 손님이 원하는 대로 마음껏 먹을 수 있다. 맛도 전문점 수준이다. 우리는 부대찌개 2인분을 주문했다. 고기도 먹고 싶었지만 찌개 건더기를 마음껏 리필할 수 있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쌈채소도 제공해 약간 웰빙적 요소도 갖췄다.

    부대찌개는 기본적으로 주방에서 끓여 내온다. 따라서 테이블 위에서 금방 먹을 수 있다. 기본 국물이 사골이라 국물이 당기는 맛이 강하다. 소시지도 부대찌개의 기본인 콘킹소시지와 각종 햄 등이 들어갔다. 볼로냐 소시지, 살라미 소시지 그리고 햄은 춉드(CHOPPED) 햄이다.

    동행한 후배가 “부대찌개 고명 중에서는 이 춉드햄이 가장 맛있다”고 했다. 후배 말대로 부대찌개에는 춉드햄이 가장 잘 어울린다. 부대찌개가 끓자 우선 소시지를 건져 먹었다.

    개인적으로 콘킹소시지는 소싯적 도시락 반찬으로 숱하게 먹었던 반찬이다. 어머니가 소시지를 그대로 삶아 잘라 넣었다. 이런 작업 용이성 때문에 소시지 반찬을 많이 해주셨던 것 같다. 그래도 그 시절은 어육소시지가 아닌 돼지고기 함유량이 높은 미군부대 PX 소시지였다. 당시 최고의 반찬이었다. 우리는 서울 태생이라 시골 출신들과 달리 육가공 식품을 많이 먹고 자랐다. 미국에서 주로 핫도그용으로 사용했던 소시지를 한국에서는 도시락 반찬 혹은 이렇게 부대찌개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파와 마늘을 잔뜩 넣은 부대찌개 국물은 생각 이상으로 맛있었다. 어찌 보면 어설픈 식당 육개장 국물보다 오히려 국물 맛이 앞선다. 전반적으로 간도 적당하고 국물 맛도 진한 전문점 이상의 부대찌개다. 밥에 국물을 말아서 먹고 소시지 햄 등을 먹으면서 식사를 즐겼다.

    김치와 파김치 등 김치류도 맛깔스러워서 만족도가 더 높다. 원래 부대찌개 전문점에서 김치 맛은 그다지 안 중요하지만 그래도 김치가 맛있으니 밥을 먹기 한결 수월하다. 우리는 소시지와 햄을 더 가져와 찌개 안에 넣었다. 사실 우리 아들이 부대찌개를 좋아해 평택이나 안성에서 부대찌개를 포장 구매해 가끔 먹는다. 이 정도 수준의 부대찌개라면 이제는 동네에서 해결해도 될 것 같다.
    더욱이 8000원에 각종 사리를 무한대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대단히 매력적이다. 아마도 업주가 점심에 고객을 최대한 끌어당기려는 전략인 것 같다. 다만 저녁에는 고기 후식용으로 1인분 6000원에 판매한다. 무한리필 시스템은 점심에만 가능하다.
    부대찌개를 다 먹고 인근의 베이커리에서 아이스아메리카를 먹었는데 커피 한 잔에 5000원이 훌쩍 넘었다. 커피 맛이 훌륭했지만 가성비 좋은 부대찌개 먹은 후 마시려니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출(2인 기준)  8000원×2 = 1만6000원
    <유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심곡로 87   031-898-3898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외식콘텐츠마케팅 연구소 (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