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은 시원하게 먹는다 해서
여름음식으로 알기 쉬운데 사실은 겨울음식이다.
이유는 메밀 또는 고구마의 수확시기를 생각해보면 금새 답이 나온다.
메밀이나 고구마, 감자 모두 북쪽에서는 따뜻한 남쪽과 달리
가을이나 돼야 수확을 하므로 자연히 겨울의 추운 날씨를 이용한
천연 저장법에 따라 겨울에 먹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에 의해 원래 냉면의 맛은 1월부터 5월사이
겨울을 지나 여름이 오기 전까지가 가장 좋고
여름이 가장 맛을 느끼기 힘든게 사실이다.
하지만 북쪽, 남쪽 가릴 것 없이 대중화됐고
또 시원함을 즐기는 기호가 자리잡으면서
오히려 여름철에 인기가 높아지게 된 것 같다.
젊었을 때야 호기로 여기저기 냉면맛집들을 많이도 찾아 다녔지만
나이가 들어가니 입맛의 까다로움도 세월앞엔 무뎌져
이젠 어느 식당의 냉면이라도
그것을 만들어내는 공력만 충분히 느껴진다면
숙연함마저 갖게된다.
마포역 근처 숯불불고기와 평양냉면을 대표메뉴로 새로 개업한 곳을 찾았다.
간판 명칭이 [서경도락]인데 서경은 평양의 옛 이름으로
식당 이름치고는 꽤 고민을 많이하면서 멋스럽게 지은 것 같다.
자가제면으로 만들어내는 평양냉면과 한우직화불고기를 시식했다.
평양냉면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식당 한구석에 쌓아놓은 국산메밀가루를 봐서는
국산 메밀가루를 사용하는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 생겼다.
혹 전시용으로 쌓아두었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소문난 우래옥이나 봉피양 등 유명냉면집들은
거의 대부분 중국산 메밀가루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조금만 더 공력이 쌓이면
훌륭한 평양냉면집으로 손색이 없을 듯 싶다.
평양에서는 불고기를 직화로 구워 먹는 듯 싶다.
광양이나 언양식이다.
살짝 양념이 된 고기를 화력이 좋은 숯불에 구워 먹는데
직화불고기로서는 손색이 없을 정도다.
직화불고기를 먹다가 갑자기 서울식 불고기가 생각이 났다.
지금은 세계 속 한식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한 불고기!
하지만 이 음식은 유난히 지역과 시대에 따라
미각세포가 다르게 기억하는 음식 중 하나다.
이 중에서 얇게 저민 소고기가 익을세라 건져 먹은 다음
자작하게 끓는 달짝지근한 국물에 밥을 비벼
싹싹 긁어 먹었던 그 맛, 서울식 불고기의 특징이다.
직화구이가 대세를 이루는 지금의 고기 먹는 문화에서는
서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아쉽기만하다.
불고기용 불판은 국물이 있는 불고기를
굽기 좋게 되어 있다 싶으면서도,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서 직화의 맛도 내주는 묘미가 있다.
뚫린 구멍에 닿은 고기는 말단이 거뭇거뭇하게 타 붙으면서
마치 직화로 구운 것 같은 불맛의 고기를 선사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불판 바닥에 남은 걸쭉한 육수국물에
냉면 사리를 적셔 먹는 맛을 기억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런지 궁금하다.
[서경도락]
서울 마포구 도화동 204-9
☎ 02-702-1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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