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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안지랑 곱창을 천안에서

산야초 2018. 5. 2. 10:42

대구 안지랑 곱창을 천안에서

  • 월간외식경영  

입력 : 2018.04.27 08:00

대구 안지랑 곱창을 천안에서

조선시대 경상도 관할 행정기관이었던 경상감영 터가 대구 포정동에 있다. 관찰사 집무실인 선화당 대청을 기준으로 바로 앞에 바라보이는 산이 앞산이다. 대구에서 앞산은 일반명사이자 고유명사다. 이럴 경우 앞 남자(南)를 써서 남산이라 불렀을 법도 한데 아마 임금이 아닌 일개 관찰사가 머문 곳이어서 ‘남산’이 아닌 ‘앞산’이 된 듯하다. 대구 앞산 자락은 북쪽을 바라보며 넓은 지역을 품고 있다. 그 일대를 안지랑이라고 한다. 지금은 곱창거리로 유명한 동네다.

양념곱창
약한 불에 구워먹는 곱이 살아있는 곱창

안지랑 곱창과 막창이 천안에 왔다. 주인장은 안지랑 토박이다. 그 동안 안지랑과 온라인상에서 곱창과 막창을 팔다가 천안에 점포를 마련했다. 여기서 안지랑 맛을 토대로 호서 사람 입맛을 고려한 곱창을 선보인다.

안지랑 곱창거리는 1970년대에 시작돼 외환위기(IMF) 시절 형성됐다. 먹고 살기 위해 곱창 가게를 차린 주인들, 빠듯해진 수입에 저렴한 음식인 곱창을 찾아 나선 손님들이 어우러진 서민의 거리였다. 매콤한 곱창에 곱창보다 더 매운 현실을 소주 한 잔으로 삼켜버렸던 곳이다. 이 집에서는 양념곱창(400g 1만4000원)이 안지랑 곱창의 맛을 이은 대표 메뉴다. 

곱창 재료는 인근 도축장에서 공급받는 신선한 돼지곱창이다. 곱창을 가르지 않고 그대로 뒤집어서 수작업으로 세척작업을 한다. 이렇게 하면 손이 많이 가지만 곱창 맛의 핵심인 곱을 보호할 수 있다고 한다.

전처리 작업을 끝낸 곱창은 과일로 연육작업을 하고 하루 정도 숙성시킨다. 숙성 뒤 안지랑 방식으로 염지 작업을 한다. 염지 과정에서 곱창 특유의 잡내를 완전히 없애고 매콤한 맛을 입힌다. 고춧가루와 간장이 곱창 맛의 주역인데 그 최적의 혼합비율이 고소한 맛까지 내준다.

내장은 불에 쉬 타버린다. 손님들이 굽는 과정에서 곱창을 태우거나 불 조절을 잘못해 제 맛이 안 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이 집은 아예 숯불에 초벌구이를 해서 내온다. 한 번 익힌 곱창이므로 약한 불에 익혀서 먹는다. 곱창이 익으면 된장소스와 칠리소스, 두 가지 소스에 입맛 대로 찍어먹는다. 미리 2~3cm 크기로 잘라놓아 가위질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 매콤하고 쫄깃한 맛이 나면서 곱의 고소한 맛이 뒤따른다. 너무 매우면 달걀찜으로 입을 달래가면서 먹는다. 역시 소주 한 잔을 곁들여야 곱창 맛이 제대로 완성된다.

염통꼬지


추억의 도시락
여성들이 좋아하는 생막창의 꼬들꼬들함

실 가는 곳에 바늘 가듯 곱창과 막창은 늘 함께하는 짝패다. 이 집에는 생막창(150g 1만1000원)이 곱창과 짝을 이룬다. 살짝 훈제로 잡내를 제거했다. 마치 코끼리의 코 같다는 느낌이 든다. 예뻐 보이거나 세련된 모양새는 아니다. 이런 음식을 20~30대 젊은 여성들이 즐겨 찾는다고 하니 다소 의외다. 꼬들꼬들한 막창을 씹으면 졸깃하게 고소한 맛이 난다. 함께 내온 초절임을 곁들여도 좋다. 생김과 달리 냄새가 전혀 없는 점도 좋다.

안주가 떨어졌는데 술이 많이 남았을 때 부담 없이 주문하는 안주 메뉴가 염통꼬지(10개 6000원)다. 닭의 염통을 꼬지에 꿰어 구웠다. 짙은 고소함이 입에 퍼진다. 양념곱창, 생막창과 함께 염통꼬지를 세트로 묶은 메뉴도 있다. 식사까지 해결하고 싶다면 추억의 도시락(3500원)으로 해결한다. 70년대 중고생들이 학교에 싸가지고 다녔던 도시락에 밥과 비빔밥 재료, 그리고 달걀 프라이와 햄을 부쳐 넣었다.

한자가 수입되면서 우리 지명들이 대부분 중국식 두 음절로 바뀌었다. 그때에도 윤똑똑이 먹물들은 있었다. 그 먹물들의 허위의식이 빚은 참사다. 그런데 아직도 가끔씩 옛 지명이 보란 듯 살아있는 곳들을 더러 본다. 그럴 때면 옛 동무 만난 것처럼 무척 반갑고 고맙다. 안지랑이 내동(內洞)이나 내촌(內村) 내곡(內谷)으로 개명하지 않고 꿋꿋이 안지랑으로 남은 것 역시 그렇다. 이런 동네에 가장 한국적 음식인 곱창 거리가 들어선 게 우연은 아닌 듯하다.
충남 천안시 서북구 검은들1길 26  041-557-9928

글 이정훈(월간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사진 조경환(월간외식경영 기자)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