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훈련소.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7/05/c6c58034-711c-472a-873a-ee23691cc47a.jpg)
육군훈련소.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하는데 군내 기강은 해이해지는 징후가 잇따르고 있다. 군내 대(對)상관 상관 범죄는 계속 늘고 있고 지난해까지 줄었던 자살 사건은 올해 들어 다시 늘었다. 군 수뇌부가 ‘관용 없는 엄벌’을 외쳤지만 현직 장성ㆍ장교의 성폭행 사례는 올해도 끊이지 않는다. 한반도의 해빙은 바람직스럽지만 군은 기강을 지켜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진다.
상관 지시 어기거나 폭행·모욕 범죄
작년 229건, 올 상반기만 126건
매년 줄던 자살도 올해 갑자기 늘어
"주적개념 희미해지며 기강 해이"
5일 국방부에 따르면 대상관 범죄는 2016년 121건에서 지난해 229건으로 늘었다. 올해 1~6월 사이 126건이 발생했다. 대상관 범죄는 군의 상관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상관에게 폭행 또는 모욕을 가한 범죄를 일컫는다.
군 수뇌부가 대상관 범죄를 줄이기 위해 군기 점검과 영내 소통 강화에 나섰지만 올해 들어 나타난 지표에선 변화가 없다. 군 당국에 따르면 올초 일선 부대의 부사관이 지시사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상관에게 욕설을 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 부사관은 사병들 앞에서 대대장(중령)과 소대장(중위)을 모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 수사당국 관계자는 “문제는 이같은 상관 모욕 행위가 수차례 일어났는데도 현장에서 조치가 없었고, 뒤늦게 헌병에 신고가 됐다는 점”이라고 한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일선 부대 지휘관은 “요즘 부하나 병사들은 자기 개성이 분명해 때론 두렵기까지 하다”며 “상관에 대한 존경심은 커녕 적대감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병사도 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와 각 군은 대상관 범죄 못잖게 자살 증가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영내 군기와 소통 모두에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군에서 자살로 숨진 사람은 올 1~6월 모두 32명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명 증가했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전체 자살자 수가 51명이었는데 올 상반기에만 자살자가 8명 늘었다는 것은 유의미한 수치”라고 걱정했다.
군 자살자 수는 2011년 97명. 2013년 79명, 2015년 57명, 2017년 51명 등 매년 감소세가 뚜렷했다. 그러다 올해 들어 갑자기 늘었다. 국방부는 지난 4월 서주석 차관 주재로 자살 방지 대책 회의까지 열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백명재 국군수도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병사의 자살 증가에 대한 뾰족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면서도 “병사 개인이 입대 이전부터 가진 고민거리나 문제를 끊지 못해 자살에 이르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자살은 병사 본인의 죽음을 야기하는 것은 물론 부대 전체의 사기를 무너뜨리는 데다 군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까지 흔들어놔 군 수뇌부는 자살자 증가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군 바깥에선 남북 관계의 변화 속에서도 군기는 유지되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된다. 군의 상대는 북한만 있는 게 아닌데다 장병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군기가 유지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 예비역 장성은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주적개념이 희미해지고 훈련도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결과적으론 군의 기강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다”며 “남북 관계의 개선은 당연히 긍정적이지만 그렇다고 군기가 흐트러지는 것은 장병과 국가 모두의 안전을 위해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철재ㆍ권유진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