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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에 전하는 단풍 명산 <1>│개요] 일엽지추… 만산홍엽… 오메! 온 산에 단풍 들것네

산야초 2018. 10. 23. 23:07

[기록에 전하는 단풍 명산 <1>│개요] 일엽지추… 만산홍엽… 오메! 온 산에 단풍 들것네

  • 글 월간산 박정원 편집장
  •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입력 : 2018.10.01 10:41 [588호] 20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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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말 설악산 첫 단풍부터 남하 시작…
    옛 선비들 단풍 예찬 명산을 찾아서

    가을이 안 올 줄 알았다. 100여 년 만의 폭염과 열대야의 기세는 거침이 없었다. 얼마나 기센 염제炎帝이기에 추풍秋風을 영원히 압도하는 듯했다. 그 기세에 한 무리의 거리 비둘기들은 날개를 늘어뜨리고 세상을 포기한 듯 땅바닥에 퍼져 있었다. 사람이 옆에 가도 꿈쩍 않고 눈만 깜빡거렸다. 그런 장면 생전 처음 봤다.


    그 기세 높은 염제도 세월을 이기지 못했다. 역시 세월에 장사가 없다. 세월의 무서움을 새삼 더욱 느끼게 한다. 언제 그랬냐는 듯 아침 저녁으로 제법 찬바람이 분다. 이제 가을이다. 여름이 아무리 맹위를 떨쳐도 가을은 온다. 사계절 순환하는 자연의 이치는 아무도 거스를 수 없는 진리다.


    가을은 인생의 황혼기를 떠올리게 한다. 지는 세월이다. 황금기를 지난 황혼기다. 그래서 가을을 떨어지는 계절, ‘fall’이라 했다. 떨어지는 세월은 보기에 따라 황금으로 보일 수도, 지저분하게 비쳐질 수 있다. 일엽지추一葉知秋, 만산홍엽滿山紅葉이라 했던가. 모두 아름답게 떨어지는 낙엽이다. 동시에 세월의 무상함도 느낄 수 있다.


    일엽지추, 나뭇잎 하나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가을을 안다. 그 나뭇잎 하나가 퍼지고 퍼져 만산홍엽을 이룬다. 온 산을 붉게 물들인다. 단풍은 하루 평균 20~25㎞로 남하한다. 봄꽃의 북상속도 하루 평균 22㎞와 별로 다르지 않다. 인간의 하루 평균 걸음속도와 비슷하다. 인간도 원래 자연의 한 부분이기에 그렇다. 이것이 원래 자연의 속도다.


    예로부터 일엽지추·만산홍엽은 인간을 철학자로 만든다. 사색의 계절이다. 천자만홍千紫萬紅, 만물이 생동하는 봄은 인간을 시인으로 만드는 반면 만산홍엽, 만물이 떨어지는 가을은 인간을 더욱 생각하게 한다. 옛 선인들은 가을을 어떻게 노래했을까. 이른바 단풍예찬이다.


    시성 두보는 ‘산행’이라는 시에서 ‘수레를 멈추고 석양에 비치는 단풍 섶에 앉아 보니/ 서리 맞은 단풍잎이 한창때 봄꽃보다 더욱 아름답구나’라고 봄꽃보다 가을 단풍을 높이 평가했다.


    김천택은 고려 말기부터 많은 선비들의 노래를 모은 <청구영언>에서 ‘흰구름 푸른 내는 골골이 잠겼는데, 추상秋霜 에 물든 단풍 봄꽃도곤 좋아라. 천공이 나를 위하여 뫼꽃을 꾸며내도다’라고 노래했다.


    지리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조선 유학자 남명 조식은 ‘피아골 단풍을 보지 않고는 단풍을 보았다고 말하지 말라’고 했다. 이른바 삼홍소의 그 피아골이다.

    박세당은 <산림경제>에서 ‘가을은 모든 산에 단풍이 눈부시고 밤에는 달 밝고 벌레소리 흥겨우니 어찌 즐겁지 않겠느냐’고 가을과 단풍을 예찬했다.

    단풍은 적당한 수분공급이 이뤄지면 더욱 아름답게 물든다.
    일엽지추 해서 만산홍엽으로 번진 단풍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소설가 조정래는 그의 소설 <태백산맥>에서 ‘새빨간 단풍들은 계곡의 물까지 붉게 물들였다. 주황빛이나 주홍빛의 단풍들 사이에서 핏빛 선연한 그 단풍들은 수탉의 붉은 볏처럼 싱싱하게 돋아 보였다’며 지리산 피아골의 단풍절경을 묘사했다.

    시인 김영랑은 단풍묘사가 더욱 사실적이다. ‘장광에 골불은 감잎 날아 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메 단풍 들것네.’


    이외에도 조선 선비들이 전국의 명산을 누비며 남긴 유산록에 다양한 단풍예찬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의 단풍은 설악산부터 시작한다. 단풍산의 으뜸으로 풍악楓嶽으로 명명된 금강산이 있지만 설악산은 그에 못지않은 형형색색을 자랑한다. 설악산을 물들이기 시작한 단풍은 백두대간을 타고 서서히 남하한다. 오대산과 치악산을 거쳐 속리산과 내장산에 이르면 절정에 이른다. 이즈음엔 백두대간뿐만 아니라 정맥과 지맥을 통해 뒷동산까지 붉은색으로 물들인다. 이른바 만산홍엽 그 자체다.


    9월 하순 설악산 첫 단풍을 시작으로 10월 중순 절정에 이르고, 지리산은 11월 하순까지 단풍이 계속될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했다. 유난히 더운 날씨로 단풍도 늦게까지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모든 산의 단풍이 아름답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설악산·덕유(적상)산·내장산·가야산·주왕산·지리산 등이 단풍명소로 꼽힌다. 물론 오대산·치악산·가지산·내연산 등 유명한 곳이 많다. 이 산들은 대개 깊은 계곡을 끼고 있어 단풍을 아름답게 만드는 요소 중의 하나가 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단풍으로 유명한 산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기록이나 문헌에 전하는 산을 선별해서 르포와 기록을 함께 정리했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유명한 단풍 명산가이드 10선, 억새 명산 5선을 꼽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