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와 영덕군에 걸쳐 있는 내연산內延山(711m) 내연골은 심산유곡의 절경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골짜기다. 포항 등산인들은 이 골짜기를 경북 최고의 계곡 명승지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가을이면 이 환상적인 골짜기가 울긋불긋 물든다.
12폭포골, 청하골, 보경사계곡, 연산골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내연골은 수려하기 그지없는 곳이다. 단풍까지 물들면 더욱 화려해진다. 겸재 정선이 청하 현감으로 있으면서 진경산수화를 그린 장소이기도 하다. 그만큼 경치가 아름답다.
낙락장송이 일품인 기암절벽 아래로 널찍한 암반이 펼쳐지고, 크고 작은 폭포가 속출하는가 하면 바위벽을 타고 내려온 옥빛 물줄기는 소에서 한 번 쉬면서 짙푸름을 자랑한다. 맑은 계류가 담을 타고 잔잔히 흘러내리면서 명경지수의 맑음을 과시하기도 한다. 들머리 보경사에서 수원지인 샘재에 이르기까지 긴 골짜기 속에 온갖 비경을 다 보여 준다.
보경사를 지나 골 안으로 들어서면 위압적인 기암절벽이 골짜기 양옆에 솟구치고 상생폭, 보현폭, 삼보폭 등 기묘한 형상의 크고 작은 폭포가 속출한다. 젊은 남녀의 애틋한 사랑 얘기가 전하는 비하대飛下臺를 지나 관음폭과 연산폭에서는 장엄하면서도 절묘한 폭포 미의 극치를 보여 준다.
이어 연산폭을 올라서면 골짜기를 울창한 숲이 뒤덮어 비경이 사라지는 듯하다가 널찍한 암반과 협곡 사이로 옥수가 흐르고, 또다시 절묘한 폭포가 나타나는 계곡이 한동안 이어진다.
그러나 내연산의 멋이 골짜기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보경사 뒤 문수봉(622m)에서 삼지봉(710m)~향로봉(930m)~삿갓봉(716m)~우척봉(775m)을 거쳐 다시 보경사 앞으로 고개를 떨구는 긴 능선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치다가도 바닥에 납작 내려앉으며 부드럽고도 넉넉한 장산의 전형을 보여 준다.
내연골을 연계한 산행은 이러한 내연산 특유의 풍광을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코스다. 산길이 순하고 뚜렷하게 이어지는 데다, 위험하다 싶은 구간에는 안전시설물이 잘 조성돼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보경사~상생폭~보현폭~삼보폭~비하대~관음폭~연산폭 코스는 쉬엄쉬엄 걸어도 1시간이면 탐승할 수 있다.
연산폭까지가 도시 미인이 풍기는 멋을 자아낸다면, 관음폭 위쪽 골짜기 중상류 구간은 짙은 숲 속에 감춰진 은밀한 계곡 미를 엿볼 수 있다. 연산폭 위쪽 골짜기로 접어들려면 관음폭 아래 콘크리트 보를 건넌 뒤 급사면을 올려쳐 연산폭 위쪽 등산로로 올라선다.
연산폭 위쪽 계곡으로 올라선 다음 완경사 계곡길을 따라 5분쯤 오르면 희망캠프장이 나온다. 이후 50m 위쪽의 음지밭등길 갈림 지점을 지나 물줄기를 건너서면 여러 가닥의 산길이 나타난다. 예전 시명리 주민들이 이용하던 우마차길과 조피등길, 수리더미길 등의 산길들인데 이용하는 이는 거의 없다.
‘향로봉 4.5km, 보경사 3.4km’ 팻말을 지나면 협곡 사이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은폭隱瀑이 보인다. 물줄기가 오버행 바위턱 위로 쏟아져 내려 더욱 기운차게 느껴진다. 예전 민가 흔적이 남아 있는 Y캠프장을 지나 수더분한 잡목 숲길을 따라 10여 분 걸으면 너덜지대가 나타나면서 모처럼 시야가 트인다.
이후 산길은 서서히 물줄기와 벌어지면서 잘피골에 이르러서는 오르막이 연속되고, 잘피골을 건넌 다음 15분 정도 사면길을 따르면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밤나무등길(향로봉까지 약 1,500m)이 보인다. 대부분 밤나무등길을 따라 향로봉香爐峰에 오르기보다 내리막길을 따라 시명리까지 간 다음 긴골을 거쳐 향로봉으로 곧장 오르는 고메이등길(약 1,700m, 1시간30분 소요)을 이용한다.
196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20~30가구가 살았다는 시명리에서 오른쪽은 향로봉 등로이고, 왼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걷노라면 다시 큰 계곡과 합류하게 된다. 이곳부터 계곡의 원류인 삼거리까지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등산로다.
보경사에서 2시간 30분 거리인 시명리에서 내연산 최고봉인 향로봉에 올라선 다음 능선을 타고 삼지봉三枝峰과 문수봉文殊峰을 거쳐 보경사로 내려서는 데는 4시간 정도 걸린다.
산행 들머리에 위치한 보경사寶鏡寺는 백마에 불경을 싣고 와서 일구었다는 설화가 전하는 고찰이다. 경내에는 보물로 지정된 원진국사비圓眞國師碑(제252호)와 보경사 부도浮屠(제430호) 외에 5층석탑 ·부도군浮屠群 등의 문화유적이 있다. 또 사보寺寶로서 사명대사四溟大師의 금당기문金堂記文과 숙종어필肅宗御筆의 각판刻版이 있다. 보경사는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다.
교통
포항까지는 각 지역에서 출발하는 고속버스나 열차, 항공편을 이용한다. 포항종합터미널에서 보경사행 성원여객 노선버스가 약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1시간 소요. 문의 성원여객 054-273-7203.
자가용 차량을 이용할 경우, 포항익산고속도로 포항IC에서 나와 감포·구룡포 방면으로 영일만대로를 따라 간다.
숙박(지역번호 054)
보경사 입구 상가단지에 민박을 겸하는 음식점이나 슈퍼마켓이 여럿 있다. 삼보가든(262-2224), 삼지봉식당(261-6679), 영일식당(262-1130), 천령산가든(261-4330). 각 식당에서는 산채비빔밥, 산채정식, 된장찌개, 토종닭 요리, 우리밀 칼국수 등을 주메뉴로 취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