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문가들, 박 대통령이 김정은에 대한 사실상 판정승 진단

산야초 2015. 8. 25. 13:11


전문가들, 박 대통령이 김정은에 대한 사실상 판정승 진단

            

전문가들, "청와대가 남북 문제 끝까지 총괄지휘한 것" 진단


김종민 기자 jmkim@hankooki.com

입력시간 : 2015/08/25 02:47:33  수정시간 : 2015.08.25 12:49:24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북한의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에 대한 '사과'를 이끌어내면서 남북관계 진전의 토대를 만든 남북 고위급 접촉은 시작부터 끝까지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 접촉 중 공개적으로 협상 마지노선을 천명하는 등 사실상 박 대통령이 이번 남북접촉을 책임졌다는데 이견이 없다. 

실제 북한의 협상 제안을 받고 협상 형식을 정하는 데부터 협상을 이끌고 협상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까지 청와대가 전면에서 주도했다. 우선 청와대는 우리측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북측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수석 대표로 참여하는 회담 형식을 주도했다. 먼저 회담을 제안하면서 북한이 내놓은 제안은 김 실장과 김양건 당비서간 만남이었다. 

이 제안은 북한이 지난 20일 서부전선 포격도발을 한 뒤 22일 오후 5시까지 대북 확성기 철거와 심리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행동을 하겠다면서 군사적 위협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나왔다. 그러나 청와대는 군사적 위협 가운데 나온 이 제안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북한에 대표의 급을 북한군 서열 1위인 황 총정치국장으로 높일 것을 요구했다. 


우리 정부는 21일 오후 6시쯤 북한에 이런 수정제안을 하면서 그 직후인 오후 8시 "추가도발을 하면 혹독하게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대국민 담화도 같이 발표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는 동시에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고 사실상 압박한 것이다. 북한은 22일 오전 황 총정치국장 참석을 확인하면서 김 당비서의 카운터파트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을 지명했고 이를 우리 정부가 수용하면서 안보 문제와 남북관계 문제를 같이 논의할 수 있는 '2+2' 형식의 대화 채널이 처음 만들어졌다.
 
고위급 접촉에서 이뤄진 협상도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챙겼다. 이병기 비서실장을 비롯한 핵심 참모들은 고위급 접촉 진행시 판문점 핫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회담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대책을 숙의했다. 박 대통령은 국가안보실을 비롯해 관련부처와 수석실 등을 통해 북한측의 제안내용 등 남북 고위급 접촉의 주요 진행 상황 등을 수시로 보고 받았다.

박 대통령은 고위급 접촉에 나서는 대표단에 남북관계 발전 등 다른 사안에서 진전이 있으려면 북한의 최근 도발 문제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전제돼야 한다는 원칙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막판 쟁점을 조율중인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진행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무엇보다 현 사태를 야기한 북한의 지뢰도발을 비롯한 도발행위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의 원칙을 양보할 수 없다는 점을 우리 대표단에 환기시키는 것은 물론 북한측에 박 대통령의 육성으로 원칙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태도 변화를 압박했다는 점에서다. 고위급 접촉에서 채택한 '공동보도문'도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직접 발표했다. 

애초 지난 22일 회담 시작시 결과 발표는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실장이 직접 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지난해 2월 진행된 남북 고위급 접촉의 결과는 정부 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규현 안보실1차장이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이번 남북 접촉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간접 회담이나 다름없다"면서 "박 대통령이 김 1위원장의 기를 꺾으며 판정승 한 셈"이라고 진단했다. 


北, "남측이 조작" 발뺌하다 결국 유감 표명, 의미있는 결과

입력시간 : 2015/08/25 03:39:01  수정시간 : 2015.08.25 13:14:50

  • 사진=SBS 자료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남북간 군사적 충돌위기의 원인이었던 지뢰 도발에 대한 북측의 25일 유감 표명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특히 남측의 조작이라고 주장하다 유감 표명에 나선 것은 사실상 자신의 책이란 것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북측은 남북고위급접촉 결과문인 공동보도문에서 지뢰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공동보도문에서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였다'라고 명시됐다. 남북간 일촉즉발의 군사적 충돌위기를 촉발했던 비무장지대(DMZ)내 지뢰도발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것이다. 

이번 유감 표명은 '북측'이라고 주체를 표시함으로써 우리 정부가 요구했던 '도발 주체'를 비교적 명확하게 적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였다'는 표현이 다소 아쉬운 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지뢰를 심어 직접 부상을 당하게 했다는 표현보다,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북측의 적극적인 도발에 의한 것이라는 의미가 다소 희석될 수 있는 표현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 '북측에 의해 지뢰폭발이 일어났고, 이를 통해 남측 군인들에게 부상을 입힌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북측에 의한 도발이라는 의미를 더 잘 살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해온 '확실한 사과'를 충족시켰느냐는 논란과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동보도문에서 재발방지 약속을 담지 못한 것도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북측의 지뢰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우리 군이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하자 북측이 DMZ 일대에서 포격도발을 한 것에 대한 언급도 담지 못했다. 그러나 북측이 고위급접촉 직전은 물론 협상기간에도 막판까지 지뢰도발에 대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며, 남측의 조작극이라고 주장해온 점에 비춰보면 북측의 유감 표명을 이끌어낸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성과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북측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수많은 도발을 일삼아왔지만 시인과 사과 또는 유감을 표명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극히 드물다. 가장 가깝게는 2010년 천안함 폭침에 대해서는 남측의 조작극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같은 해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해서는 책임을 남쪽으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1968년 1월21일 발생한 청와대 무장공비 침투사건(1·21 사태), 판문점 도끼만행사건(1976년8월18일), 1996년 9월18일 동해안 북한잠수함 침투사건, 2002년 제2차 연평해전 등 수건에 대해서는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북측 최고지도자의 책임은 회피한 채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으로 치부하거나, 향후 평화를 위해 '쌍방'이 노력하자는 표현 등으로 책임의 소재를 희석해왔다.

또 자발적으로 사과하기보다는 8·18 사건(판문점 도끼만행사건) 등과 같이 미국으로부터 고강도 군사적 압박을 받거나 남북관계나 주변정세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을 때 고도의 계산에 따라 선택적으로 해왔다. 

이번 지뢰도발에 대해서도 체제에 심각한 위협이자 이른바 '최고존엄'(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에 대한 모독으로 여기는 우리 군의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유감을 표명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이번 공동보도문에도 불구하고 북측의 향후 각종 도발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