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바그너 /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산야초 2019. 1. 13. 00:12




Opera 'Tristan und Isolde', WWV90

바그너 /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Wilhelm Richard Wagner 1813∼1883

 

 

 

바그너는 가극 <로엔그린>을 쓰고 나서 다시는 오페라를 쓰지 않겠노라고 선언했다. 그 후 그가 쓴 작품이 바로 <트리스탄과 이졸데>이다. 바그너의 선언은 이런 의미가 있었다. 즉 이제까지 써온 자신의 작품이 선배 작곡가들의 그것처럼 외면적인 사건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데 일차적인 목적이 있었다면, 앞으로 쓰려는 것은 내면의 세계를 그리는 극이 되리라는 말이었다. 시에 의해 음악이 통일되어야 한다는 신념 아래, 이후 그는 자기 작품을 '가극'이라 하지 않고 '악극(樂劇)'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트리스탄과 이졸데 Tristan und Isolde〉(1865 초연)는 독일의 시인 고트프리트 폰 슈트라스부르크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바그너가 대본을 직접 쓴 이 작품은 등장인물도 적고 무대장치도 단순하다. 오로지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사랑이 그려나가는 내면의 자취를 음악으로 진지하게 표현할 따름이다. 이룰수 없는 사랑의 고뇌가 전편의 밑바닥에 깔려 있다.

전주곡

정적 속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속삭임인 양 은밀히 시작된다. 곧 '동경(憧憬)의 동기'로 미끄러져 들어가면서 연인들의 염원을 그린다. 몇 번인가 되풀이되고 나서 '운명의 동기'가 비치며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깊은 사랑에 빠지리라는 암시를 한다. 관현악은 점차 고조되어 연인들만의 기쁨과 슬픔을 나타낸다. 돌연 휩쓸고 지나가는 현악기군, 두 남녀의 사랑은 오직 죽음에 의해서만 구원받을 수 있다는 숙명을 암시함인가. 다시 정적…


제 1막

트리스탄은 아일랜드의 왕녀 이졸데를 배에 태우고 콘월을 향해 항해중이다. 그는 아일랜드와의 독립전쟁에서 이졸데의 약혼자 모를드를 죽였다. 이졸데의 입장에서 본다면 용서할 수 없는 원수인 셈이다. 그 후 트리스탄 자신도 전투에서 상처를 입는다. 그는 상처의 치료법을 알고 있는 이졸데에게 탄트라스라는 가명으로 찾아가 치료를 받는다. 그러나 이졸데는 오래지 않아 트리스탄의 정체를 알게 되고 복수의 칼을 그의 가슴에 겨눈다. 두 사람의 눈과 눈이 마주친 순간, 이졸데는 칼을 떨어뜨리고 만다.
운명적인 사랑이 두 사람의 가슴에 싹을 틔운 것이다.(이 부분은 극 전체의 열쇠가 된다.) 전쟁이 끝나자 마르케 왕은 아일랜드와의 화해를 위한 한 방법으로 왕녀 이졸데를 왕비로 맞이하기로 결정한다. 그녀를 콘월 성으로 모셔가는 임무를 맡은 사람이 바로 배의 타수인 트리스탄이었다. 콘월의 해안이 가까워오자 이졸데는 배에서 내리지 않겠다고 버티며 차라리 폭풍이 몰려와 배가 침몰했으면 좋겠다고 노래한다. 시녀 브랑게네가 무슨 일이냐고 묻지만 이졸데는 대답하지 않았다. 커튼을 올리니 타수 트리스탄의 모습이 보인다. 이졸데는 트리스탄에 대한 사랑의 괴로움을 노래한다.
이졸데는 시녀에게 트리스탄을 데려오라고 분부한다. 그러나 트리스탄을 숙부의 아내가 될 이졸데와의 거리를 ?置歐?위해 짐짓 거절한다. 비탄에 빠진 이졸데는 시녀에게 자초지종을 말하고 차라리 트리스탄을 죽이고 자기도 함께 죽겠노라면서 독주를 가져오라고 한다. 트리스탄도 죽음을 결심하고 그녀 앞에 나타나 칼을 건네준다. 이졸데는 칼 대신 죽음의 독배를 마시자고 요구하고 준비한 잔을 건넨다. 트리스탄은 주저 없이 독약을 든 잔을 마신다. 이졸데도 뒤따라 자기 잔을 들이킨다. 그러나 시녀 브랑게네가 잔에 독약 대신 사랑의 묘약을 넣었을 줄이야. 죽지 않은 두 사람은 서로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며 힘껏 껴안는다. 이윽고 육지에서 트럼펫이 울려 배가 항구에 닿았음을 알린다.

제 2막

'빛', '사랑의 애달픔', '사랑의 환희'등의 동기가 삽입된 불안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서곡이 흐른 후… 콘월 마르케 왕 성의 마당, 어두움이 짙게 깔려 있다. 마르케 왕은 신하 멜로트와 사냥을 나가고 없다. 자기 방에서 트리스탄을 기다리던 이졸데는 등불을 끄고 그에게 신호를 보내라고 시녀 브랑게네에게 분부한다. 브랑게네는 주저하며 신하 멜로트를 조심하라고 말한다. 그녀의 충고에도 아랑곳없이 이졸데는 몸소 불을 끄고 헝겊을 흔들어 신호를 보낸다. 뛰어 올라온 트리스탄. 두 사람은 뜨겁게 포옹한다. 음악은 격해지며 차츰 황홀해진다.
그들은 사랑의 묘약을 찬미하는 2중창을 부른다. "아아, 우리를 가두어다오, 사랑의 밤이여…" 사랑의 2중창 가운데서도 가장 걸작으로 꼽히는 2중창이다. 황홀경에 빠진 그들에게 브랑게네는 다시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두 사람은 환희의 결정에서 함께 죽자고 외친다. 돌연 멜로트의 안내를 받고 마르케 왕이 들어선다. 아내와 조카에게 배신당한 마르케 왕의 분노 앞에서 트리스탄을 아무런 말이 없다.그는 이졸데를 향해 묻는다. "그대, 나와 더불어 밤의 나라로 가지 않겠소?" 이졸데는 트리스탄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가겠다고 대답한다. 순간, 칼을 뽑아 도전하는 멜로트. 트리스탄을 칼을 버리고 스스로 상대의 칼에 찔려 부상을 당하고 충복 쿠르베날의 팔속으로 쓰러진다. 이졸데는 트리스탄의 가슴 위에 몸을 던진다.

제 3막

사랑의 고뇌를 그리는 음악은 이 막에서 최고조에 달한다. 황폐한 성 앞뜰에 중상을 입은 트리스탄이 쓰러져 있다. 쿠르베날이 그를 이곳까지 데려온 것이다. 쿠르베날은 이 사실을 이졸데에게 알린다. 조용히 탄식의 음악이 흐르고, 멀리 목동의 피리소리가 들린다. 깊은 잠에서 깨어나면서 트리스탄은 어렴풋이 지나간 갖가지 일들을 회상한다. 현실과의 괴리감이 깊어간다. 이졸데의 배가 오기를 기다리며 열렬히 사랑을 노래하는 트리스탄의 모습을 보는 쿠르베날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과연 그의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그녀가 도착할지…. 배가 도착했다는 신호소리에 트리스탄은 상처를 잊고 몸을 일으키려고 한다. 달려온 이졸데를 간신히 껴안는 순간 트리스탄은 눈을 감고 만다. 이졸데의 비탄의 노래. 그녀는 의식을 잃고 트리스탄의 주검 위로 쓰러진다. 다시 목동의 피리소리. 새로이 신호소리가 울려 배가 왔음을 알린다. 멜로트가 병사들을 거느리고 온 것이다. 쿠르베날의 칼에 멜로트는 쓰러진다. 쿠르베날 또한 병사들의 칼에 찔려 트리스탄의 발아래서 숨을 거둔다. 함께 온 시녀 브랑게네의 팔 속에서 이졸데는 의식을 회복했다가 사랑의 법열 속에서 죽어간다. 이 때 그녀가 부르는 노래가 유명한 '이졸데의 사랑의 죽음'이다. 마르케 왕은 '사랑의 묘약' 이야기를 듣고 나서 두 사람을 용서하려고 신하를 보내지만 때는 이미 늦어 이졸데마저 트리스탄의 주검 위에서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