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백나무로 마감한 큰아들 방. 야구광인 아들을 위해 설계 단계부터 피규어 진열을 위한 벽장을 계획했다.
↑ 건축주가 직접 꾸민 정원과 주택의 전경
그러다 자리 잡게 된 곳이 바로 경기도 양평이다. 서울에 직장이 있는 남편이 출퇴근하기에도 적당한 위치였다. 처음 2년은 전세살이를 했는데, 이는 본격적인 전원생활의 예행연습이나 다름없었다. 틈틈이 주변을 둘러보며 좋은 땅을 찾아가던 어느 날, 이곳 곡수리 살구마을에 전원주택단지가 계획되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남향으로 온종일 해가 잘 들고, 길 건너 초등학교가 바로 내려다보이는 한적한 동네였다. 편의시설도 멀지 않았고, 두 아들이 걸어서 등하교할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부부는 이 단지의 첫 번째 입주자가 됐다.
↑ 단순한 선이 강조된 박스 형태의 매스가 돋보이는 주택 정면
↑ 주출입구인 현관이 있는 주택 측면
↑ 거실의 대청마루는 폴딩도어를 열면 툇마루, 마당으로 확장된다.
↑ PLAN - 1F
↑ PLAN - 2F
"집을 짓기 전에 꼭 근처 동네에서 먼저 살아보라고 하고 싶어요. 새로 지을 집에 대해 우리 가족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거든요."
부부가 새집에 원하는 바는 명확했다. 아내는 한옥의 대청, 툇마루 같은 공간과 작은아들이 좋아하는 책과 장난감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했다. 마당을 향해 시원하게 열린 대청마루는 식당공간과도 연결되어 여러 명의 손님을 한 번에 대접해야 할 때도 유용하다. 벽과 계단 수납을 활용해 서재처럼 꾸민 1층 계단실은 아이들의 작은 놀이 공간이다.
열혈 야구팬인 남편이 요청한 것은 '때로는 하나로, 때로는 분리된 두 개의 공간으로 쓸 수 있는 거실'이었다. 전망 좋은 거실에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스포츠 중계를 볼 수 있기를 꿈꿨다. 이는 단을 높인 대청마루와 소파와 벽난로가 있는 작은 거실 사이에 매립형 미닫이문을 설치해 필요에 따라 여닫을 수 있는 공간으로 실현했다. 덕분에 TV가 있는 거실은 문을 닫으면 오직 남편만의 공간이 된다.
↑ 거실은 대청마루와 단차를 두고 미닫이문을 설치하여 필요에 따라 공간을 열고 닫을 수 있게 했다.
↑ 대청마루는 바로 식당과 연결된다. 마루에 좌식 테이블을 놓으면 손님 열 명도 거뜬하다.
↑ 주방 및 식당과 거실, 계단실, 현관은 하나의 동선으로 이어진다. 특히 주방에서는 개수대 앞의 벽에 낸 창을 통해 계단 도서관에서 놀고 있는 아이를 살필 수 있다.
누가 뭐라 해도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모든 침실의 벽면을 '편백나무'로 마감한 것이다. 비염이 있는 큰아들을 생각해 집을 짓는 데 쓰인 모든 자재는 최대한 친환경으로 하고, 편백으로 마감한 벽에는 어떤 도료도 바르지 않았다. 그 덕분인지, 산세 좋고 공기 좋은 곳의 전셋집에서도 나아지지 않았던 아들의 비염이 이제는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호전되었다.
↑ 1층 계단은 스탠드형 책장으로 계획하고, 계단을 수납공간으로 활용했다.
↑ 남쪽으로 창을 크게 내어 채광이 좋은 작은아들 방. 역시 편백나무로 마감했다. 겨울철에는 편백나무 위에 분무기로 물을 뿌려두면 천연 가습기가 되어준다.
↑ 초등학생인 작은아들 방은 오픈천장 너머의 안방과 마주하고 있다. 아직 혼자 지내기 무서워하는 아이를 위해, 안방 내벽에 작은 창을 내고 아들 방 문의 폭을 넓게 내어 언제든 서로 소통할 수 있게 했다.
"이곳에 온 후, '엄마한테 참 고맙다'는 큰아이의 말이 정말 감동이었어요."
가족이 집을 짓고 얻은 건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의 여유와 삶의 즐거움이다. 과묵하고 내성적이었던 아이는 표정이 한결 편안해지고 성격도 유들유들해졌다. 남편은 마당에 손수 수돗가를 만들고 자갈을 깔고, 야구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한 스트라이크존도 마련했다. 아내는 마당 한편의 작은 텃밭에서 소일거리를 하고 좋아하는 꽃을 사다 심는다. 주방에서 바로 연결되는 벽돌 바닥의 테이블 공간에서는 조만간 바비큐 파티를 열 생각이다.
자작나무숲에서 책을 읽고, 편백나무숲에서 잠을 자고, 대청과 툇마루에서 차를 마시는 집. 부부는 이 집을 '나무 향 가득한 집'이라고 부른다. 숲을 닮은 집에서 가족들의 행복도 나무처럼 매일 조금씩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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