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된 한옥, 때빼고 광내기 프로젝트 / 소담정(笑談停)
한옥은 안마당을 중심으로 건물이 둘러싸고 있는 개념으로 설계된 집이다. 그렇기에 한옥에서의 ‘마당’은 건물의 주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구의 한 오래된 주택에서 한옥의 마당, 그 잊혀진 정취를 찾아본다.
취재 정사은 사진 변종석
▲ 두 달여의 공정을 거쳐 아늑하게 변신한 소담정 안마당
▲ 오랜 기간 방치된 낡고 허름한 옛 한옥 이전의 모습
대구 시내, 좌우로 아파트단지가 빼곡히 들어서 있지만 이곳 대신동의 옛 주택단지는 80년대 모습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하다. 낡은 한옥을 매입한 이채은 씨는 이곳을 개조해 활용해보자 마음먹는다. 워낙에 튼튼한 목재를 사용해서 구조적으로 보강할 곳은 없었지만, 대청마루와 툇마루 등 옛 생활 방식에서 현대적인 양식으로의 전환은 필수였다.
마루를 뜯어내 보일러 엑셀파이프 배관작업을 하고, 마당을 깊게 파 정화조와 오배수관을 인입했다. 낡은 기와를 걷어내고 새 기와를 얹고 여타 외관 치장작업까지, 전문가의 손을 빌려 주택의 성능부터 외형까지 모두 바꾸는 데 걸린 시간은 2달이었다. 디자이너 주은혜 실장은 “정화조를 묻는데 보름이나 걸렸다. 날씨가 추워서 공사가 더뎌졌다” 며 겨울 공사에 고생한 힘들었던 속내를 내비친다.
바뀐 집 마당에는 아무 때나 걸터앉을 수 있는 평상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처마가 만들어내는 액자 속 하늘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더불어 황토색 드라이비트로 마감한 벽면에는 디자이너가 직접 만든 작품을 붙여 갤러리와 같은 느낌을 더했다. 전체적으로 여유가 느껴지는 공간 배치, 그리고 맷돌과 기와, 풍경 등 오래되고 편안한 소품들을 공수해 집 곳곳을 꾸민 덕에 사랑스러우면서도 멋스러운 작은 집이 탄생했다. 이 모든 개조 과정이 끝날 즈음 봄이 찾아 왔고 ‘함께 모여 소담소담 이야기 나눈다’ 이름 붙인 ‘소담정(笑談停)’이 드디어 공개되었다.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었나?”
뼈대만 남기고 대부분의 자재를 걷어낸 후 대청과 툇마루를 실내로 만들기 위해 10㎝ 두께의 샌드위치 패널로 벽을 설치했고, 정화조를 인입했다.
창호와 현관 모두 교체했으며, 실내는 석고보드 2겹과 합판으로 마감했다. 방뿐만 아니라 기존 대청마루 바닥도 낡은 목재를 걷어낸 후 엑셀파이프를 깔아 보일러를 설치했다.
현장에서 나오는 쓸 만한 목재는 모두 재활용해 평상과 문짝을 만들었다. 소담정 현판 또한 이것으로 만들었다. 지붕은 고기와를 걷어낸 다음 새로운 기와로 대치했고 건물 외벽은 황토 드라이비트로, 외관 담장은 연한 노란색 페인트로 마감했다.
집 기본 정보
대지면적 : 123㎡(37.20평)
건축면적 : 43.14㎡(13.05평)
공법 : 전통 한옥식 중량목구조
벽체보강 : 샌드위치 패널 100T
단열재 : 비닐, 합판, 석고보드 2겹
외벽마감재 : 드라이비트
시공 : 아.름.다.운.집
◀ 옥상에서 내려다 본 아담한 안뜰 ▶ 마당에서 쓸 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 옛날 기와와 조약돌, 고재로 만든 툇마루까지. 마당 이곳저곳에 옛 것의 정취가 가득하다.
▲ 사랑채 겸 다실로 탈바꿈한 외부 창고
1949년에 지어진 한옥의 기본 골조를 가려버리기엔 집의 상태와 구조가 너무도 훌륭했다는 주은혜 실장. 건축주와의 의논 끝에 한옥의 골조와 모양을 그대로 살리고 마당 또한 있는 그대로 두어 예스런 정취를 살리기로 결정했다. 또한, 걷어낸 대청마루의 고재(古材)를 활용해 소담정 명패와 옷걸이, 평상 등을 만들어 집안 곳곳 배치했으며, 낡은 문살도 그대로 살려 은은한 간접조명으로 변신시켰다.
“무슨 재료를 사용했나?”
내벽 마감(벽지 또는 페인팅) : did 실크벽지
바닥재 : LG장판
욕실 및 주방 타일 : 수입
수전 등 욕실기기 : 수입
조명 : 수입조명
주방 가구 : 18㎜ 합판 2겹, 스크래치 강화나무 마감
현관문 : LG새시
방문 : 집에 어울리도록 미닫이로 자체 제작
붙박이장 : 고전장
데크재 : 대청마루 고재((古材)
◀ 실내에서 내다본 마당 모습 ▶ 샌드위치 패널로 벽을 만들어 복도공간이 생겼으며, 이곳은 각 실을 연결하는 통로로 쓰인다.
◀ 대청을 걷어내고 실내로 만들어 거실과 주방 공간으로 사용한다. ▶ 소담정의 가구와 배치는 디자이너가 손수 작업한 결과물이다.
“얼마나 들었나?”
기초보강공사 : 1,000만원
구조보강공사 : 500만원
외장공사 : 100만원
단열공사 : 80만원
창호공사(도어포함) : 250만원
내장공사(벽지, 페인트 등) : 250만원
지붕공사 : 400만원
설비(욕실, 배관, 보일러)공사 : 1,000만원
총 비용 : 3,500만원
▲ 예스러운 가구로 포인트를 준 방
▲ 독특한 문양의 세면대와 앤티크 수전
지난 1월 완성된 소담정은 현재 이채은 씨가 운영하는 커튼 및 침구 업체 마이하우스의 별장 겸 손님용 사랑방으로 사용되고 있다. 평소에도 좋은 집 만들기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기에, 차후 일반인에게도 하루쯤 묵을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공개하고 싶다는 그녀다. 낡은 한옥을 개조해 살만한 집으로 만든 소담정. 이곳을 보고나니 ‘마당 있는 작은 집에서의 소박한 삶’을 실현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 여겨진다.
월간 <전원속의 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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