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자료

견회(遣懷)/속 마음을 풀다

산야초 2019. 6. 29. 23:05



견회(遣懷)/속 마음을 풀다
/윤선도(尹善道)


途中逢一犬(도중봉일견)
길을 가면서 한 마리 개를 만났네
尾長而色白(미장이색백)
꼬리는 길죽하고 털색은 희었다
兩日隨我馬(양일수아마)
이틀동안이나 내 말을 따라다니며
下馬繞我馬(하마요아마)
말에서 내리니 내 말 주위를 빙빙 돌았다네
麾之終下懋(휘지종하무)
손을 내저쫓아도 끝내 달아나지 않고
掉尾如有索(도미여유색)
꼬리를 흔들며 무엇을 찾는 듯 했었네

奴婢欣投飯(노비흔투반)
종들도 기꺼이 밥을 던져 주고
爭思逐兎策(쟁사축토책)
다퉈 생각해주니 채찍질을 면하였네
今朝忽不見(금조홀부견)
그러나 오늘 아침 갑자기 보이지 않으니
一行深歎惜(일행심탄석)
모두들 깊이 탄식하며 안타까워했다네
來何不待招(래하부대초)
어디서 왔는가, 부르지 않았는데
去何不待斥(거하부대척)
어디로 가버렸나, 쫓지 않았는데

造物於人世(조물어인세)
인간 세상에 만들어진 사물들은
白事渾戱劇(백사혼희극)
백 가지가 모두 희극이로다
得之不足喜(득지불족희)
얻었다고 기뻐할 것도 없고
失之不足蹟(실지불족적)
잃어버렸다고 아쉬워할 것도 없다네.
人之生與死(인지생여사)
사람이 살고 죽는 것도
與此何殊跡(여차하수적)
그 자취 이것과 어찌 다르리오

乃知化去兒(내지화거아)
이제야 알겠네 세상을 떠난 아이가
是我八年客(시아팔년객)
나의 팔년 손님이었구나
因此頓有悟(인차돈유오)
이 때문에 문득 깨닫게 되어
塡胸氣始釋(전흉기시석)
가슴에 응어리진 기운이 비로소 풀리는구나
無乃舊仙侶(무내구선려)
지난 세상 신선세계의 친구가 아니었던가
哀我悲懷迫(애아비회박)
서글픈 생각이 밀어닥쳐 나를 슬프게 하는구나
爲之遣此物(위지견차물)
날 위해 이 아이를 내게 보내어
以開迷惑膈(이개미혹격)
미혹된 가슴을 열게 하였구나
路傍沙水明(로방사수명)
길가의 모래와 물이 밝게 보이며
我意還有適(아의환유적)
내 마음 속이 다시금 편안해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