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실패·늑장 보고, 안이한 안보의식
일선 부대부터 안보실까지 허점 투성이
‘군단장 해임’ 미봉 넘어 국회가 규명해야
목선이 15일 새벽 삼척항으로 입항할 때 육군과 해경의 감시장비는 물론, 심지어 삼척수협의 CCTV에도 포착됐다. 하지만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극도로 해이해진 안보 인지 감수성의 결과다. 이런 경계태세라면 북한 무장공비나 간첩을 태운 반잠수정은 언제든 동해에 침투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안보의 모세혈관이 꽉 막힌 셈이다. 마비 현상을 드러낸 상황 전파체계는 더 심각했다. 해경의 상황 전파 대상기관에 삼척을 경비하는 23사단이 제외돼 있었다. 더구나 23사단의 당직 근무자는 같은 날 오전 7시 15분에 최초 상황을 접수받은 뒤 사단 지휘부에 보고하지도 않았고, 멀쩡한 고속상황전파체계도 이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초동조치부대가 30분 뒤에 삼척항 현장에 도착했다. 그땐 모든 상황이 끝난 터였다.
그런데도 합참의 17일 첫 브리핑은 “경계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중요 사건에 대한 합참의 브리핑은 국방부 장관의 최종 확인을 받는다. 과연 국방부 장관의 책임은 없는가. 총지휘부인 청와대 안보실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안이하게 상황을 판단했다는 게 조사결과다. 안보실이 사건 축소·은폐의 시발점이 아닌지 의문은 조사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전혀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청와대가 사건이 더 불거지지 않도록 유도하지 않았는지도 궁금하다.
정부는 동해안을 책임진 8군단장을 해임하고 합참의장 등 주요 지휘관에 엄중 경고를 했다지만, 총체적 안보 부실사건을 그냥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다.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통해 다시금 진상을 명백히 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