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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병사들이 "전쟁 나면 우린 무조건 진다"고 한다

산야초 2019. 7. 8. 09:45

[朝鮮칼럼 The Column] 병사들이 "전쟁 나면 우린 무조건 진다"고 한다

입력 2019.07.08 03:17

北 선박 삼척항 입항은 '안보 해체' 알린 결정적 사건
文 정부, 무형 전투력 약화 이어 무기, 병력, 한·미 동맹까지 무력화

신원식 前 합참 작전본부장·예비역 육군 중장
신원식 前 합참 작전본부장·예비역 육군 중장

북한 선박의 삼척항 입항은 안보 해체가 현실로 다가왔음을 알리는 결정적 사건이다. 모든 국가 정책은 국민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나 그 시점은 정책에 따라 다르다. 안보 정책 오류는 경제·사회 정책처럼 바로 나타나지 않고, 전쟁 같은 엄청난 위기가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는 것 자체가 치명적이란 점에서 암(癌)과 닮았다. 그래서 작은 이상 신호도 소홀히 하지 않고 주기적 진단과 예방을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진단과 예방은커녕 문제를 숨기는 데 급급하면 어떨까. 의사가 초기 암 환자에게 암이 아니라고 거짓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환자는 편하게 일상을 즐길 수는 있으나 결국 치료 시기를 놓쳐 죽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발사한 신형 탄도미사일이 핵을 싣고 서울에 떨어졌고, 삼척항에 무장공비가 침투했다고 생각하고 대비해야 후환(後患)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튼튼한 안보를 위해 막강한 국방력과 한·미 동맹 강화'를 약속했다. 2년이 지난 지금 북한 핵 위협은 더 심각해졌고 안보 태세는 해체되고 있다. 문(文)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우리 안보의 두 축인 자체 국방력과 한·미 동맹을 조직적으로 허물고 있다. 우리가 먼저 양보를 하면 북한도 따라 할 것이란 어리석은 논리는 지난 수십년간 북한 비핵화가 실패한 주원인이다. 북한은 우리의 양보가 기정사실화될 때쯤 도발로 복귀해 새로운 보상을 요구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과거는 경제 보상이 주류였지만 문 정부는 우리 생명줄인 안보까지 양보를 거듭하고 있다. 더구나 북한의 공식 요구가 없는 것까지 알아서 해체하고 있으니 위험하기 짝이 없다.

국방력 약화는 군 내부 반발을 차단하기 위해 겁주기와 망신 주기로 포문을 열었다. 최종 재판 결과는 남았지만, 현재까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공관병 갑질, 기무사 계엄령 모의와 민간인 사찰 등이 그것이다. 겁먹은 군 고위층이 납작 엎드리자 병영 문화 개선이라는 핑계로 군인 정신과 군 기강을 무너트리고 주적 개념을 없앴다. 이 과정에서 훈련을 힘들게 시킨다고 군단장 해임을 청원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휴가온 병사들이 부모에게 '북한이 전쟁 일으키면 우리는 무조건 진다'는 말을 한다고 한다. 병사들조차 군 생활이 편해서 당장 좋긴 한데 이래선 안 된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 전투력'의 약화가 큰 저항 없이 순항(順航)하자 문 정부는 '유형 전투력' 약화에 팔을 걷어붙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미래보단 당장 삶에 영향을 미치는 현재에 관심이 더 많다. 그래서 지난해 7월 미래 한국군을 약소(弱小) 지향으로 만들 '국방 개혁 2.0'을 먼저 발표한 후 9월에 현재의 국방력마저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남북 군사 합의서'에 서명했다.

'국방 개혁 2.0'의 골자는 '병력과 부대는 일단 줄이되 나중에 첨단 무기를 증강해 공백을 메운다'는 것이다. 국방은 한순간도 공백이 발생해선 안 되는 까닭에 국방 개혁은 '첨단 무기가 충분한 전투력을 발휘하는지 검증한 후 병력과 부대를 감축'하는 순으로 진행하는 것이 순리다. 세계 모든 국가, 심지어 노무현 정부마저 지킨 이 원칙을 문 정부는 무시했다. 두 달 후 서명한 '9·19 남북 군사 합의서'로 우리의 우세한 현존 첨단 전력은 손발이 묶이고 미래 군사력 증강은 북한과 협의하게 됐다. 북한은 어차피 재래식 첨단 무기 대신 합의 대상에서 빠진 핵무기만 증강하고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병력과 첨단 무기는 줄고, 정신력과 기강마저 무너진 군대에 의지해 우리가 살아갈 수 있을까.

한·미 동맹 역시 체계적으로 해체되고 있다. 지난해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남북 관계 개선 조건으로 요구한 한·미 연합 훈련과 전략 자산 배치 중단이 이뤄졌다. 유사시 후방 병참기지 역할을 할 일본과의 관계는 틀어질 대로 틀어졌다. 전시 작전통제권을 한국군으로 전환하는 문제는 올해 전환 조건 평가를 시작으로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갈 수록 취약해지는 한국군을 어떻게 믿고 미국이 항공모함과 핵 잠수함을 비롯한 세계 최강의 군대를 맡기겠는가.

이제 더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문 정부는 국가 생존보다 잘못된 이념과 정치적 이익을 앞세우는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장 안보 실상에 대한 객관적 진단을 통해 헝클어진 안보 태세 복구에 나서라. 헌법과 모든 공직자의 주인인 국민의 이름으로 촉구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08/201907080003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