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냐 치킨이냐’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만큼이나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한동안 피자헛이나 도미노피자 같은 체인점 피자만 있던 한국에서도 요즘은 정통 이탈리아 피자, 미국 피자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피자 좀 먹어봤다는 사람이라면 이제 체인점 피자에 만족하지 못한다. 곳곳에 ‘제대로 된’ 피자집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식이든 나폴리식이든 나름의 노하우로 직접 반죽을 빚어 소스를 만들고 토핑을 올린 피자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래도 가장 맛있는 피자는 역시 엄마가 만들어준 피자다. 어릴 적 전자레인지를 처음 샀을 때 엄마는 이런저런 요리를 시도해보곤 했는데 맛있다며 몇 번이고 해달라고 졸랐던 음식 중 하나가 피자였다.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느 순간 맛있는 냄새가 나서 부엌으로 이끌리듯 가보면 전자레인지 안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피자가 보였다. 남동생과 나는 따끈하고 축 늘어진 피자가 나올 때까지 그 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곤 했다. 그런 날은 보통 일요일이었고, 피자에 콜라를 곁들인 점심 식사는 모두가 편히 쉬고 있던 그날 하루만 허용되는 것이었다.
그래도 가장 맛있는 피자는 역시 엄마가 만들어준 피자다. 어릴 적 전자레인지를 처음 샀을 때 엄마는 이런저런 요리를 시도해보곤 했는데 맛있다며 몇 번이고 해달라고 졸랐던 음식 중 하나가 피자였다.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느 순간 맛있는 냄새가 나서 부엌으로 이끌리듯 가보면 전자레인지 안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피자가 보였다. 남동생과 나는 따끈하고 축 늘어진 피자가 나올 때까지 그 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곤 했다. 그런 날은 보통 일요일이었고, 피자에 콜라를 곁들인 점심 식사는 모두가 편히 쉬고 있던 그날 하루만 허용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피자는 휴식과 연결된 음식이다. ‘피자 먹을래?’라는 질문은 ‘오늘 좀 느긋하게 쉬고 싶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배달된 피자를 식탁이 아닌 탁자에 펼쳐놓고 주저앉아서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한 조각씩 먹고 나서는 벌러덩 드러눕는 것. ‘피자 먹자’라는 말에서 연상되는 풍경이다.
피자는 취향과 연결된 음식이기도 하다. TV, 스포츠, 게임 같은 덕후의 취향에 피자만큼 잘 어울리는 음식이 없다. 집에서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콘솔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피자 한 조각, 콜라 한 캔을 곁에 두고 열심히 패드를 두들기며 게임을 한 적 있을 것이다. 밤늦게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를 볼 때도 피자는 빼놓을 수 없다. 굳이 먹는 데 집중하지 않아도 편하게 먹으면서 지켜볼 수 있기 때문에 피자는 오래도록 취향과 떨어질 수 없는 음식이 될 것 같다.
피자 자체가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탈리안 음식점에서 피자는 꼭 시키는 메뉴 중 하나가 됐다. 바꿔 말하면 웬만한 음식점에서는 피자 하나 정도는 내놓는다는 얘기다. 피자의 토마토소스가 된장이나 고추장만큼 익숙한 사람도 많다.
휴식, 취향, 일상을 모두 포괄하는 음식은 많지 않다. 피자는 한때 낯설고 특별한 음식이었지만 지금은 할머니부터 아이까지 즐기는 대중적인 음식이 됐다. 일상 음식으로 가장 맛있는 피자는 사실 좋은 사람과 편한 시간에 먹는 피자일지 모른다. 일요일 저녁, 느긋한 마음으로 초인종이 울리기를 기다렸다가 손에 기름 흔적을 묻혀가며 입가를 닦는 일, 주말에만 즐길 수 있는 풍경이다.
매덕스피자
뉴욕식 피자의 정석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26길 26 / 02-792-2420
미국 뉴욕 거리의 피자집을 그대로 가져온다면 매덕스피자 같은 느낌일 것이다. 미국 피자는 뉴욕식과 시카고식으로 나뉘는데, 뉴욕식 피자는 도우가 얇고 소스를 적게 바르는 것이 특징이다. 크기도 커서 대개는 조각으로 판매한다. 영화에서 보듯 얼굴보다 더 큰 피자 한 조각 손에 들고 맥주 한잔 마시는 모습이 바로 뉴욕식 피자를 먹을 때 보던 풍경이다. 매덕스피자는 뉴욕 현지에 가져다놓아도 통할 정도로 맛있다. 가장 기본이자 맛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 마르게리타와 페퍼로니피자인데, 매덕스의 마르게리타나 페퍼로니는 소스와 도우, 토핑이 아주 조화롭다. 맥앤치즈피자도 의외로 느끼하지 않다. 매우 커서 한 사람당 두 조각이면 충분하다. 늘 인기가 많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부자피자
이탈리아 화덕피자의 전설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가길 28 / 02-794-9474
초창기 부자피자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을 때는 한 시간의 기다림이 보통이었지만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 여기저기서 이탈리아식 화덕피자를 만드는 곳이 늘어났기 때문. 그래도 부자피자만 한 맛을 내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 부자피자의 대표 메뉴는 클라시카(clasica)인데, 말 그대로 ‘정통’ 화덕피자를 찾다 보면 부자피자로 돌아가게 되는 발걸음을 멈출 수 없다. 도우는 충분한 숙성을 거친 후 고온의 화덕에 구워 쫄깃하다. 토핑과 함께 먹으면 여러 식감을 즐길 수 있다. 클라시카피자에는 발사믹, 루꼴라, 토마토 등 간단한 재료만 올라가는데 꽤 만족스럽다. 피자 외에도 여러 이탈리아 음식을 파는데, 라자냐, 샐러드 등이 먹을 만하다. 기다리기 힘들거나 피자만 먹고 싶다면 백화점에 입점한 매장을 찾아가면 된다.
빠넬로
한국에서 가장 맛있는 나폴리피자
서울 마포구 어울마당로5길 29 / 02-322-0920
한국에서 가장 맛있는 나폴리피자를 꼽으라면 빠넬로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흔히 화덕피자를 나폴리식 피자라고 생각하는데, 나폴리피자라는 이름을 달기 위해서는 엄격한 규정을 따라야 한다. 나폴리피자협회에서 정한 화덕 온도와 도우 크기, 토핑, 재료의 원산지 등에 대한 규정이 까다롭다 보니 이런 규정을 지키면서 맛까지 보장하는 곳이 많을 리 없다. 그래서 빠넬로에는 난다 긴다 하는 미식가들이 모여든다. 보기와 달리 캐주얼한 이탈리안 음식점이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해도 된다. 뭘 먹어도 맛있지만 마르게리타를 추천한다. 도우와 토핑이 쫄깃하고 새콤한데 풍미가 깊다. 이곳에는 가장 비싼 버섯이라는 트러플만 잔뜩 올린 피자도 있는데, 느끼하거나 강하지 않고 은은하고 깊은 맛이 있다.
호머피자
화이트트러플피자에 맥주 한잔!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42길 19 / 02-793-3825
맛과 분위기를 모두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2층으로 이뤄진 가게 안에는 소파며 의자가 무질서한 듯 단정하게 놓여 있고 종이 메뉴판에서는 한글을 찾아보기 어렵다. 편하게 앉아 맥주 한잔 마시면서 피자를 즐길 수 있는 미국식 피자집이다. 뉴욕 피자처럼 도우가 크고 얇은 피자를 조각으로 판다. 가장 맛있는 부분은 도우다. 도우가 얇으면서도 탄탄한데 보통 미국식 피자에서 보듯이 피자 끝까지 토핑이 올려져 있지는 않다. 가장 유명한 메뉴는 화이트트러플피자인데, 짠맛을 트러플의 풍미가 잡아주는 느낌이다. 라구피자나 치즈피자도 인기다. 짭조름하면서 매콤한 라구피자는 맥주와 잘 어울린다. 크기가 커서 한 사람당 두 조각 이상은 먹기 어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