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가 결혼을 했다. 손꼽을 정도로 친한 친구이기도 하지만 더욱 각별했던 이유는 결혼식 사회를 내가 맡았기 때문이다. 대개 미혼 남성이 맡는 사회를 기혼 여성인 내게 선뜻 양보한 친구의 마음을 알 것 같아서, 결혼식 내내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는 데 온 신경을 썼다. 그러고 나서 신혼여행을 다녀왔을 친구를 생각하면서 허전해지는 마음을 어쩌지 못했다. 친해도 바쁜 일상 탓에 한 달에 얼굴 한 번 보기도 어려웠는데 이제 와 친구가 결혼했다고 허전해질 줄이야. 얼핏 외롭고 허전한 그 감정을 곰곰이 생각해본다. 우리가 나이 들어 서로가 모르는 세계에 들어서고, 예전과 같은 관계 맺음이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마 대부분의 곱창 마니아들은 성인이 되기 전부터 곱창을 먹는 일이 흔치 않았을 것이다. 곱창, 하면 술이 따르기 마련이고 곱창집의 시끌벅적하고 기름진 분위기는 미성년자에게 적합하지 않으니까. 곱창집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그런 기름진 기억이 많다. 월 35만 원 하는 자취방에 누워 있다가 나오라는 친구의 부름에 잠옷 위에 점퍼만 걸쳐 입고 나가 술잔을 기울이던 기억, 졸업 무렵 취업 원서를 내는 곳마다 족족 떨어져 울분을 참으며 억지로 배를 채우던 기억, 그런가 하면 한두 살 많은 ‘선배님’들이 비싼 고기 사준다고 해서 줄레줄레 따라갔다가 술 다 마시고 나오는 길에 기름진 바닥에 미끄러져 넘어진 기억도 있다.
아마 대부분의 곱창 마니아들은 성인이 되기 전부터 곱창을 먹는 일이 흔치 않았을 것이다. 곱창, 하면 술이 따르기 마련이고 곱창집의 시끌벅적하고 기름진 분위기는 미성년자에게 적합하지 않으니까. 곱창집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그런 기름진 기억이 많다. 월 35만 원 하는 자취방에 누워 있다가 나오라는 친구의 부름에 잠옷 위에 점퍼만 걸쳐 입고 나가 술잔을 기울이던 기억, 졸업 무렵 취업 원서를 내는 곳마다 족족 떨어져 울분을 참으며 억지로 배를 채우던 기억, 그런가 하면 한두 살 많은 ‘선배님’들이 비싼 고기 사준다고 해서 줄레줄레 따라갔다가 술 다 마시고 나오는 길에 기름진 바닥에 미끄러져 넘어진 기억도 있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도리어 곱창집에 갈 일이 줄었다. ‘일’로 만나는 사람들끼리는 좀 더 공식적이고 세련된 곳에서 술잔을 기울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간혹 곱창을 못 먹는 사람들도 있어서 무작정 곱창집으로 향할 수도 없다. 요즘이야 깔끔한 인테리어에 냄새 배지 않도록 조리를 다 해서 내오는 곳도 있지만, 곱창집이란 모름지기 시멘트 바닥에 원통형 의자가 어울리는 곳이다.
그래서 곱창이 맛없어도 곱창집에서 주문하는 술병은 줄어들지 않는다. ‘곱창이나 먹으러 가자’는 말은 ‘오늘 술 좀 마시자’ 또는 ‘격식 좀 떠나서 편하게 밥 먹자’는 얘기일지 모른다. 곱창집 안에서 제각각 모습으로 젓가락을 든 손님들을 관찰해보자. 곱창집 밖의 무언가를 내려놓은 얼굴들이다.
그 때문인지 곱창 맛집을 찾아가서는 집 앞 곱창집에서만큼 얼큰하게 취하지 않을 때가 많다. 곱창 맛을 느끼겠다고 곱창집에서의 원래 모습을 잊는 격이다. 그래도 곱창 마니아라면 자신만의 곱창집이 한두 곳 있기 마련이다. 숨어 있는 곱창 ‘고수’들도 많아 겨우 네 곳을 꼽는 곱창 맛집 목록에 선뜻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맛있는 곱창집은 그저 곱창 맛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니, 맨 처음 마음에 든 곱창을 먹으면서 느낀 놀라움을 떠올리는 기분으로 각자의 취향을 그대로 존중해주길 바란다. 원래 덕후의 취향은 그 취향 그대로 존중돼야 하니까.
황소곱창
기름을 제거하지 않아 고소 그 자체!
서울 관악구 관악로15길 39 / 02-875-7622
곱창 좀 먹어본 사람이라면 손꼽아 맛집으로 인정하는 곱창집이다. 오랜 단골도 많고, 이곳만 찾는 손님도 많다. 잘 손질된 신선한 곱창에 곱이 듬뿍 들어가 있어 노릇노릇 구워 먹으면 ‘이게 곱창이지’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곱이 부드럽고 고소해 씹을수록 풍미가 느껴진다. 기름을 제거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곱창의 풍미가 더 살아 있다. 곱창뿐 아니라 천엽, 간 같은 부속 고기도 다 신선해 곱창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곱창 기름에 볶아낸 볶음밥도 맛있다. 다만 가격이 약간 비싼 편이고, 가게가 좁아서 종종 기다려야 한다. 또 1인분 추가 주문이 안 되기 때문에 둘이서 간다면 처음부터 3인분을 주문하는 것이 좋다.
대명소곱창
동네 맛집을 넘어 서울 맛집
서울 광진구 능동로 298 / 02-454-3422
보통 ‘대명곱창’으로 줄여서 말하는 대명소곱창집은 서울 곳곳에서 이름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로 붐빈다. 모둠 메뉴를 시키면 막창과 함께 나오는데 곱창과 막창 크기가 상당하다. 인근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곧바로 떼어 오는 곱창이라 신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주인의 설명이다. 한우가 아닌 육우를 사용하는데 곱창은 한우보다 육우가 더 질이 좋다고 한다. 다른 유명한 곱창집에서도 육우를 사용하는 곳이 많다. 워낙 곱창의 신선함에 자신이 있어서인지 테이블 위에는 그 흔한 간장이 없다. 그저 소금에만 찍어 먹어도 맛있다는 얘기다. 곱창에 가득 찬 곱 역시 듬뿍 들어 있어 고소하다. 부추를 같이 구워 먹는데 곱창과 매우 잘 어울린다. 특히 염통을 꼭 구워 먹어볼 것을 권한다.
황주집
곱이 수북~ 중독적인 부드러움
서울 강북구 도봉로 372 / 02-903-6275
언제 가더라도 사람들로 붐비기가 일쑤여서 기다릴 때가 많다. 인근의 진주집과 함께 지하철 4호선 수유역으로 곱창 마니아들을 불러 모으는 곳이다. 다소 비싸지만 그만큼 꽉 찬 곱을 보면 불만이 사라진다. 처음 불판에 올라온 곱창은 거의 대창 수준으로 두텁다. 워낙 곱이 많아 곱창을 굽다 보면 곱이 수북이 쌓이기도 한다. 수저로 떠먹어보면 기름지지만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중독적이다. 종업원들이 볶다가 한 숟가락씩 떠 얹어주는 곱을 초장에 찍어 먹어보길 바란다. 김치와 볶음밥도 맛있다. 볶음밥을 만들 때 가미하는 비법 조미료는 듬뿍 뿌려 볶아 먹으면 감칠맛이 한층 더한다. 종업원들이 다들 친절해 기분 좋게 곱창을 먹고 나올 수 있다.
옛날한우곱창전문
‘한 판 더!’를 부르는 매운 양념장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59길 36 / 02-2654-8026
인근 주민들이 맛집으로 꼽는 곳이다. 본점 바로 곁에 분점도 냈다. 곱창의 신선함과 꽉 찬 곱을 보면 굽기도 전에 맛집이라는 확신이 선다. 다른 양념 없이 곱창만 구워 내는데 질기지 않고 풍미가 고소하다. 잡내도 없어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이 찾는다. 곱창 외에 대창도 인기 메뉴다. 함께 나오는 대파 굵기보다 훨씬 더 굵은 대창은 고소하고 기름진 맛이 매우 강하다. 볶음밥에는 매운 양념장이 들어가는데, 곱창 기름에 볶아 먹으면 중독성이 있다. 매운 양념장은 원래 상차림에는 없지만 주문하면 따로 내주는데 기름진 곱창과 대창이 약간 물릴 때 찍어 먹으면 ‘한 판 더!’를 외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