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코펜하겐, 파리서 실력쌓은 쉐프들의 다이닝 ‘오트렉’

산야초 2019. 12. 19. 21:45
김혜인의 놀멍쉬멍

을지로 허름한 건물 3층에 무슨 일이?

코펜하겐, 파리서 실력쌓은 쉐프들의 다이닝 오트렉

김혜인 기자  |  취재지원 을지로 직장인  2019-12-19


을지로 직장인 친구들이 요즘 만나면 하는 말이 있다. 을지로에 맛집들이 너무 많이 생겼다고. 상암동에서 일하는 나는 맛집 자랑을 하는 을지로 친구들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친구와 함께 을지로 오트렉을 찾아갔다

을지로 3가역에서 내려 인현상가 쪽으로 향했다. 골목골목 문을 닫은 공구 상가들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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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도착해?"

여기야"

눈을 의심했다. 사방은 모두 문을 닫은 상가들이고 덩그러니 낡은 건물 앞에 서 있었다. 아이고, 또 속았구나!친구에게 장난하지 말라고 묻자 따라오라며 나를 이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계단을 올라 3층에 도착했을 때, 남산 야경보다 훨씬 더 멋진 도심 풍경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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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후 6시에 딱 맞춰 도착해서 전망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계단을 사이에 두고 한 쪽은 주방, 다른 쪽은 음식을 먹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주방 앞에는 바가 있었지만 아직 운영되지 않는 듯했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예약은 필수다. 늘 만원사례기 때문이다. 나에게 저녁 약속은 양꼬치나 삼겹살, 곱창 등 소주를 곁들이는 음식이 전부였는데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곳에 오니 기분이 묘했다. 게다가 문 닫은 허름한 상가들을 지나 건물 3층에 위치한 고급스러운 식당이라니!


오트렉은 'Off The Record'의 줄임말로, 이곳에 방문하는 손님들이 일상의 스위치를 끄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지었다고 한다. 여기선 어디서도 만나보지 못했던 유러피안 퀴진을 만나볼 수 있다. 실제로 이곳을 책임지는 두 명의 셰프는 호주와 덴마크 코펜하겐 그리고 프랑스 파리 등 다수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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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단골인 친구에게 주문을 맡겼다. 내츄럴 와인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이기에 내츄럴 와인(80,000)도 한 병 주문했는데, 마개가 코르크가 아닌 유리로 되어있는 특이한 와인이었다. 가격을 검색해보니 와인샵에서 구입하는 것과 큰 차이도 없었다. 약간은 꿉꿉한 향속에서 풍겨나오는 화사한 꽃향기와 복숭아, 살구 같은 상큼한 과실향의 내츄럴 와인을 마시며 바깥을 바라보니 이 곳이 진정 을지로가 맞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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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뢰스티

첫 번째 음식으로는 감자 뢰스티(3pcs, 9,500)가 나왔다. 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감자 요리를 워낙 좋아하지만 이렇게 앙증맞게 장식된 감자 요리는 처음이었다. 서버는 잘라먹지 말고 한 입에 넣어 먹을 것을 추천했다. 입에 들어가는 순간 웃음이 나왔다. 너무 맛있어서 무슨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동안 계속 행복한 웃음이 나왔다. 처음 입에 들어갔을 때는 바삭했고 씹다보니 부드러운 으깬 감자 맛이 느껴졌다. 3개에 9,500원이면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환상적인 야경에 입에서 녹는 음식이기에 충분히 값어치가 있는 애피타이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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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쉬룸 스프

 두 번째 음식으로는 머쉬룸 스프(12,000)가 나왔다. 나는 스프는 오목한 보울에 나올 것이라 예상했는데, 이 곳에선 리조또를 담을 만한 움푹한 접시에 나왔다. 위에 얹어진 것은 치즈로 만든 크래커로, 부셔서 스프와 함께 먹으라고 말했다. 접시에는 수란도 있었는데 나의 좁은 음식관으로는 스프와 계란을 함께 시도하기 싫어서 친구에게 양보했다


식감은 쫀득한 크림 거품을 먹는 것 같았다. 거품이 가득 담긴 카푸치노의 윗부분을 떠먹는 느낌이랄까? 먹다보니 아래에는 버섯들이 보였고 스프와 함께 먹으니 버섯향이 진동하는 것이 맛이 제법 괜찮았다. 하지만 나는 액체에 가까운 옛날식 스프에 익숙해진 터라 이 스프는 개인적으로 내 입맛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12,000원이라는 가격을 충분히 지불할 만한 정성이 들어간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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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킹 덕 스테이크

 세 번째 음식으로는 메뉴인 스모킹 덕 스테이크(32,000)가 나왔다. 인스타그램 사진을 보고 탐스러운 오리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작은 오리 부위가 나와서 살짝 아쉬웠다. 하지만 이 아쉬움은 오리 고기가 입 안에 들어가는 순간 사라졌다. 살면서 먹어본 오리 고기 중에 가장 부드러웠다. 오리 고기를 먹다보면 연한 부분도 있고 퍽퍽한 부분도 있는데 이 곳은 한 접시를 모두 비울 동안 모든 고기가 부드러웠다. 게다가 기교 보다는 재료 본연의 풍미가 그대로 느껴지는 맛이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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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 라구 파스타

 처음에 시킨 메뉴가 모두 나왔다. 하지만 나는 아직 배가 고팠다. 친구는 덕 라구 파스타(23,000)를 주문했다. 난 파스타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항상 먹던 토마토 소스와 크림 소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음식이 나오고 한 입을 먹은 순간 이 말이 튀어나왔다. 오리 백숙에 스파게티 면을 넣은 것 같아!" 남한산성 등산 후에 먹던 오리 백숙보다는 더 부드럽고, 훨씬 진했으며, 잡내도 없어 손이 많이 간 고급 오리 백숙 같았다. 오리 백숙 국물의 복잡한 맛이 나는 진한 라구 소스에 파스타 면을 곁들여 먹는 상황이 신기했다. 나이를 불문하고 호불호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담백하고 간이 잘 베어든 파스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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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 아이스크림

 이제 좀 배가 찼다. 일 년에 디저트를 먹는 날이 손에 꼽힐 만큼 적지만 특별한 디저트라는 친구의 추천으로 주문했다. 밀크 아이스크림(2pcs, 7,500)이 나왔다. 두 스쿱으로 이뤄진 작은 크기의 귀여운 아이스크림이었다. 이 곳에서 직접 만들었다는데 맛이 궁금했다. 사실 모양이 예뻐서 숟가락으로 한 스푼 뜨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아이스크림은 보는 것만큼 맛도 좋았다. 고소한 토피 견과류의 맛이 부드러운 아이스크림과 조화되어 반대되는 식감으로 조화로운 맛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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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을지로에서 식사를 해보니 을지로 직장인들이 부러웠다. 날마다 새로운 음식점들이 들어오고 사라지고 있다는 을지로. 역으로 가는 골목길마다 신기하고 재밌는 음식점들이 많이 보였다. 누군가가 아니었으면 평생 오지 않았을 듯한 매력적인 곳이었다. 나를 아껴주는 친구 덕분에 잊지 못할 경험을 하고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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