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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재, 전복, 한우안심 그리고 마늘볶음밥

산야초 2020. 3. 1. 22:27

바닷가재, 전복, 한우안심 그리고 마늘볶음밥

워커힐 '모에기' 런치코스

김혜원 영양사  2020-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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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비스타 워커힐 1층에 자리잡고 있는 일식 식당 '모에기'에 다녀왔다. 내부 인테리어는 차분하면서도 톤 다운된 느낌으로 입구부터 깔끔한 일식의 맛과 잘 어울렸다. 우리는 디너(1인 25만원)보다는 저렴한 런치 메뉴 (1인 12만원)를 먹으러 방문했다.

런치 철판 메뉴로는 사사야키 코스와 도키메키 코스가 있다. 사사야키에는 새우와 가리비,  한우 등심이 제공되고 도키메키는 바닷가재와 한우 안심이 제공된다. 철판 요리의 경우 다찌 형식의 테이블로 철판앞에 길게 준비되어있기 때문에 창가 자리는 아니지만 화려한 불쇼와 함께 식사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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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도키메키 코스를 선택해서 첫 번째로 바닷가재와 전복, 채소 등이 준비됐다. 식재료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와 신선하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전복은 통통하고 살이 잘 올라있었다. 철판에 올려 양념을 곁들여 잘 구워지며 마지막으로 화려한 불로 마무리해서 테이블에 올려진다. 원재료부터 내 앞에 놓이는 모든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맛있게 익어가는 냄새에 식욕을 참기가 매우 힘들었다.

익어가는 동안 특히 버터의 향이 굉장히 진하고 고소하기에 비법을 물어봤다. 예상했던대로  ‘이즈니 버터’를 사용한다고 한다. 이즈니 버터는 특유의 풍미가 강하고 고소함이 뛰어난 버터로 식재료의 맛을 뒤에서 잘 받쳐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플레이팅은 양파 시즈닝이 듬뿍 뿌려져 있었다. 곁들여진 초록색 소스는 와사비 마요라 생각했는데 모에기의 특제 바질 소스였다. 바질의 산뜻함이 버터에 구워진 바닷가재와 황홀한 하모니를 이루었고, 전복의 경우 앞에 놓인 양파절임과 궁합이 좋았다. 채소도 버터에 버무려져 구워져서인지 그냥 먹기만해도 이게 내가 평소 먹던 채소인가 싶을 정도로 기름지고 식감이 뛰어났다. 

해산물과 함께 나온 샐러드도 있었다. 일본식 참깨소스의 맛이 입안 가득 진하게 퍼지며 채소의 아삭한 식감이 해산물과 잘 어울려 함께 먹으니 맛이 배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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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한우 안심이 구워져 나왔다. 철판에서 버터와 함께 익혀져 나왔는데 미디움 레어지만 핏물이 보이는게 싫다는 말에 세심하게 4면을 모두 익혀 육즙을 가두며 속은 완벽한 미디움 레어로 익혀주셨다. 안심의 경우 미디움 레어가 가장 맛있다고 하니 참고해서 다음에 소고기를 먹을 때 이야기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함께 나온 숙주는 간이 거의 되어있지 않아 옆에 함께 나온 보리된장과 함께 먹으면 좋은데 식감은 꼬들하면서 한국의 된장과는 완전 다른 일본의 장맛이었다. 달콤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이 아삭한 숙주와 어우려져 고기만큼 이 플레이트를 빛내준 조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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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식사인 마늘볶음밥과 미소 시루다. 마늘볶음밥의 볶는 과정부터 기대감이 만발했는데, 넓은 철판을 최대한 활용해 밥알 한톨한톨을 높이서 떨어트리며 밥알을 볶는 것보다 튀겨내는 것에 가깝게 조리했다. 조리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식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실제로 입에 넣어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마치 밥알로 팝콘을 만든 것 같은 식감이었다. 바삭하면서도 속은 밥의 뭉근함이 남아 있었고, 같이 나온 깍두기도 익음 정도가 아주 좋아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 메뉴였다. 처음 메뉴판을 보고 ‘마늘볶음밥이 여기 왜 있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먹어본다면 누구나 감탄을 자아낼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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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팥과 콩가루를 올린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과일이 준비되었다. 앞에서 먹었던 음식들을 가볍게 입가심하기에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일식당에 가면 주로 말차 아이스크림이 준비되는데 철판 코스와 말차는 어울리지 않고 텁텁한 끝맛을 남기기가 쉽다. 바닐라에 콩가루가 가미되어 담백하면서도 달콤하게 입에 남아 아주 만족스러운 마무리였다.


서울 시내 여러호텔에 철판요리들이 준비되어있지만, 워커힐의 경우 본재료의 신선함과 맛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고 자부할 수 있는곳이었다. 내가 어디서 먹었던 바닷가재와 전복보다 맛이 훌륭했으며 마늘 볶음밥은 장인 정신이 깃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인당 10만원이 넘는 가격이었지만 감탄을 자아내는 곳이었다. 지인들에게도 강력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