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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의 꽃이야기] 뚱딴지의 유래를 아시나요

산야초 2020. 10. 6. 21:05

[김민철의 꽃이야기] 뚱딴지의 유래를 아시나요

김민철 선임기자

입력 2020.10.06 08:00

 

김민철의 꽃이야기입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 위주로 꽃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위 대문 사진 꽃은 초봄 야생화 처녀치마입니다. ^^

◇고향 가면 언제나 반겨주는 꽃, 뚱딴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핀 뚱딴지.

 

추석 즈음 고향에 가면 언제나 반겨주는 꽃이 있습니다. 고향 마을 입구 언덕엔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노란색 꽃이 웃는 듯 피어 있습니다. 이름이 뚱딴지입니다.

 

올 추석엔 코로나 때문에 고향에 내려가지 못했는데 대신 서울 인근에서 뚱딴지를 여러 번 보았습니다. 남한산성 성곽 아래에서도, 남한강 인근 밭가에서도, 유명산 계곡 주변에서도 뚱딴지가 웃으며 맞아주었습니다. 추석에 고향에 못간 사람들을 위로하는 듯 했습니다. 이처럼 뚱딴지는 주로 마을 부근의 풀밭이나 언덕에서 자랍니다.

 

뚱딴지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1.5∼3m로 자라는 키다리꽃입니다. 뚱딴지는 땅속에 감자 모양의 덩이뿌리가 발달하는데, 이를 ‘돼지감자’라고 부릅니다. 뚱딴지라는 이름도 꽃과 잎은 감자같이 생기지 않았는데 감자같은 덩이뿌리가 달렸다고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처음엔 덩이줄기를 식용 또는 가축 사료로 쓰기위해 재배했으나 지금은 인가 근처에서 야생으로 자라는 식물입니다.

 

복거일 소설 ‘캠프 세네카의 기지촌’은 미군 기지촌 주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그렸는데, 뚱딴지가 어떻게 쓰였는지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일화가 나옵니다. 3년 전 이맘때 페이스북에 뚱딴지 사진을 올리자 한 페친이 이 소설에 뚱딴지가 나온다는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

 

<우리가 파주에 살았을 때, 한번은 아버지께서 돼지감자를 많이 심으셨다. 돼지감자의 왕성한 번식력이 마음에 드신 것이었다. 아버지께선 돼지감자를 먹이로 삼아 돼지를 키우실 생각이셨다. 그러나 돼지들의 생각은 달랐다. 돼지감자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다른 먹이가 있으면, 돼지감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버리기 아까워서 많이 먹은 우리 식구들만 배탈이 났다.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듬해 우리 밭엔 누가 심지도 않았는데 돼지감자들이 곳곳에서 불쑥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어머니께선 화가 나셔서 콩밭 위로 솟은 돼지감자들을 보는 대로 뽑아내셨지만, 돼지감자들은 다음 해에도 돋아났다.(중략)

 

뒷날 나는 돼지감자가 표준어로는 뚱딴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뒤로 뚱딴지라는 말을 듣게 되면, 나는 콩밭에 뚱딴지처럼 솟아서 노란 얼굴로 천연덕스럽게 둘레를 굽어보는 돼지감자를 떠올리고 미소를 짓곤 했다.>

 

뚱딴지는 3m까지 자라는 키다리꽃이다.

 

저는 삼잎국화와 헷갈리는데, 잘 보면 다른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뚱딴지는 잎이 긴 타원형이지만, 아래 삼잎국화는 잎이 여러 갈래(3~7갈래)로 갈라집니다. 또 뚱딴지는 꽃 중심부(관상화)가 평평한 편이고 진한 노랑색 또는 갈색인데, 삼잎국화는 반구형으로 불룩하고 노란색을 띤 녹색입니다. 삼잎국화는 잎이 삼베를 짜는 삼잎과 비슷하다고(숫자 셋과는 무관하게) 붙은 이름이라는데 우리 세대만 해도 삼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니 그냥 외울 수밖에 없습니다. ^^ 꽃잎이 여러 겹인 겹삼잎국화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삼잎국화. 뚱딴지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잎이 갈라졌다.

 

나래가막사리도 뚱딴지나 삼잎국화 비슷하지만 좀 다른 식물입니다. 줄기에 날개가 있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몇년전 치악산에 갔다가 나래가막사리가 엄청 퍼져 있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나래가막사리. 뚱딴지, 삼잎국화와 비슷하지만 줄기에 날개(사진 왼쪽 아래 부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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