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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고른 전 맛집 best 4

산야초 2020. 10. 7. 20:57

덕후의 취향 (29) 전

내 맘대로 고른 전 맛집 best 4

글 : 최선희 객원기자

 

사람과 사람 사이처럼, 음식에도 궁합이 있다. 특히 술과 안주는 ‘페어링(Pairing)’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그 조화를 중요하게 여긴다. 두 음식 사이의 적절한 조합은 각자 가지고 있는 고유한 풍미를 더욱 높여주고, 먹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그런 점에서 서양에는 와인과 치즈가, 우리에겐 막걸리와 전이 있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이 조합은 완벽에 가깝다. 실제로 지난해 한 유통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비 오는 날 막걸리 매출이 맑은 날과 비교해 34% 올랐고, 밀가루와 부침가루 매출도 각각 20%, 11%가 높았다.

비 오는 날 술안주로 전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유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다. 전 부칠 때 나는 기름 튀는 소리가 빗소리와 주파수가 같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습도가 높아지면서 유난히 예민해진 후각이 기름 냄새에 더 쉽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영양학적으로는 탄수화물을 통한 당분 보충으로, 날씨 때문에 우울해진 기분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과학적인 검증 여부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넉넉히 기름을 두르고 잘 달궈진 번철에서 금방 꺼낸 따끈한 전은 이유 불문, 맛있기 때문이다. 한국 음식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에게도 호불호가 거의 갈리지 않아 세계화 가능성도 매우 높다.

몇 년 전 캐나다에 살 때 현지인 친구의 와인 파티에 초대된 적이 있다. ‘포트럭(Potluck)’ 방식이라 각자 간단한 음식 한 가지씩 준비해 가야 했다. 나는 한국인으로는 유일한 참석자인 데다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라 메뉴에 대한 고민이 컸다. 한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맛있으면서도 인상적인 ‘전통 음식’을 소개하고 싶었다.

마땅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무심히 창밖을 바라보는데, 후드득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퍼붓는 비를 보고 있자니 파전에 동동주 생각이 절로 났다. 유레카! 곧바로 빗속을 뚫고 가서 장을 봐 왔다. 육전, 흰살생선전, 새우전, 버섯전, 호박전을 부쳐 ‘모둠전 플래터’를 만들었다. 와인과 어울릴지, 외국 친구들 입맛에 잘 맞을지 걱정이 많았지만 기우였다. 그날 파티에서 전은 단연 최고의 인기 메뉴였다.

최근에 어느 전집에서 와인 안주로 모둠전을 내는 것을 보고 그날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맥주와도 잘 어울릴 것 같다”며 펍(Pub)을 내보라던 캐나다 친구의 조언과 함께.

단언컨대 전은 어떤 술, 어떤 날씨와도 잘 어울린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날이 좋으면 좋은 대로, 전은 언제나 옳다.



부산 동래할매파전
말이 필요 없는, 4대째 파전 명가
부산 동래구 명륜로 94번길 43-10 / 051-552-0792

 
© 네이버블로그 - discoverlee11

동래파전은 조선시대 임금님께 바치던 진상품이었다. 그 귀한 맛을 내는 곳이 바로 부산 동래구에 있는 ‘동래할매파전’이다. 1920년대 후반 동래 장에서 시작, 며느리들 손으로 대물림하면서 4대째 이어오고 있다. 어릴 적 부모 손을 잡고 파전 먹으러 왔던 아이가 할아버지가 되어 손자들을 데리고 오는 집이다. 동래파전은 흰 뿌리 부분과 빳빳한 겉 파는 다 버리고 부드럽고 야들야들한 속대만 쓴다. 자르지 않고 길쭉한 모양 그대로 번철에 깔고 굴·대합·바지락·맛살·새우·홍합 등 각종 해물을 넣어 부쳐낸다. 젓가락으로 들면 축축 늘어질 정도로 질척한 것이 특징. 반죽은 파와 해물이 엉기도록 소량만 쓴다. 찹쌀가루와 멥쌀가루를 주재료로 디포리(밴댕이)·다시마·무·파뿌리·양파를 우려낸 육수를 넣어 반죽한다. 간장이 아니라 초장에 찍어 먹는데, 달달한 파와 신선한 해물이 초고추장과 어우러져 깔끔한 뒷맛이 난다.



망원시장 우이락
‘가성비 갑’ 핫플레이스… 쫄면과 육전의 찰떡궁합
서울 마포구 포은로 8길 22 / 02-336-5564

 
© 네이버블로그 - idislikeit

맛집 많기로 유명한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 최근 또 하나의 명소가 추가됐다. 바로 시장 한가운데 문을 연 ‘우이락’이다. 막걸리와 각종 전을 판매하는 이곳의 대표 메뉴는 모둠전. 꼬치전, 동그랑땡, 깻잎전, 고추전, 두부전, 새송이전, 명태전, 표고버섯전, 애호박전, 가지전 등 열 가지 전이 바구니 한가득 담겨 나온다. 가격은 1만 5000원으로 가성비가 뛰어나다. 오징어와 새우, 파가 듬뿍 들어간 해물파전, 큼직한 고추 속에 고기소를 채워 바삭하게 튀겨낸 고추튀김, 주문 즉시 강판에 갈아 부치는 감자전도 별미다. ‘마약 소스’ 양파절임과 같이 나오는 육전은 부추 쫄면에 싸먹으면 찰떡궁합. 육전의 느끼함을 잡아줘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압구정 묵전
향긋한 미나리파전의 유혹, 비주얼과 맛을 한번에!
서울 강남구 언주로168길 22 / 02-548-1461

 
© 묵전 페이스북

막걸리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입소문이 난 곳이다. 팔도 막걸리와 한국식 요리 안주를 판매한다. 특히 직접 블렌딩해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묵전 하우스 막걸리가 별미. 대표 안주로는 ‘시골 장터 모둠전’이 있다. 김치전, 호박전, 동태전, 깻잎전, 버섯전, 오징어전, 동그랑땡 등 즉석에서 부친 여덟 가지의 전을 푸짐하게, 골고루 맛볼 수 있다. 긴 사각 접시에 정갈하게 플레이팅해 비주얼과 맛 모두를 잡았다. 향긋한 미나리파전도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흔치 않은 메뉴이고, 한방 육수에서 푹 삶아낸 삼겹살을 두툼하게 썰어 도마 위에 올려낸 보쌈도 인기다. 3층 규모의 실내는 가정집을 원목 인테리어로 개조해 따뜻하고 아늑하면서도 분위기가 깔끔해 모임 장소로도 추천할 만하다. 야외 테라스석도 있다.



미미원
지글지글~ 주문 즉시 테이블에서 부쳐줍니다
광주 동구 백서로 218 / 062-228-3101

 
© 네이버블로그 - mina01400

육전은 광주에서 꼭 맛봐야 하는 음식 중 하나로 꼽힌다. 각종 맛집 소개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차례 소개된 미미원은 테이블마다 전기 팬을 구비, 주문과 함께 직원이 즉석에서 찹쌀가루와 달걀물을 묻혀 부쳐준다. 육전과 해물전 전문으로 국내산 한우암소 육전과, 낙지·굴·키조개·맛조개 등의 해물전, 생선전 등을 판매한다. 육전이 대표 메뉴지만 〈백종원의 3대 천왕〉에 소개될 당시 “처음 먹어본 맛”이라는 평가를 받은 낙지전도 인기다. 잘게 다진 낙지를 찹쌀가루와 달걀물을 입혀 한입 크기의 전으로 부쳐내는 것. 전은 파절임과 함께 먹거나 쌈을 싸서 먹는다. 육전을 찍어 먹는 곡물 소금은 소금에 검정깨·콩·땅콩·팥·들깨·녹두 등 여덟 가지 곡물을 섞어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