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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고른 김밥 맛집 best 4

산야초 2020. 11. 15. 18:10

덕후의 취향 ⑪ 김밥

내 맘대로 고른 김밥 맛집 best 4

글 : 김효정 조선뉴스프레스 기자

 

사소하고 보잘것없다고 취급되던 것이 가치 있는 것으로 탈바꿈하는 때다. 굳이 ‘레트로(Retro)’라는 스타일을 갖다 붙이지 않아도 오래되고 낡은 소품에도 귀한 의미를 부여하곤 한다. 이야기도 마찬가지여서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는 사람이 많다.

누구에게나 김밥에 얽힌 기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어릴 적 소풍날이면 엄마가 새벽같이 부엌에 서서 만들어내는 김밥 하나 주워 먹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고, 모래바람 부는 운동회 날에 식어버린 프라이드치킨과 김밥을 앞에 두고 들떴던 기분도 떠오를 것이다. 남자 친구와 데이트를 떠나다가 은박지에 싼 김밥을 펼쳐놓고 운전대 잡은 남자 친구에게 하나씩 먹여주던 기억도 있을지 모른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기억은, 대학 다닐 때 학교에서 김밥을 팔던 할머니에 얽힌 이야기다.

중앙도서관에서 인문대학으로 가는 길 어귀에서 항상 김밥을 팔던 할머니가 있었다. 학교의 허가를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할머니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김밥 몇 줄 쌓아두고 지나가는 학생들을 상대로 김밥을 팔곤 했다. 늘 그곳에 있었기에 인식하지도 못하고 지나치곤 했는데 어느 날은 친구와 함께 배가 고파 김밥 한 줄 사들고는 연못 앞 벤치에 앉았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장면이다. 연못을 바라보다가 “예전에는 저기에 다리가 있었다고 하더라”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사오자” 시시덕거리다가 결국 내기에 진 친구가 자판기 커피 두 잔을 뽑아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스마트폰도 없을 때라 기다림은 그냥 시간을 보내는 일이라서 학생들이 조잘조잘 떠들며 지나가는 소리, 무엇인가 연못에 물을 튀기는 소리, 따뜻한 가을 햇살을 듣고 느끼며 시간을 보냈다.

음식은 종종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 기억 속의 음식을 맛볼 수 없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나중에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할머니가 파는 김밥을 먹고 배탈이 난 경우도 더러 있었다고 한다. 글을 쓰면서 물어보니 “기억에 남지 않는 맛이었다”고 말한 친구도 있었다. 그러나 왜 그런지 기억 속 그날 먹은 김밥만큼 맛있는 김밥은 없었다.

맛있는 것을 찾아 헤매는 미식 덕후의 종착점은 결국 ‘기억 속의 맛’일지도 모른다. 가장 맛있게 먹었던, 가장 그리웠던 그 맛을 찾는 것. 늘 새롭고 충격적인 맛을 찾아 헤매는 것 같다가도 결국 손을 들어주게 되는 건, 익숙한 맛을 내는 접시다.



후랜드
30년 역사의 엄마 손맛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309 / 02-543-5451


‘프렌드’가 아니라 ‘후랜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상가에 있는 이 김밥집의 외양은 얼핏 보기에 요즘 추세에 맞게 깔끔하지만 여기저기서 손때 묻은 30년 역사가 느껴진다. 가게 밖에서 고개를 들어보면 보이는 옛날 ‘후랜드’ 간판이 대표적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판다가 접시를 나르는 간판이 달린 이 집의 김밥 맛 역시 옛날 그대로다. 메뉴는 단출하다. 김밥과 유부초밥이 주 메뉴. 꼬마깁밥과 식혜도 파는데 대부분 김밥과 유부초밥이 모두 들어 있는 콤비 메뉴를 사 간다. 김밥에는 다진 소고기, 우엉, 단무지 2개, 오이와 당근, 달걀이 들어 있다. 밥이나 속재료 양이 옛날 엄마가 싸주던 김밥 모양 그대로다. 맛도 그렇다. 처음 먹어보면 평범하다 느낄지 모르지만 이만한 맛을 내는 김밥도 찾기 드물다. 김밥 하면 떠오르는 딱 그 맛이다.



연희김밥
색다른 재료 선보이는 유명 맛집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가길 2 / 02-323-8090


색다른 속재료를 넣은 김밥이 맛있는 곳이다. 꽤 유명해 방송에서도 여러 번 다뤘고, 인근에 분점을 두고 있다. 본점 휴무일과 분점 휴무일이 각각 수요일과 일요일로 달라 언제 가든 김밥을 먹을 수 있다. 분점에서는 키오스크 같은 자동판매기에서 주문이 가능하고, 바로 옆에 라면도 끓여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오징어김밥과 산더덕김밥을 추천한다. 오징어김밥은 크기에 따라 일반과 꼬마김밥 두 가지가 있는데, 오징어를 맵게 양념해 넣어 매운 걸 잘 못 먹는 사람은 힘들어할 수 있다. 산더덕김밥은 더덕 향이 아주 강하지는 않으나 식감이나 풍미 면에서 꽤 괜찮다. 참치김밥이나 연희김밥은 평범한 맛이다. 꼬마김밥도 맛있다. 고소한 참기름 맛이 느껴지는데 그냥 먹어도 좋고, 떡볶이나 다른 분식과 곁들여 먹기에도 좋다.



물고기김밥
소풍 김밥으로 딱!
서울 동대문구 천장산로 6 / 02-963-4580


원래는 서울 광진구 광장동 인근에 있었는데 지금은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국어대학교 인근으로 옮겼다. 영업 시작 시간이 늦은 편이다. 오전 11시가 돼서야 문을 연다. 앉아 먹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포장해 간다. 기본 김밥인 물고기김밥 외에도 참치김밥, 치즈김밥, 매운오뎅김밥 등 일곱 가지 메뉴가 있는데 물고기김밥과 참치김밥이 맛있다. 물고기김밥에는 달걀이 길게 두 겹 정도 들어가 있다. 달걀, 햄, 오뎅, 당근, 단무지를 깻잎이 감싸고 있는 모양인데 특별할 것 없는 재료지만 감칠맛 나서 계속 먹게 된다. 소풍 때 사 간다면 딱 어울릴 만하다. 참치김밥에는 마요네즈에 버무린 참치가 잔뜩 들어가 있는데 삐져나온 참치 양도 상당하다. 뒤늦게 찾아가면 재료가 소진돼 김밥을 먹지 못할 때도 있다.



고른햇살
참치김밥의 지존
서울 성북구 개운사길 27 / 02-953-3394


얼핏 보면 대학교 앞에 있는 흔한 분식집처럼 보인다. 음식을 주문하는 방식도 주문지에 체크해서 넘기는 것으로 여느 분식 프랜차이즈와 별다를 바 없다. 메뉴도 떡볶이부터 라면, 우동, 만두, 순대, 냉면까지 다양하다. 이 분식집의 인기 이유는 참치김밥 때문이다. 참치김밥을 시켜놓고 보면 김밥이 터질 듯이 가득 찬 속재료가 인상적이다. 3000원이라는 착한 가격에 비해 놀라운 부피다. 참치, 당근, 오이, 햄, 단무지, 달걀이 들어가 있는데 평범하지만 물리지 않는 전통적인 맛이다. 다른 분식 메뉴 역시 가격 대비 기대 이상의 맛을 낸다. 김밥에 곁들여 먹을 떡볶이나 라볶이는 평균적인 맛인데, 무난한 맛을 내기가 가장 어렵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만족해할 만하다. 대학교 앞에 있는 만큼 영업시간이 길고 연중무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