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52주 신저가’ 행진 언제 멈추나… 올 들어 17% 하락
최고 실적에 개미 10조 순매수에도 떨어져
증권사들은 상승 예상
지난달 초 ‘7만 전자’가 깨졌을 때 부모님께 “삼성전자 주식을 좀 사두시라”고 권했던 증권사 직원 이모(34·성남시 분당구)씨는 “부모님 뵐 낯이 없다”고 했다. 주가가 오르기는커녕 ‘5만 전자’에 가까워지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주가는 3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발표한 28일에도 떨어졌다. 전날보다 0.31% 하락해 6만4800원에 마감하면서 52주(최근 1년) 신저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에 77조7815억원의 매출을 올려 3분기 연속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세웠고,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50.5% 급증한 14조10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보다 9000억원이나 많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주가는 실적과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내려갈 때마다 대규모 물타기(주가가 낮을 때 매수해 평균 매수가를 낮추는 투자 기법)에 나서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그보다 더 많이 팔아치우고 있어 아래로 꺾인 주가 그래프가 좀처럼 방향을 틀지 못하고 있다.
◇최고 실적에도 주가는 하락
28일 기준 유가증권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비율은 18.4%까지 떨어졌다. 2019년 5월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우리 증시에서 삼성전자의 존재감은 한때 26.1%(2020년 3월 19일)나 됐지만, 이후 슬금슬금 비율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주가지수 하락 폭보다 삼성전자 주가가 더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올 들어 코스피 지수가 10.4% 하락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17.2%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먼저 거시경제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 경기에 수요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도체 업종 특성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최근 중국의 코로나 확산세까지 겹친 이 상황이 좋을 리 없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점유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바닥 탈출 시기에 대한 전망이 점점 늦춰지고 있다. 3월 중순 이후 D램 현물 가격도 하락하고 있어 하반기 IT,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개선에 대한 시장 확신이 점차 약화되는 중이다.
삼성전자 경쟁력이 정체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전 개미’들에겐 이 점이 더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 부문에서 삼성이 경쟁력을 키우기는커녕 선두와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 생산) 부문에서 글로벌 1위 기업 TSMC의 점유율이 전년보다 3%포인트 높아진 56%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반면, 삼성전자 점유율은 18%에서 16%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반도체주는 전부 빙하기… 500만 개미가 운다
작년 말 기준 삼성전자 개인 주주는 505만여 명. 개인들은 올 들어서도 10조원을 순매수했다. 평균 순매수 단가는 6만9500원 선으로 추정된다. 28일 주가(6만4800원)보다 6.8% 높은 가격이다. 그만큼 손해를 본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해외 반도체 주식도 많이 샀지만, 수익률은 마이너스다. 가장 많이 사들인 것은 ‘디렉시언 데일리 세미컨덕터스 불 3X’(6억1298만달러)로, 뉴욕 증시에 상장된 주요 반도체 기업들로 구성된 지수 수익률의 3배만큼 수익을 얻는 레버리지 ETF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종목 가격은 4월 들어 43.4% 폭락했다.
서학개미 순매수 2위 종목인 엔비디아와 3위 AMD 주가가 각각 32.5%, 22.3% 하락하는 등 세계 반도체 기업 주가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는 현재 실적보다는 거시경제 회복에 따른 앞으로 전망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중국이 경기 부양 강도를 높이고 우크라니아 전쟁이 끝나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경우 3분기부터 주가가 회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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