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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만 작가가 펴낸 <박정희 일화에서 신화까지(서림문화사 출간)> ⓒ인터넷교보문고 | 역대 대통령 중, 2008년 현재의 정치와 경제 분야에 있어서 가장 두드러진 관심을 받고 있는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각계각층의 사람들에 의해 전해져 오고 있다.
그런 박 전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모와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에 대한 책 한 권이 새로 출간됐다. 책의 이름은 <박정희 일화에서 신화까지>다.
동화작가인 김인만 씨가 서술한 이 책은 박정희 시대로부터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는 일화로 본 정치인 박정희와 인간 박정희의 모습을 작가 특유의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다.
“박정희라면 숭례문 화재 현장에 달려왔을 것”
이 책을 쓴 김인만 작가는 최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월 서울 숭례문이 화염에 휩싸였을 때 현장에 나타난 대통령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왔다”고 집필의 직접적인 이유를 밝혔다.
김 작가는 그러나 “대통령의 일사분란한 지휘 아래 최적의 진화 수단으로 서울의 상징이고 대한민국의 관문인 숭례문을 재앙으로부터 구해내는 장면은 죽은 박정희가 현실로 들어온 착각이고 환각이었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몰려나와 발을 동동 구르고 눈물을 흘리며 잘못을 비는 현장에는 대통령도 없었고 정치도 없었다”고 한탄한 김 작가는 “박정희라면 벌떡 일어나 달려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려 6백년의 풍상을 견뎌온 숭례문이 대한민국 건국 60년 만에 불타 없어지는 ‘국가 관리의 실종’을 목도하면서 말장난의 포퓰리즘 정치, 알량한 권력 놀음, 지도층의 위선과 기회주의, 그리고 가진 자들의 방관과 오만, 이타주의를 비웃는 이기주의가 횡행하는 현실이 환멸스러울 때, 박정희는 비현실로부터 현실의 문을 박차고 나와 우리 앞에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다”고 박 전 대통령을 평가했다.
“박정희는 공식 행사에서 애국가 부르는 소리가 시원치 않자 다시 부르게 했고, 야구 경기의 시구를 하면서 자신이 던진 공이 포수석을 벗어나자 다시 던져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고서야 만족한 웃음을 지었던 사람”이라는 게 이날 김 작가가 설명한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이다.
김 작가는 이어 “목장의 송아지가 더러운 것을 보고는 ‘사람의 몸처럼 닦아주라’고 엄하게 지시를 하고, 신발을 구겨 신는 사람에게는 ‘평생 구겨진 팔자로 살고 싶으냐’고 야단을 치는 사람이 바로 박정희”라면서, “또 그를 따라다니며 고생한 언론사 카메라맨들이 청와대를 떠나게 됐을 때는 얼마간의 돈이 예금된 통장을 작별의 선물로 줬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이 형식이 아닌 실질을 중시하고, 목표가 분명하며, 부지런하고 반듯하고 알뜰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게 김 작가의 설명이다.
“5.16이 아니었으면 박정희는 벌써 죽었을 사람”
김 작가는 책이 품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 “박정희의 약점이나 인간으로서의 불완전한 내면에 친근감과 흥미를 갖고 있다”고 전제하고는, “특별하지 않은 보통 인간의 모습은 스스럼없이 접근할 수가 있고, 그를 가까이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며, “장점 자랑은 식상하기 쉽지만 약점은 인간의 모습을 보다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어서 그것대로의 가치가 있다”고 말해, 이 책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양이나 반대를 담고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실 그동안 세간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여자를 좋아했고, 만주군 장교 경력이 있으며, 한때 좌익에 연루됐었다는 3가지를 박 전 대통령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거론해왔다.
김 작가는 이 문제들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준비하고 있는 듯했다. 그는 “술자리 풍월을 즐기는 한량 기질의 사내가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문을 열고는 “여자에 빠져 국가 경영을 망쳤다면 욕을 먹어도 싸지만, 어디 박정희가 그런 지도자였느냐”면서 “역사는 사생활을 묻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만주군 장교 경력에 대해서도 김 작가는 “역사의 관찰자들이 독립투쟁의 윗길을 간 사람들과 박정희를 마주 세울 때 그는 아랫길에 내려서 있다”면서 “전시에 군인이 되는 것은 죽음 앞에 투신하는 것인데, 박정희의 남에게 굽히기 싫어하는 성격이 군인의 길을 가게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해방 직후 좌익 연루’에 대해서도 김 작가는 “군 시절 박정희는 총구를 겨눈 자 앞에서 태연히 술잔을 비워 그를 질려버리게 만든 위인”이라고 규정하고 “한 마디로 좌익 연루 사건은 명분 없는 개죽음의 함정이었고, 죽이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신망을 얻고 있었고 그것이 그를 살렸다”고 주장했다.
‘5.16이 아니었으면 박정희는 벌써 죽었을 사람’이라는 항간의 평가에 대해 김 작가는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전쟁의 폐허 위에 나뒹구는 비참한 가난, 굶주림과 부패, 다 망가져 자빠지고 엎어진 허무와 절망을 견딜 수 없었던 박정희는 5.16이 아니면 내면의 폭발로 산산히 부서졌을 이름”이라는 게 그 이유다.
“박정희 시대는 독재가 아닌 독단과 독주의 시대”
박 전 대통령에게는 늘 ‘한국 현대사의 최대 독재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김 작가의 관점은 달랐다.
그는 “20세기의 가장 놀라운 성공으로 대한민국을 환골탈태 시킨 박정희 시대는 독재가 아닌 독단과 독주의 강행군이었다”면서 “그 시대는 국가 역량을 총동원한 땀과 눈물, 그리고 꿈과 사랑의 세월이었다”며 “박정희는 강한 자에게 무섭고 약한 자에게는 한없이 약해 눈물도 많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책에 대해 “이 책은 박정희 시대가 남긴 갖가지 일화에 대한 필자의 해석”이라고 소개하고, “박정희 시대 18년은 지독한 정열로 산림녹화를 이룬 것만큼이나 무수한 일화가 숲을 이루고 있다”며 “나는 그것들의 순도를 낮춰 식상한 이야기로 격하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술회했다.
김 작가는 다만 “이 책에는 정치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정희는 여전히 권위적인 존재지만, 절박한 인간성과 고독한 정열, 그리고 국익을 위해서는 권위도 벗어던지는 헌신의 리더십과 비전·뚝심 등으로 사람을 사로잡았다”고 주장했다.
김 작가는 “따라서 박 전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상당히 흥미로운 관찰의 대상이며, 국가적으로나 개인 저마다의 인생에 있어서 다양한 가치 창조의 동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인만 작가가 쓰고 서림문화사에서 펴낸 이 책 <박정희 일화에서 신화까지>의 판매가는 13000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