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혁 기자의 청와대 인사이드]
朴 대통령, 도우미 아줌마가 퇴근하면 뭐 하나 보니
입력 : 2013.03.23 03:00 | 수정 : 2013.03.23 08:57 [조선닷컴]
[朴대통령의 관저·본관 24시]
새벽 기상해 자료읽고 웹서핑
삼성동서 가사 돕던 도우미가 관저 출퇴근하며 식사 준비
점심은 수석들과 본관서… 오후 6시 칼 퇴근후에도 업무
박근혜 대통령은 자동차로 3~4분 걸리는 관저(숙소)와 본관(집무실) 사이의 도로를 하루 한 번 오가는 것 외에 다른 동선(動線)이 없을 때가 다반사다.
그는 '아침형' 인간이다. 지난 15년간 매일 새벽 4시 30분쯤이면 눈을 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에 와서도 달라진 게 없다고 한다. 참모들이 올린 각종 보고서와 자료를 읽고 인터넷 서핑을 하는 걸로 하루를 시작한다. 반대 진영의 독설(毒說)이 담긴 인터넷 댓글도 챙겨 읽는다. 그는 1974년부터 5년 넘게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는 동안 아침식사를 주로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단둘이 먹으며 '지도자 수업'을 받곤 했다. 그러나 지금 독신인 박 대통령에겐 식탁에 마주 앉을 가족이 없다. 관저로 출퇴근하는 '삼성동 아줌마'가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삼성동 아줌마'는 박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사저에서 수년간 일했던 가사 도우미다. 맵고 짠 음식을 싫어하고 채식을 즐기는 박 대통령의 식성과 생활 습관을 잘 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본관 도착 시간은 오전 9~10시인데, 관저에서 하던 일이 마무리되는 시간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통 오전 7시 30분에 출근했던 것과 비교하면 청와대 시계가 2시간쯤 늦춰진 셈이다. 박 대통령 주재 수석회의도 대개 오전 10시에 잡힌다.
낮 일정은 빡빡하게 돌아간다. 접견실에서 외부 인사를 만나거나 수시로 수석들을 호출해 보고를 받는다. 이번 주부터는 매일 업무보고를 챙기기 시작했다. 외부 일정이 없으면 점심은 본관에서 해결한다. 본관에도 주방시설이 갖춰져 있고 요리사도 배치돼 있다. 점심을 함께하는 사람은 그때그때 다르다. 수석들과 먹을 때도 있고 외부 사람을 부를 때도 있다. 물론 비공개다.
지난 정부 때까진 VIP(대통령)가 식사를 하면 언제나 곁을 지키는 총무기획관실 소속 행정관이 있었다. 청와대에 오래 근무한 이들은 이 남자 행정관을 우스갯소리로 '감식관(鑑食官)' 또는 (왕이 먹는 음식에 독이 있는지를 살피는) '기미상궁'이라 부르기도 했다. 19년간 청와대에 근무했다는 이 행정관은 최근 그만뒀고 따로 충원하진 않았다고 한다.
저녁식사는 혼자서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삼성동 아줌마'가 퇴근하면 경호원과 여직원이 대기하고 있지만 편하게 말 붙일 사람은 없다. 밤에도 올라오는 상황 보고를 챙기고 수석들에게 지침을 내리는 대통령의 업무는 계속된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다시 들어온 직후 "내부가 너무 달라졌다"고 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스케이트를 타던 연못이 없어졌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Why] [곽창렬 기자의 세상 탐구]
18대 大選 朴의 '소록도 대첩' 비밀
입력 : 2013.03.23 03:03
湖南에서 박근혜 후보가 이긴 단 한곳… 소록도는 왜?
1 vs 1838
투표 주민 431명 중 62%
270명이 朴대통령 찍어…
영남 출신 주민 많다지만
민주 아성서 이례적 승리
“울엄마 딸 찍는 게 당연하지”
“故 육영수 여사는 우리
한센병 환자들의 어머니”
“굶주릴 때 돼지 사주고
배고픔서 해방시켜준 분”
육 여사, 생전 각별한 애정
소록도에 양로원 건립 지원
준공식 참석 못하고 서거…
주민들이 공적비 세워 기려
朴대통령, 2007년 방문
그해 경선에서 패했을 땐
일부 주민들 울기도…
“임기중 꼭 다시 찾아주세요”
18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지난해 12월 19일 저녁, 개표가 막 이뤄진 시점에서 한 방송사 자막에 '전남 고흥 지역 1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라는 자막이 떴다.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호남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낼 것으로 예상됐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전남 고흥군 도양읍 제7투표소가 있는 소록도(小鹿島)에 해답이 있다.
지난 대선에서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 전라북도를 합친 호남 지역의 전체 투표소 숫자는 모두 1839개였다. 야당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는 이 가운데 1838개 투표소에서 1위를 차지했다. 문 후보는 최고 90%가 넘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딱 1개의 투표소에서 박근혜 후보가 승리했다. 그곳이 바로 과거 한센병 환자들이 수용돼 치료를 받았던 소록도다.
지난 대선에서 투표를 한 소록도 주민 수는 431명. 이 가운데 62%인 270명이 박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 문 후보를 찍은 사람은 36%인 158명이었다. 고흥군 관계자는 "소록도 주민 가운데는 거동이 불편해 부재자 투표자가 많은데, 부재자 투표 결과까지 합치면 표차는 더 많이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록도의 행정구역상 주소는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리다. 주민 상당수는 한센병을 앓았던 적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주민들, "육영수 여사는 우리의 우상"
지난 18일 소록도에서 만난 주민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한결같이 "육영수 여사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남 함평이 고향인 주민 이남철(64)씨는 "우리가 굶주릴 때 배고픔에서 해방시켜준 사람이 육영수 여사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모친인 육영수 여사는 생전 한센병 환자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육 여사는 전국에 한센병 환자들이 수용된 곳을 일일이 찾아다녔고,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센병 환자를 부모로 둔 아이들이 정상아를 둔 학부모들의 집단행동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아이 100명을 청와대로 초청하기도 했다.
소록도병원생자치회장인 김명호(63)씨는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우리를 천대할 때 그 높은 분이 우리를 위해 돼지도 사주고, 집도 지어주셨다"며 "그분의 딸이 선거에 나왔으니 전라도·경상도 구분 없이 소록도에 사는 사람들은 박근혜 후보를 찍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래씨는 "당시 육 여사님이 오신다고 해서, 여사님이 오시면 연설도 하고 앉으실 수 있도록 단상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돌아가시면서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며 "TV를 통해 그 소식을 접하고 모두가 망연자실했다"고 말했다. 소록도 주민들은 육 여사를 추모하기 위해 1974년 11월 '공덕비'를 세웠다. 공덕비에는 "불우한 사람들을 따뜻한 사랑으로 감싸주시던 고 육영수 여사께서는… 그 고마우신 뜻과 은총을 깊이 간직하고 자 여기에 새겨둡니다"라고 적혀 있다.
◇환자 가운데 경상도 출신이 제일 많아
고향이 대구인 김정행(78)씨는 6·25전쟁 직후 한센병을 앓았다. 그 때문에 대구를 떠나 소록도로 들어왔다. 1968년에 완쾌되자, 김씨는 대구로 돌아갔지만, 당뇨 등으로 다시 병을 얻자 2002년에 다시 소록도로 돌아왔다. 김씨는 "소록도에서는 다른 사람들 눈치를 안 보고, 운동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치료로 얼마든지 편하게 받을 수 있다"며 "대구에 있으면 아는 사람도 많고, 가족들에게도 짐이 되기 때문에 다시 돌아왔다. 소록도는 내 제2의 고향이다"고 말했다.
박근혜 후보가 소록도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던 다른 이유는 소록도 주민의 구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소록도의 전체 인구는 800여명인데, 이 가운데 과거 한센병을 앓았던 이른바 환자 주민 수는 576명(3월 현재)이다. 나머지는 이들을 돌보는 국립소록도병원 소속 의사·간호사, 보건복지부 공무원 등이다.
특이한 점은 환자 출신 주민 가운데는 영남 출신이 가장 많다는 것이다. 국립소록도병원에 따르면 환자 576명 가운데 부산과 대구 등 영남 출신이 250여명이다. 광주광역시와 전북·전남 출신 사람들은 190여명이다. 행정구역상 전라도지만, 경상도 사람들이 더 많이 사는 것이다(환자 기준). 김명호 원생자치회장은 "소록도에는 전국 곳곳에 있는 한센병 환자들이 모두 수용됐는데, 경상도의 절대 인구 수가 전라도보다 많다 보니 소록도에 더 많은 경상도 사람이 있는 것 같다"며 "경상도 출신이 많은 것도 박근혜 후보한테 더 많은 표를 준 원인"이라고 말했다.
경상도 출신 환자들이 소록도에 많은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일부 환자들은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소록도에 사는 환자 대부분은 완쾌돼 더는 한센병을 앓고 있지 않지만, 과거 병을 앓았다는 이유만으로 지인들에게서 손가락질 받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일부 환자들은 차라리 고향을 떠나, 아는 사람들이 없는 먼 땅에서 살기를 원한다. 한 국립소록도병원 직원은 "영남 출신 환자들 가운데 일부는 자신이 영남 출신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출신지를 완전히 숨겨버린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까지 고려하면 영남 출신이 더 많은데, 이들도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오랜 기간 정부 지원으로 살아오면서, 친정부·보수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는 점도 투표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형철 국립소록도병원장은 "아직도 일부 노인분들은 국가를 위해 기도했다는 말도 한다"며 "국가에 대한 저항감보다는 고마움을 많이 가지고 있고, 보수적인 성향도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임기 중 방문이 우리 소원"
고흥 지역 주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소록도 주민들이 앞으로도 계속 새누리당 출신 후보에게 표를 던질 가능성은 크지 않게 봤다. 소록도가 지역구인 민주당 소속 김주식 고흥군 의원은 "지난 대선 결과는 박근혜 대통령이 나온 아주 특이한 선거였다"며 "대통령 선거를 제외한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는 얼마나 자주 주민들을 접하고, 친밀도가 있는지에 따라 결판이 나는데, 새누리당 출신이 소록도에서 이기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호 소록도원생자치회장도 "전라도 출신 한센병 환자들도 박근혜라는 사람을 지지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며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일대일로 또 붙더라도 지금처럼 이만큼 새누리당 후보에게 표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록도 주민인 환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박 대통령의 임기 중 방문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다. 아직 소록도에는 현직 대통령이 방문한 적은 없다. 호남 출신인 김대중 전 대통령도 소록도를 방문하지 않았다. 지난 2000년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소록도를 다녀갔을 뿐이다. 육 여사의 지시로 지어진 '양지회관'에 사는 정상락(66)씨는 기자에게 "우리 주민들 모두 다 기다리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방문할 수 있도록 기사를 써주세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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