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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자유-여행지 버킷리스트] 합천 해인사

산야초 2015. 12. 30. 22:52

[떠나는 자유-여행지 버킷리스트] 합천 해인사

 

한국일보 | 김성환 | 입력 2015.12.22 16:35

 

▲ 해인사의 겨울. 합천군 제공

▲ '소리길'이 지나는 홍류동 계곡의 농산정. 합천군 제공

 

한 해도 끝머리다. 고즈넉한 산사 찾아 들어 지난 시간 돌아보며 마음 살핀다. 경남 합천 가야산 기슭, 극락 같은 '소리길'을 따라 홍류동 계곡을 거슬러 오르면 그 유명한 해인사가 나타난다.

 

소리길은 신라 말 대학자 고운 최치원의 애를 태운 절경을 간직하고 있다. 소리(蘇利)는 이로운

 것을 깨닫는다는 뜻. 불가에서는 '극락으로 가는 길'이란 의미도 있다. 고운은 말년에 해인사로 들어와 일대를 다니며 풍경 빼어난 곳에 비석 새기고 노닐며 수도했다고 전한다. 고운이 반한 절경들을 잘 구경할 수 있게 그의 발자취 더듬어 호젓한 산책길을 만들었는데, 이게 소리길이다. 새소리, 바람소리 좇아 걸음 옮기면 퍽퍽한 도시생활의 생채기 아물고 마음은 겨울의 공기처럼 다시 맑아진다.

 

해인사에는 팔만대장경이 있다. 장경판전 문창살 너머 가지런히 놓인 경판 바라보면, 그 많은 경판의 숫자에 놀라고, 700여년의 시간 동안 오롯하게 보존된 상태에 한 번 더 놀란다. 험난한 시기 극복하려는 고려 민중들의 바람과 희망이 이토록 간절하게 남았다.

 

해인사 가면 암자들도 찾아가 본다. 본 사찰과 또 다른 멋이 있다. 해인사 산내 암자는 모두 16곳. 이 가운데 본 사찰 주변 몇몇 암자는 걸어서 돌아보기 딱 좋을 위치에 있다. 특히 해인사 서쪽에 위치한 지족암, 희랑대, 백련암은 숲 울창한 오솔길로 연결된다. 지족암과 희랑대는 고려 태조 왕건의 스승이 된 화엄종의 고승, 희랑대사와 연이 깊고, 백련암은 성철 큰스님이 머물며 수행하던 암자다. 동쪽에 위치한 용탑선원, 홍제암, 원당암도 함께 돌아보기 좋은 암자들이다. 다 걸어서 한 시간이 채 안 걸리는 거리에 있다.

▲ 합천 황강에 날아 든 겨울 철새. 합천군 제공

해인사 말고도 합천 곳곳에는 은근한 겨울 서정 즐기기 좋은 곳들이 많다. 합천호의 겨울 물안개는 멀리서도 애써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몽환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영화촬영 장소로 유명한 합천영상테마파크 앞이 사람들 즐겨 찾는 조망 포인트다. 또 대양면에 있는 정양늪은 사람 손 덜 탄 고요한 습지인데, 천연한 자연 속에서 겨울 철새 노니는 풍경이 또 마음 울컥하게 만든다. 습지를 에둘러 산책로 잘 조성돼 있으니 걸을 수 있는 만큼 걸으며 오래오래 마음 살핀다.

 

하나 더 추가하면, 가야산과 함께 합천 명산으로 꼽히는 황매산도 기억한다. 황매산과 황매계곡 일대는 조선 최초 여류소리꾼 이야기를 다룬, 최근 개봉한 영화 '도리화가'의 배경이 된 곳이다. 주인공 '진채선'이 처음으로 자신만의 소리를 내던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마지막 남은 억새들의 춤사위가 겨울의 스산함을 잠시 잊게 해 준다. 인적 드문 때, 사위 고요한 능선을 걸으며 사색에 잠기는 일도 이 맘 때에 누릴 수 있는 호사다.

 

황매산 정상부에는 오토캠핑장이 있다. 정상까지 차량으로 이동이 가능해 캠핑장에 여장을 풀어놓기 더없이 편리하다. 겨울캠핑의 매력은 캠핑 마니아라면 다 안다. 발 아래는 고산준봉이 어깨를 견주고, 하늘에는 반짝이는 별들이 몰려 다닌다. 겨울캠핑 관심 있다면 전화(055-932-5880)로 정보 얻을 수 있다. 한 해 저무는 지금, 합천 한 번 가볼만하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