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에는 '살기 좋은 집'과 '보기 좋은 집'이 있다.
전원주택을 구하러 다니다 보면 아주 예쁜집들을 보게 된다.
그때 '나도 저런 집에서 살았으면'하고 부러워했을 것이다. 그러나 찬찬히 뜯어보면 보기에만 좋은 집이 숱하다. 한 달에 한두 번 혹은 1년에 한두 번 정도만 사용하고 상주하지 않을 집이라면 이 범주에서 빼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에서는 전원주택(주말주택 포함) 부지 선정에 있어 몇가지 금기사항을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 : 물가에 바짝 붙은 집은 피하라.
우울증 환자의 절반 이상이 강을 바라보며 산다는 통계가 있다. 확 트인 호수를 보너라면 처음엔 10년 묵은 체증이 가시는 듯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마음이 사라지면서 가슴이 답답해지더니 머리가 띵해 지는 느낌이 든다. 왜 그럴까? 물이란, 항상 정체되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그다지 흔치 않다. 물은 신기할 정도로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얼음이 얼었다 녹는 경우를 빼곤 항상 모양이 같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이 물은 물끄러미 바라보면 빨려 들어가는 착각을 느낀다고 한다. '물은 사람의 기를 빼앗는다'는 말이 이를 두고 하는 것일까? 또 호수나 강가, 큰 개울가 주변엔 안개가 많이 낀다. 그 속엔 몸에 해로운 중금속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건 익히 아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물은 집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계곡이나 시냇물이 흐르는 곳도 강가나 호숫가보다는 덜할지언정 비슷한 영향을 끼친다. 그래도 물가가 좋다면 물 흐름이 완만한 곳을 찾는 게 그나마 좋다.
둘 : 바위산이나 경사가 심한 산밑은 피하라.
모든 사람은 배산임수형을 선호한다. 그런데 장마철이면 옷장 속 옷가지에서 곰팡이가 피는 경우가 많다는 걸 모른다. 산과 집이 너무 가까우면 통풍이 안돼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또한 뱀과 오소리, 너구리, 들고양이 같은 짐승들을 보고 개가 짖어대는 통에 하룻밤에도 몇 번씩이나 잠을 설치기도 한다.
낙석은 물론 산불도 조심해야 한다. 대개 좋다는 땅은 묘소나 등산로를 끼고 있기에 성묘객이나 등산객의 부주의로 종종 산불이 발생한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발생하는 산불은 겉잡을 수 없다.
셋 : 성토나 절토지는 피하라.
성토한 땅은 지반이 물러 건축 후 균열이 발생하기 쉽다. 또한 지반이 대체로 낮기에 옹벽이나 축대를 쌓고 흙으로 메워야 한다.
절토한 땅은 뒤에 옹벽을 쌓아야 하고, 앞에도 축대나 옹벽으로 보강해야 하므로 토목비가 많이 들 뿐만 아니라 모양도 좋지 않다. 물론 절토를 많이 안한 땅은 잘만 다듬으면 오히려 멋진 집을 앉힐 수 있다. 따라서 구입 전, 공사비에 대한 사전 조사를 충분히 해야 한다. 건축은 성토나 절토를 한 지 3년쯤 지난 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 : 북벽은 삼가는 것이 좋다.
시골은 도시보다 눈비가 많이 내린다. 하수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은 도로는 수로가 되거나 얼음바닥으로 변한다. 특히 비탈진 길, 더욱이 북벽이라면 그 정도가 매우 심하다. 겨울철엔 차량통행은 물론이고, 보행마저도 여려워진다. 겨울철 시골길을 주행할 때 눈 녹은 반대편에 하얀 눈 모자를 쓴 산이나 지붕을 쉽게 볼 수있다. 그만큼 북벽은 축고 어둡기 때문이다. 어두운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밝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보다 건강이 좋지 않다는 통계가 있다. 추우면 그만큼 웅크리기 마련이다.
다섯 : 주위 환경을 절대로 무시해선 안 된다.
누군가 몇 년에 걸쳐서 으리으리한 별장을 마련했다. 돈과 시간, 노력이 많이 들어간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몇 년여에 걸친 모든 조성작업이 거의 끝날 무렵 가까운 곳에 대형 축사 두 동이 들어섰다. 도시의 친구들이 내려와 바베큐 파티를 하던 날, 쇠파리는 몰려오고 냄새가 진동하는 통에 모든 환상은 깨어졌다.
이렇듯 전원이란 집 지을 곳만 좋다고 되는 게 아니다. 주위환경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주위에 어떤 시설이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개발될지, 혐오시설 등 이런 것들이 엄청 중요한데도 대부분의 사람은 머리로만 생각할 뿐 그냥 흘려 버리곤 한다.
여섯 : 현재 조건만으로 땅을 평가하지 말자.
다른 사람이 지은 전원주택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하면서도 그보다 훨씬 좋은 땅을 추천하면 시큰둥한 표정을 짓는다. 이유는 한가지다. 개발 후의 모습을 그려보는 심미안이 없기 때문이다. 화장하고 난 다음의 모습은 화장을 안 했을 때의 모습과는 천양지판으로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땅을 보아야 한다.
판으로 찍은 것 같은 네모반듯한 땅을 많은 사람이 선호한다. 천편일률적으로 아무런 특징이 없는 전원주택단지가 그러하다. 그런 땅은 효율적으로 사용할지는 몰라도 별 재미는 없다. 오히려 약간 불규칙한 땅이 재미있는 연출을 할 수 있고 가격 면에서도 저렴한 편이다.
일곱 : 길이 없는 땅은 땅이 아니다.
여기에서 길은 지적도 상의 도로를 뜻하는데 4미터가 안 되면 일단 의심할 여지가 있다. 현재 버젓이 쓰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허가를 내려면 도로 소유주의 '영구 사용 승낙서'를 받아야만 할 경우가 많다. 이것은 땅을 사서 도로로 편입시킨다는 것과 다름없는데 부르는 게 값일 수가 있다.
그러므로 기존 도로라 할지라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지, 도로로 허가를 받을 수 있는지를 면밀히 따져 본 후에 계약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부득이 도로가 없는 땅을 계약해야 할 처지라면, 계약서에 진입로는 매도인이 책임지고 잔금 시까지 해결한다는 단서를 붙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매도인이 그런 조건을 들어 줄 수 없다면 제 아무리 마음에 드는 땅일지라도 미련 없이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만약 현재는 길이 없지만 길을 낼 확신이 선다면, 그 땅을 싸게 구입하는 것도 재태크의 한 방법이다.
여덟 : 전원주택을 대체 주거지의 개념으로 보자.
교통 수단과 도로의 발달로 옛날 같으면 하루해가 걸릴 먼 길이 1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연결되고 있다. 그것이 출퇴근을 엄두도 내지 못했던 수도권은 물론 다른 지역까지도 서울의 일부분으로 만들어 놓았다.
심지어 고속전철의 개통으로 전국이 1일 생활권이 됐다. 다시 말하면 전원주택을 짓고자 하는 곳의 미래를 생각해 보라. 30년 후의 모습을 그리는 곳도 희망차고 보람된 일이다.
아홉 : 우리가 꿈꾸는 저 푸른 초원 위의 집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일례를 들어보자. 공원묘원을 찾았을 때 분상을 보고 ‘얼마 안 됐구나' 아니면‘상당히 오래 됐구나’를 알 수 있다. 대개 묘의 잔디 관리 상태를 보고 판단한다. 잔디가 잘 가꿔진 묘는 그만큼 세월이 흘렀다는 의미다. 이렇듯 우리가 꿈꿔 온 언덕 위의 하연집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염두에 두길 바란다. 조금씩, 조금씩 내 손때가 묻어 들어갈 때 진정 멋진 우리 집, 예쁜 우리 집이 탄생하는 것이다.
열 : 도로에 너무 바짝 붙었거나, 울창한 나무숲으로 가려졌거나, 허허벌판에 외따로 떨어진 땅은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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