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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치료하는 다양한 방법

산야초 2016. 2. 25. 19:51

치매를 치료하는 다양한 방법

    입력 : 2016.02.24 09:45

    치매, 극복할 수 있다 ⑤

    ‘의사가 쓰는 메디컬 리포트’는 현직 의사가 기사를 직접 작성합니다. 의사의 전문 의료지식과 경험을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해드리기 위한 기획입니다. 김철수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연재해온 ‘치매, 극복할 수 있다’의 이번호 주제는 ‘치매를 치료하는 다양한 방법’입니다.

     

    치매를 치료하는 다양한 방법
    치매를 치료하는 다양한 방법

    L여사는 76세에 알츠하이머치매 초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약을 먹으면 일정 기간 약간의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고 진행을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열심히 치료 중이다. 같은 해에 비슷한 조건을 가진 동갑내기 O여사도 같은 치매 진단을 받았는데 자식들이 치매는 불치병이라고 판단 내리고 치료를 받게 하지 않았다.


    약 3년간 꾸준히 약물을 복용한 후 L씨와 치료를 받지 못한 O씨의 상태를 비교해보니 많은 차이가 나타났다. L씨는 약물 이외에도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제공하는 사회성과 따뜻한 보살핌으로 아직 초기치매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 데 비해, O씨는 성격이 이상해지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주로 누워만 지내는 등 중기 또는 말기 치매 증상을 나타내고 있다.


    치매 이야기 마지막 편에서는 현재 치매 치료약으로 많이 이용되는 인지기능개선제가 어떤 작용으로 치료 효과를 보이는지 비유를 들어 살펴볼까 한다. 더불어 한의학적 치료 개념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치매 치료의 중요한 한 부분인 이상행동과 신경심리 증상으로 인한 미운 치매를 치료하는 내용은 다루지 않는다.

     

    뇌는 릴레이 경주 경기장과 같다
    큰 운동장에서 오랜 시간 릴레이 경주가 펼쳐지고 있다. 아주 드물게는 100년 넘게 진행되는 경주가 진행되는 운동장이 있지만, 대부분의 운동장은 80년 조금 넘는 동안 경주가 진행된다. 경주가 멈추면 그 운동장은 생명을 다해 폐기된다.


    대체로 경주를 시작한 지 오래된 경기장일수록 선수가 많이 줄어들어 남아 있는 선수들의 피로도 심해진다. 트랙에는 흠집이 생기고 운동장 밖에는 쓰레기가 쌓여 보수할 수 있는 자재 공급이 잘 안 된다. 오랜 기간 경주가 진행되다 보니 뛸 자격을 전해주는 바통도 많이 줄어들었고, 그나마 남아 있는 것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약해져 있다. 똑같이 80년 된 운동장인데도 어떤 곳은 활기차게 경주가 진행되고 있지만, 어떤 운동장은 선수도 부족하고 바통조차 모자라서 경주의 재미가 없다.


    여기서 ‘운동장’은 두뇌를 말한다. ‘운동선수’는 신경 원세포이면서 신경 흥분을 전달하는 주체이다. ‘트랙’은 흥분이 전달되는 통로인 신경섬유이며, ‘바통’은 다른 신경에 흥분을 이어주는 신경전달 물질이다. ‘트랙의 흠집’은 신경섬유가 손상된 것이고, ‘쓰레기’는 베타아밀로이드와 같은 찌꺼기이다. ‘활기차게 경주가 진행되고 있는 운동장’은 똘똘한 사람의 뇌이고, ‘경주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재미가 감소한 운동장’은 치매 환자의 머리를 비유한 것이다.


    경주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즉 치료에 기술적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그 이유는 엄격한 룰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운동장에 새로운 선수들을 보강할 수 없는 룰이다. 뇌세포는 해마나 뇌실 주위에서 제한적으로 재생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이 재생되지 않는다. 새로운 선수를 투입하려면 뇌를 이식하거나 줄기세포를 이용해야만 가능하다. 그나마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은 새롭고 튼튼한 줄기세포를 넣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방법이 만만치 않다. 새로운 선수인 줄기세포를 운동장에 투입할 수 있다 해도 제대로 기존 트랙으로 발을 뻗고 뛰게 하기는 쉽지 않다. 즉 선수를 보강하는 것은 아직 연구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트랙의 흠집, 즉 신경섬유의 인산화를 예방하거나 보수하는 것도 쓰레기인 베타아밀로이드를 줄이거나 치우는 방법도 아직까지는 뚜렷한 것이 없다.

     

    치매 치료에 주로 쓰는 인지기능개선제
    현 시점에서는 지친 선수들이 분발하도록 독려하는 수밖에 없다. 치매환자의 릴레이경주는 선수뿐만 아니라 바통이 부족하여 경주가 더욱 재미없어지기 쉽다. 재미가 없다는 말은 인지기능이 떨어진 것을 말한다. 이때 선수를 보강하거나 운동장의 환경을 개선하지는 못하더라도 잘 부서지고 있는 바통을 단단하게라도 해주면 바통 부족으로 뛰지 못하던 선수가 뛰게 되면서 경주의 재미도 조금 살아나게 된다.


    다음은 현재 치매 치료에서 많이 사용되는 약의 작용기전에 대한 설명이다. 첫 번째는 뛰는 자격을 전달해주는 바통을 감아주고 잘 부서지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80년쯤 뛰어온 선수는 다리를 절뚝거리고 지쳐 있다. 억지로라도 뛰지 않고 멈추면 그대로 영영 쓰러져버릴 가능성이 가능성이 많다. 치매 환자의 경우 바통이 부족해서 뛰는 자격을 얻지 못하고 쓰러지는 선수가 증가한다. 즉 뇌세포가 정상상태인 경우보다 잘 부서지면서 치매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다. 테이프는 바통의 손상을 방지하는, 즉 신경전달물질의 분해를 억제하는 물질로서 인지기능개선제라고 한다. 현재 치매치료제로 주로 사용되는 약들이다.


    바통이 많아지면 뛸 수 있는 선수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선수들의 능력을 끝까지 불사르게 하므로 그냥 내버려두는 것보다는 일정 기간 운동장의 활력이 개선된다. 이런 결과로 치매 증상이 어느 정도 호전되고, 치매 진행을 조금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지친 선수가 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대체로 약을 먹은 지 4~5년 정도 지나면 선수도 계속 줄어들지만 바통을 받는 왼손이 부어올라 못 쓰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경우를 수용체가 감소하거나 수용체의 저항성이 증가되었다고 한다. 즉 약의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


    두 번째 방법으로는 왼손에 쥐어주던 바통 대신 왼손이든 오른손이든 쥐어줄 수 있는 양손용 바통을 준비하는 것이다. 새로운 바통으로 새로운 수용체인 오른손으로도 받으면 또 일정 기간 선수들이 더 뛸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바통을 전해주러 오는 선수들을 분발시켜 바통을 쉽게 전달하게 만들어 수용체가 덜 손상되게 하는 약도 있다. 네 번째는 바통을 전해주러 오는 선수들 사이에 경기와 관련 없는 다른 선수들이 섞여 들어와서 진짜 선수들이 트랙을 제대로 뛰기 어렵다고 보고, 가짜 선수들의 출입을 제한하여 트랙을 조금 쉽게 뛸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주로 중증 치매 환자들에게 많이 사용하는 약이다.

     

    치매는 릴레이 경주처럼 뇌의 신경전달이 잘 되지 않아서 생긴다.
    치매는 릴레이 경주처럼 뇌의 신경전달이 잘 되지 않아서 생긴다.

    뇌세포의 체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해
    기타 치료법으로 시냅스를 늘리는 방법도 있다. 치매재활치료는 주로 시냅스 늘리는 방법을 택한다. 치매예방수칙 중에 시냅스 늘리기를 목표로 하는 것도 있다. 약물로 시냅스를 늘리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냅스를 늘리는 것은 도로망을 발달시키는 것과 같다. 도로망이 발달되면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가용자산이 늘어나듯 신경망이 발달되면 뇌세포라는 재산이 적어져도 돈 없는 표시가 덜 나게 되고, 나이 들어 도 머리가 좋아 보이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이와 다른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활력이 떨어진 뇌세포의 체력을 키우는 방법이다. 지친 선수들의 체력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체력을 키우면 바통을 전해주면서 억지로 뛰게 하는 것보다 훨씬 오랫동안 잘 뛰게 될 것이다. 선수에게 물도 주고 다리도 주물러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 방법 중에는 한의학적으로 보(補)하는 방법도 있다.


    의학적 관점에서는 뇌를 보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큰 효과가 없다고 본다. 대부분의 뇌세포가 재생되지 않고, 수용성 물질과 분자량이 큰 물질은 뇌에 들어갈 수 없는 혈뇌장벽이 있기 때문에 보하기가 어렵다고 본다. 즉 인위적으로 뇌세포를 좋게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뇌세포를 본래의 상태보다 좋게 만들기는 힘들다. 하지만 활력이 떨어진 뇌세포를 본래의 능력으로 되돌아오게 할 수는 있다. 뇌세포는 살아 있거나 죽은 세포로만 구별되는 것이 아니다. 살아 있는 세포도 어떤 세포는 50%, 어떤 세포는 70%, 또 어떤 세포는 90%로 활성도가 다양하다. 100% 이상의 활력을 갖게 하기는 어렵지만 50%를 70%로, 70%를 90%로 만드는 것은 가능할 수 있다.


    신경세포의 활력이 감소되면 신경말단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 물질도 감소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현대의학은 신경전달 물질을 보강하고, 한의학은 신경세포의 체력을 회복시키는 데 중점을 둔다. 체력 회복은 신경세포의 ‘재생’이 아닌 ‘재활’을 목표로 삼는다.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은 일정하지 않고 기복이 심하다. 어떤 날은 멀쩡하고 어떤 날은 증상이 심해진다. 이처럼 기복이 있는 만큼 치료의 여지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인지기능개선제는 뇌기능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뇌를 용쓰게 하는 방법이다. 금방이라도 지쳐 주저앉으려는 선수를 끝까지 용쓰게 하는 좋은 치료법이지만, 선수의 체력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어서 사용에 한계가 있다. 경도인지장애나 치매가 아닌 경우에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다.

     

    생활습관 개선과 예방치료 효과적
    이와 달리 뇌세포를 보하는 방법은 치료 효과뿐만 아니라 예방 효과도 있다. 예방 효과가 있기 때문에 경도인지장애 이전 단계에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과음하거나 흡연하거나 과로하면 외형상 표가 나지 않지만 상처받는 뇌세포가 증가한다. 이런 일을 피해가야 하지만 이미 생긴 상처는 빨리 아물게 해야 한다. 보하는 것은 뇌기능을 돕는 작업으로 뇌세포의 미세상처 회복에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젊은 사람의 뇌는 뇌세포 부자이다. 나이 들수록 재산, 즉 뇌세포는 점점 줄어들고 재산가치인 세포의 기능도 줄어들어 가난한 뇌가 되어간다. 뇌세포는 늘어나지 않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생 동안 줄어들기만 한다. 젊은 나이에는 마취하거나 과음하거나 머리를 좀 다치거나 심한 탈수 증상 등이 있어도 뇌가 나빠지는 증상이 쉽게 나타나지 않지만 치매 환자가 수술받기 위해 마취하거나 장염으로 탈수가 심해지거나 빈혈이나 영양실조 상태 등에 빠지면 가난한 사람이 조금만 과용해도 표가 나듯 바로 치매 증상이 악화된다.


    이미 경도인지장애나 치매가 되고 난 후 치료하는 것은 좋아질 여지가 많지 않다. 가난해지기 전에 미리 절약하는 습관, 즉 치매예방 생활습관을 준수하고 돈이 세는 구멍을 막듯이 뇌를 보하는 예방치료도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김철수 의사
    김철수 의사

    김철수
    서울 송파동에 킴스패밀의원·한의원을 운영하며 양한방 통합 진료를 하고 있다. ‘동네병원 의사’를 표방하며 노인성 질환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저서로는 《동네병원 의사 김철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