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박정희 업적 이론화… 개도국에 도움 될 것"

산야초 2016. 3. 4. 16:48

"박정희 업적 이론화… 개도국에 도움 될 것"

입력 : 2016.03.04 06:00

['박정희 기념재단' 이사장 좌승희]

"'박정희 대통령'을 보통명사처럼 친숙하게 만들고 싶어요. 발전이 더딘 나라들에 도움이 될 겁니다.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이론화해야지요."


좌승희(69) 전 한국경제연구원장이 최근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한국은행에서 시작해 미국 UCLA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이후 KDI 연구위원과 한국경제연구원장, 한국비교경제학회장, 경기개발연구원장 등을 거쳐 최근에는 영남대 새마을대학원에서 가르친 학자(學者) 출신이다.

서울 상암동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에서 만난 좌 이사장은 1층 전시실 입구를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다. "내년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재정비하는 중"이라는 그는 "경부고속도로 준공식 때 연설하는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모습을 실제처럼 보고 들을 수 있는 입체 음향 시설을 설치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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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신임 이사장은 “박정희 대통령을 연구한 사람으로서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사상과 이론을 정리해 알리는 작업을 하겠다”며 “오는 5월 ‘위기의 대한민국 박정희에 길을 묻다’부터 10회에 걸친 학술 세미나 프로젝트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진한 기자

내년 탄생 100주년… 재정비 분주
"박 前대통령 정신 후대 전하고파"

"아이디어는 많아요. 기념도서관에 자료를 많이 비치해 연구자나 학생이 찾아오게 하고 싶죠. 학자로서 박 전 대통령의 공과(功過)가 제대로 조명될 수 있도록 사상과 정책을 잘 정리해 후대에 그 분의 유산을 전하고 싶어요." 좌 이사장은 그러나 "아직 재단 설립 3년 차로 민간이나 정부 지원 없이 100% 국민 성금만으로 운영돼 재정적 어려움이 있다"며 "재단 운영비 규모와 기능 확충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한국 경제사를 연구하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좌 이사장은 "'시장에 맡기면 된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등 기존 경제학 이론으로는 박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설명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오랜 연구 끝에 박 전 대통령이 '신상필벌 원칙에 따라 철저한 경쟁을 통해 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 키워 한국 경제를 일으켰다'는 결론을 내렸다. "박 전 대통령은 친(親)재벌 정책을 편 게 아니라 전략적으로 중소기업들을 대기업으로 키운 것으로 봐야 합니다. 삼성·대우·현대 같은 기업이 그렇게 만들어졌고 경제성장을 이룬 거죠."

좌승희 박정희 기념재단 이사장에 대한 인물·인맥 검색
/이진한 기자

박 전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업의 경쟁을 요구할 것

좌 이사장은 고등학교 3년 동안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5·16 장학회'에서 장학금을 받았고, 서울대 재학 중엔 박 전 대통령과 육 여사 이름의 가운데 글자를 딴 이름의 기숙사 '정영사(正英舍)'에서 살았다. 성적이 우수한 지방 학생 중 학년별로 40여 명에게 입사(入舍) 기회가 돌아갔다. 좌 이사장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표학길 전 서울대 교수 등과 한방에서 지냈다. 그는 "육 여사가 기숙사생을 청와대로 불러 국수를 끓여주신 적이 있다"며 "고마운 일이지만 그때는 특별한 일로 여기지 않았다"고 했다.


"사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마냥 좋게 생각하진 않았었죠. 대학생 때는 친구들과 데모에 참여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나 그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면서 독재 등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인 측면에서 문제라고 지적받는 부분들은 강력한 정책 집행 과정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성장'을 함께 이루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역사적으로 불행하게도 그런 나라는 없더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살아 있었다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어떤 조언을 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는 고민하다 이렇게 말했다. "중소기업 지원책을 펴는데 공평하게 나누면 안 된다고 하실 것 같아요. 경쟁 없인 글로벌 기업이 나올 수 없죠. 대기업의 성장을 언급하는 게 금기(禁忌)라는 분위기도 문제고요. 오히려 큰 기업끼리 치고받으며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고 하시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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