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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준비하는 가족 여행③엄마와 딸의 지중해 크루즈

산야초 2016. 4. 10. 23:25

미리 준비하는 가족 여행③엄마와 딸의 지중해 크루즈


 트래비 | 트래비 | 입력 2016.04.07 09:55


기항지 중 한 곳이었던 산토리니에서 

‘엄마와 지중해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다.’
지금 이 한 문장을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뿌듯하고 행복한지 모른다.
코발트빛 바다 위에서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엄마와 추억을 쌓은 시간들.

“유럽에 가고 싶다고요?”

서른 살이 된 딸은 엄마와 해외여행을 한 번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특별히 데이트하는 남자도 없고 일에만 쫓겨 살고 있긴 해도, 희망적으로 보면 3~4년 내 결혼을 할 나이가 된 터였다. 엄마는 두 다리 건강하시고 나는 엄마에게 모든 휴가를 내어줄 수 있고, 그만한 적기도 없었다. 엄마에게 여행 가잔 말을 처음 꺼냈을 때 내가 염두에 두었던 후보지는 일본 홋카이도나 중국 장자제 같은 곳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엄마의 말. “딸내미랑 유럽 한 번 가 보고 싶다.”

 “유럽에 가고 싶다고요?” 게다가 엄마는 패키지여행은 친구들끼리도 갈 수 있는 거라며, 자유여행을 하고 싶단 말을 덧붙였다. 엄마를 모시고 온갖 교통수단을 옮겨 타며 짐을 끌고 다닐 생각을 하니 갑자기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는데, 문득 그런 불편 없이 유럽 자유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다. 그래, 지중해 크루즈를 타자! 그렇게 결정된 여행은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우리 엄마 나이엔 모임에서 딸 사진, 여행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하는 게 아주 큰 낙이다. 그런 엄마에게 ‘딸과 함께한 지중해 크루즈 여행’은 그 어떤 딸 자랑, 여행 자랑도 다 이기는 ‘무적카드’가 되었다. 그리고 내겐 영원히 잊지 못할 엄마와의 추억이 생겼다.

3 FUN of Celebrity Reflection

엄마와 나는 셀러브리티크루즈Celebrity Cruises사의 리플렉션Reflection호를 타고 11박 12일 동안 동부 지중해를 여행했다. 이탈리아 로마Rome에서 출발해 그리스 산토리니Santorini섬, 미코노스Mykonos섬, 아테네Athens, 로도스Rhodes섬, 크레타Crete섬, 터키 에페수스Ephesus, 이탈리아 나폴리Naples에서 기항하고 다시 로마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리플렉션호는 12만톤급 규모로 승객 3,030명, 승무원 1,255명이 탑승할 수 있다. 2012년 10월 처녀 운항해 아직 만 4년이 안 된 새 선박이다. 셀러브리티 리플렉션호의 재미를 3가지로 소개한다.

크루즈 일정 중에는 화려하게 차려입고 저녁식사를 하는 ‘포멀 나이트 Formal Night’가 있다. 남자는 턱시도, 여자는 드레스를 입는다. 엄마와 나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자’며 한복 드레스를 임대해 갔다. 사람들이 우리와 사진을 찍겠다고 줄을 설 정도로 인기 폭발이었다

크루즈 꼭대기층 잔디밭에서 요가를 하고 있는 사람

1. 매일 아침 발코니에서 만나는 새로운 풍경

크루즈 여행을 간다고 하니 주위에서 ‘멀미약을 챙겨 가라’는 섬뜩한 조언을 해 주었다. 그 정도로 배가 심하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였다. 하지만 실제로 타 보니 멀미는커녕 이 배가 가고 있는 건지, 서 있는 건지조차 구분이 안 됐다. 크루즈에서의 첫날 밤 선실 발코니에 서서 엄마와 나는 이런 대화를 나눴다. “지금 배가 가고 있는 거야?”(나) “안 가는 거 같은 거 같은데? 잠깐 서서 쉬는가 보다.”(엄마) 몇 시간이 지난 뒤에야 계속 배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크루즈는 잔잔하고 고요한 바다를 미동 하나 없이 미끄러지듯 항해했다.

다만 아침 6시에서 7시 사이가 되면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그건 목적지에 도착한 배가 정박하기 위해 조금씩 방향을 틀고 있단 의미였다. 그 진동이 시작되면 엄마와 나는 맨발로 발코니로 뛰어나갔다. 거기엔 어김없이 새로운 도시의 항구가 있었다. 밤새 푹신한 침대에 파묻혀 자고 일어나면 전혀 다른 도시에 도착해 있는 경험은 매일매일 해도 설레었다. 게다가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3개국의 7개 도시를 여행하는 동안 한 번도 짐을 싸고 풀 필요가 없었다. 이동 시간도 따로 들지 않았다. 따뜻한 물이 콸콸 나오는 욕실과 화장대, TV, 미니바까지 갖춘 선실은 호텔방과 다름이 없었고, 담당 승무원들이 하루에 2번씩 깨끗이 청소해 주었다. 기항지에선 작은 핸드백과 카메라 하나만 들고 나가 자유롭게 구경하다가 정해진 시간까지 배로 돌아오기만 하면 되었다.

일반적으로 크루즈의 선실은 크게 네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창문이 없는 내측 선실, 열리지 않는 창문이 있는 오션뷰 선실, 바다 쪽으로 탁 트인 발코니를 갖춘 발코니 선실, 최고 등급의 스위트 선실. 내측이나 오션뷰 선실을 이용해도 똑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는 있지만 크루즈의 진정한 묘미를 느끼려면 발코니가 있는 선실에 묵어야 한다. 발코니는 매일 아침 눈곱도 떼지 않은 얼굴로, 샤워가운을 입고 젖은 머리카락을 한 채로 바다를 마주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니까. 전체 선실의 85%가 발코니로 구성된 셀러브리티 리플렉션호는 그래서 특별하다.

뷔페레스토랑엔 양식, 인도식, 스페인식, 일식은 물론 각종 과일, 케이크, 아이스크림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음식이 준비된다

아침엔 오믈렛부터 에그베네딕트까지 원하는 대로 계란요리를 주문해 먹을 수 있다 

정찬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양고기 요리. 양도 맛도 최고였다 

야외 테이블에선 언제나 이렇게 바다를 보며 식사할 수 있다

2. 뷔페부터 4코스 정찬까지 무제한으로 즐긴다

크루즈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무제한으로 즐기는 맛있는 음식이다. 특히 셀러브리티크루즈는 미식으로 유명한 선사여서 먹는 즐거움이 더욱 크다. ‘오션뷰Ocenview’ 뷔페레스토랑에선 아침, 점심, 저녁마다 다른 메뉴를 푸짐하게 차려내고, 야외의 ‘마스트 그릴Mast Grill & Bar’에서는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즉석에서 만들어 준다. 실내 수영장 옆에 자리한 ‘아쿠아스파 카페AquaSpa Cafe’에선 채소와 과일 위주의 건강식을 제공하고, 놀고 있으면 과일꼬치도 수시로 나누어 준다. 하이라이트는 저녁 정찬이다. 지정된 테이블에서 프로페셔널한 전담 웨이터가 서빙하는 4코스 만찬을 맛볼 수 있다. 미국의 유명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톱셰프Top Chef의 우승자 레시피로 만든 요리부터 셰프의 특별 요리까지 매일 다른 메뉴판이 준비된다. 이 모든 것이 무료라면 믿으려나.

고추장이나 컵라면을 챙겨야 할까 고민했던 시간이 무색하게 엄마는 모든 음식을 바닥까지 싹싹 해치우셨다. 매일 저녁 식전 빵부터 샐러드, 수프, 스테이크, 디저트를 먹을 때까지 “너무 맛있다!”라는 감탄사를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른다. 취재를 명목으로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맛있는 음식깨나 먹어 본 내 입에도 정찬레스토랑의 음식은 몹시 훌륭했다. 

더 고품격 다이닝 체험을 하고 싶다면 한두 번 정도는 스페셜티 레스토랑을 이용해 보길. 중간 중간 프로모션을 진행할 때 예약하면 1인당 USD50 정도에 그 세 배 비용도 아깝지 않을 수준의 음식과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프렌치 레스토랑 ‘무라노Murano’와 이탈리안 레스토랑 ‘투스칸 그릴Tuscan Grille’을 추천한다. 

크루즈 내에는 도서관도 있다. 물론 영문 서적뿐이지만

이벤트로 가득한 야외 수영장. 한쪽에선 DJ가 음악을 틀고, 다른 쪽에선 수중 배구 경기가 열리고 있다

크루즈 한가운데서 살고 있는 거대한 벤자민트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는다   

3. 동 트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아침운동

크루즈 여행 일정 중에는 ‘씨데이Sea Day’라는 것이 있다. 어딘가에 기항하지 않고 하루 종일 바다 위를 항해하는 날이란 뜻이다. 그렇게 배에 ‘갇혀’ 있으면 답답하지 않느냐고 묻는 이들이 있는데, 크루즈와 ‘갇혀’ 있다는 표현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총 15층으로 이뤄진 크루즈 안에는 넓은 실내외 수영장과 자쿠지, 다양한 실내외 바Bar, 카페, 빈틈없이 선베드가 깔린 선데크와 야외 조깅 코스, 최신식 운동기구가 구비된 피트니스센터, 매일 밤 다른 2번의 쇼가 열리는 대형 극장, 고급 사우나와 스파, 도서관, 카지노, 명품 쇼핑 매장, 면세점까지 다 있다.

씨데이 아침에 우리는 가장 먼저 배의 12층, 바다 전망으로 통유리가 설치된 피트니스센터로 향했다. 지중해의 수평선을 바라보며 운동을 하다가 동그랗고 빨간 해가 올라오는 걸 보는 기분, 그 벅찬 기분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아침식사 후에는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과 책 한 권을 들고 수영장으로 갔다. 수많은 선베드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차지하고 누워 책을 읽었다. 다른 사람들도 다 제각기 편한 자리를 골라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 졸음이 오면 그대로 달콤한 낮잠에 빠졌다. 엄마는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뜨뜻한 자쿠지에 몸을 담갔다가를 반복하면서 마냥 즐거워하셨다.

석양이 내려앉는 시간이 되면 배의 꼬리 부분에 자리한 선셋바Sunset Bar를 찾았다. 시원한 맥주 한 병 들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주황빛으로 물드는 하늘을 감상했다. 해가 지면 재즈 밴드가 연주를 시작했고, 최고층에 조성된 천연 잔디밭에서는 밤이 늦도록 DJ의 댄스파티가 열렸다. 그 모든 걸 보고 듣고 즐기느라 엄마와 나는 매일 밤 녹초가 되어 골아 떨어졌다.  

 

●셀러브리티크루즈가 추천하는 지중해 일정

리플렉션호 동부지중해 10박 11일
이탈리아 로마→이탈리아 시칠리아→해상Sea Day→그리스 미코노스→터키 에페수스→그리스 로도스→그리스 산토리니→그리스 아테네→해상Sea Day→이탈리아 나폴리→이탈리아 로마

이쿼녹스호 서부지중해 10박 1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스페인 팔마데마요르카→해상Sea Day→몰타 발레타→이탈리아 시칠리아→이탈리아 나폴리→이탈리아 로마→코르시카 아작시오→이탈리아 피렌체→해상Sea Day→스페인 바르셀로나
www.rccl.kr 02 757 0003

▶TIP

항공권
해외에서 출발하는 크루즈 여행상품을 이용할 경우 항공권을 별도로 예매해야 한다. 승선 때는 크루즈 출발 시간보다 최소 4~5시간 전에 크루즈 항구에 도착할 수 있는 항공 스케줄로, 하선 때는 크루즈 도착 시간보다 약 6~7시간 이후에 출발하는 항공 스케줄로 예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여행에서 엄마와 나는 홍콩을 경유해 로마로 가는 왕복 항공권을 둘이 합해 200만원도 안 되는 금액에 구매했다. 공항에서 항구까지 이동할 땐 크루즈 선사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편하다. 이동하는 동안 빠른 승선 수속도 도와주고, 짐도 다 날라 준다. 셔틀 요금은 둘이 합해 왕복 USD300을 냈다.

기항지 투어
크루즈 선사에서 매 기항지마다 투어 프로그램을 판매한다. 배에서 출발할 때부터 다시 배로 돌아올 때까지 가이드가 동행하므로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건 장점. 하지만 가격이 외부 업체를 이용할 때보다 2~3배 비싸고, 기항지에 따라가이드 투어가 필요 없는 곳도 많으니 숙고해서 구매하는 것이 좋다. 외부 업체 기항지 투어를 이용하거나 자유일정으로 다닐 경우엔 배 복귀 시간을 엄수해야 한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기다리지 않고 출발해 버린다.


셀러브리티크루즈 내 술은 모두 유료다. 첫 번째 항구에서 승선할 때만 1인당 술 1병씩 반입이 허용된다. 가져간 술은 자신이 묵는 선실 안에서만 마실 수 있으며, 선실 바깥으로 가지고 나가면 안 된다. 기항지에서 술을 구입한 경우 크루즈 보관실에 맡겼다가 최종 하선할 때 찾아갈 수 있다. ‘드링크패키지’를 구입하면 선내에서 판매하는 모든 종류의 술, 카페라테·카페모카 등 다양한 커피, 탄산음료, 생과일주스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다. 단 드링크패키지는 크루즈 전체 일정 내내 이용하는 조건으로만 구매할 수 있다. 하루에 USD60~70 정도이니, 10일 이상 일정이면 가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술을 무제한 무료로 제공하는 크루즈 선사도 있다. 호화 크루즈의 대명사인 ‘크리스탈크루즈Crystal Cruise’다. 다만 크루즈 요금이 일반적인 크루즈의 3배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글·사진 고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