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자가 풍부하다 보니 이와 관련한 역사와 문화의 흔적들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다른 지역에선 쉽게 만나기 힘든 역사와 문화의 현장이 잘 보존돼 자녀와 여행하기에 제격이다.
입맛을 당기는 음식이 발달한 것은 두말할 필요 없다.
. |
◆청동기시대 무덤 고인돌 집합소
전북 고창 죽림리에는 500기 정도의 고인돌이 군집해 있다. 고창 지역은 하천이 발달하고 곡창지대여서 우리 조상들이 청동기시대부터 터잡고 살아 고인돌들이 많이 발견된다. |
죽림리 부근 산등성이에는 다양한 형태의 고인돌 500기 정도가 있다. 고인돌은 받침돌이 낮아 땅속에 시신을 매장한 남방식과 받침돌이 높아 땅 위에 시신을 안치한 후 흙을 덮은 북방식으로 나뉜다. 또 받침돌이 세 개 이상인 고인돌, 판돌 아래 돌로 관처럼 직사각형 모양을 만들어 시신을 매장한 고인돌, 받침돌 없이 덮개돌로만 만든 고인돌도 있다.
특히 죽림리 고인돌 군집을 따라 산을 올라가다 보면 채석장이 있다. 선조들은 자연적으로 생겨난 바위틈이나 인위적으로 뚫은 바위 구멍 등에 나무쐐기를 끼우고 물을 부어 팽창하면 바위가 쪼개지는 원리를 이용해 돌을 구했다. 이후 채석장에서 통나무를 바퀴처럼 바닥에 깐 후 경사를 이용해 돌을 목적지까지 옮겼다. 이 같은 모습을 설명한 곳이 고인돌박물관이다. 아이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나무 쐐기를 이용해 바위를 쪼개는 모습과 이 큰 돌을 옮기는 장면을 재현해놨고, 애니메이션으로도 볼 수 있다.
전북 고창 동리 신재효 선생의 고택 ‘동리정사’. 지금은 마당과 다른 건물은 없고 선생이 머물던 집만 남아있다. 이 집의 앞면 기둥은 둥글지만 뒷면 기둥은 네모나다. |
◆한국의 메디치… 동리 신재효 선생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당시 예술인을 후원해 르네상스 문화를 꽃피울 수 있게 했다. 우리나라에서 메디치 가문과 비교할 수 있는 인물이 동리 신재효다. 판소리 이론가 신재효는 판소리 기틀을 만들고 저변을 확대하는 데 부친 때부터 모은 재산을 쏟아부었다. 신재효는 당시 판소리를 잘하는 광대 등을 불러모아 마음껏 소리를 할 수 있도록 집에서 숙식 등을 제공했다. 특히 광대들의 구전으로 이어온 춘향가, 심청가, 박타령, 변강쇠타령, 토끼타령, 적벽가 등 판소리 여섯 마당의 악보와 가사를 정리해 체계를 잡고 이론을 정리했다.
이와 함께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판소리를 여성들이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이 조선 최초의 여류 소리꾼 진채선이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도리화가’에서 가수 수지가 연기한 인물이다. 신재효는 사당패의 여사당으로 이곳저곳을 떠돌던 진채선의 재주를 알아보고 집에 기거하게 하며 당대 최고의 동편제 명창 김세종에게 지도를 받게 했다.
신재효는 돌아오지 않는 진채선을 그리워하며 ‘도리화가’를 지어 진채선에게 보냈다. ‘스물네번 바람 불어 / 만화방창 봄이 드니 / 구경 가세 구경 가세 / 도리화 구경 가세’ 도리화는 복숭아꽃과 배꽃을 의미한다. 그의 나이 쉰아홉, 진채선은 스물넷이었다. 고창읍성 근처의 판소리박물관에서는 우리 소리의 역사와 변천 과정 등을 소개하고 있다.
박물관 근처에 있는 신재효의 집 ‘동리정사’는 앞편과 뒤편에 있는 기둥 모양이 다르다. 앞쪽은 둥근 기둥이지만 뒤쪽은 네모 기둥이다. 재력을 바탕을 넓은 집에 살고, 매일 판소리가 불리다 보니 고창을 찾은 암행어사가 천민 복장을 하고 집을 찾았다. 신재효는 천민 복장을 한 그를 잘 대접해줬고, 신재효의 사람됨을 알게 된 암행어사는 책잡을 일이 없었다. 다만 중인 출신인 신재효의 신분을 감안해 공창읍성에서 보이는 집 뒤편은 둥근 기둥에서 네모 기둥으로 바꾸도록 했다고 한다.
선운사는 봄에 빨간 동백꽃으로 유명하다. 선운사 경내에 동백꽃이 활짝 피어 봄을 알리고 있다. |
◆운치 있는 선운사와 먹거리들
선운사는 봄은 동백, 늦여름은 꽃무릇, 가을은 단풍, 겨울은 설경으로 유명하다. 어느 계절에 찾아도 선운사는 멋이 한가득이다. 지금 시기엔 동백꽃들이 여인의 입술만큼 붉은 망울을 한창 터뜨리고, 먼저 핀 꽃들은 꽃송이째로 땅에 툭 떨어지고 있다. 흉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자존심을 지키듯 말이다.
봄철 고창의 맛은 바지락과 백합이다. 돌솥밥에 갯벌에서 잡은 바지락을 넣은 바지락밥과 바지락 초무침은 바다 내음을 입 안에 머금게 한다. 백합은 탕과 찜 등 국물 맛이 일품이다. 백합식당 대부분이 코스로 음식을 팔고 있다. 백합탕을 시작으로 백합전, 백합무침, 백합찜, 백합죽 등을 한 번에 맛 볼 수 있다.
고창에서 풍천장어를 빼놓을 순 없다. 풍천(風川)이란 특정 지명이 아니다. ‘바람을 뜻하는 신’이란 의미의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서해에서 서식하는 장어가 하천으로 올라오면서 바닷물과 함께 바람을 몰고 온다는 데서 붙여졌다. 고창은 선운사 인근 인천강과 장수천 부근이 자연산 풍천장어가 낚이는 곳으로 유명했는데 지금은 양식이 대부분이다.
고창=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여행가이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얀 몸매로 뻗어난 자작나무숲의 이국적 몽환경 (0) | 2016.04.19 |
---|---|
●제주의 봄은 담록색 세상… 하지만 홀로 붉은 나무 있으니 (0) | 2016.04.18 |
●삶의 시름도 사랑의 시련도 여기선 다 보듬어준다 (0) | 2016.04.15 |
옛 사신 오가던 바닷길엔 이제 낚싯배 몇 척만 (0) | 2016.04.14 |
'꽃 대궐' 에버랜드 15~17일 벚꽃축제 (0) | 2016.04.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