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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신 오가던 바닷길엔 이제 낚싯배 몇 척만

산야초 2016. 4. 14. 23:31

옛 사신 오가던 바닷길엔 이제 낚싯배 몇 척만

    입력 : 2016.04.14 04:00

    태안 안흥성·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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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사신이 오가던 태안 바닷길에는 남쪽 다도해 처럼 섬들이 늘어서 있다. 지금은 다리로 연결된 신진도 안흥외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섬들을 둘러본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남쪽 다도해(多島海) 같다. 서해 태안반도 끄트머리 안흥성에서 바라본다. 섬 놓인 바다가 펼쳐진다. 신진도, 마도, 가의도, 옹도, 난도, 궁시도, 격렬비열도…. 10여개 섬이 줄을 잇는다. 더 가면 중국 땅이다. 격렬비열도에서 산둥반도까지 거리는 270㎞. 한반도 남쪽에서 중국에 가장 가깝다. 시속 100㎞로 달리면 3시간도 안 걸린다. 바닷길 고속도로다.

    당연히 해상 교통 요지였다. 중국 사신과 상인들이 안흥항으로 몰려들었다. 바다 보이는 곳에 성을 쌓고 집을 지었다. 조선 초기 성안에는 호화로운 집이 300여채 있었다 한다. 태조 이성계가 명나라 사신들에게 잘 보이려고 만들었다는 설(說)(주강현 '관해기')이 있다는데 아마도 얕보이지 않으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명나라에 널리 알려져 "조선에 가거든 안흥성을 보고 오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지금은 찻길 안쪽에 고즈넉이 자리하고 있다. 도로를 따라가면 놓치기 쉽다. 옛 시절에는 사신과 상인들이 성문 앞까지 배를 타고 들어왔다 한다. 이제는 앞바다 매립으로 물길과 많이 멀어졌다. 10년 전에 바다를 끼고 컨트리클럽이 들어섰다. 안흥성에서 바라보면 바로 앞쪽에 골프장 푸른 잔디가 보인다. 공 치는 소리가 가깝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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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흥성 서문 수홍루(위)와 태국사로 오르는 길에서 본 안흥성과 서해 모습(아래).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성문 누각과 성벽은 효종 때 새로 쌓았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sillok.histo ry.go.kr)에서 '안흥성'을 검색하니 '호서(湖西)의 안흥은 수로의 요충에 있어 위급한 경우 강도(江都·강화도)를 성원할 수 있기 때문에 성을 쌓았다'(숙종실록)는 기록이 있다. 명 멸망 후 들어선 청을 내심 적(敵)으로 여기던 당시에는 군사 요충지로 바뀐 것이다. 교역하기 좋은 땅은 곧 최전선이 된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성 위쪽에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있다. 앞에 보이는 산정(山頂)에도 군사 시설이 보였다.

    그 옛날 성안은 관청과 숙소, 주점과 기방(妓房)으로 흥청거렸을 터이다. 지금은 20여가구 사는 조용한 마을이다. 평일에 찾았는데 한 시간 넘도록 찾아오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그 많던 집들은 동학농민전쟁 때 불타 사라졌다 한다.

    누각과 석벽(石壁)이 남아 있다. 무지개 드리운 누각이란 뜻의 수홍루(垂虹樓)에서 언덕 방향으로 돌담이 이어진다. 둘레가 1.7㎞였다는데 일부만 남았다. 성벽을 따라 난 언덕길로 오르면 절집 태국사(泰國寺)가 있다. 조금 더 가면 이내 국방과학연구소 경계를 알리는 쇠로 만든 담이 막아선다. '접근 엄금'이라고 쓴 낡은 표지판이 보였다. 일반인이 갈 수 없는 국방과학연구소 안에는 안파사(安波寺)라는 절이 있었다 한다. 절 이름에도 나라의 안녕과 태평을 기원하는 뜻이 읽힌다.

    옛 사신이 오가던 바닷길을 느끼고 싶었다. 다리(신진대교)로 이어진 신진도 항구(안흥 외항)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을 탔다. 마도, 가의도, 정족도, 목개도를 돌아오는 1시간30분 코스. 사자바위, 독립문바위, 돛대바위 같은 작은 바위섬들이 절경이다. 봄바람이 상쾌했다.

    등대섬으로 불리는 옹도에 잠깐 내리는 코스도 있다. 전국 아름다운 등대 16곳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날씨 등에 따라 배편이 변동될 수 있으니 미리 확인한다. (041)675-1603

    태안 안흥성·섬
    국제 항구였던 안흥항은 이제 낚시 명소라고 홍보한다. 옛 해상 교통 요지는 낚싯배 드나드는 외진 항구가 됐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가려면 KTX로 부산 가는 시간만큼 걸린다. 항구(내항·외항)는 낚시 어선 빌려주는 곳, 횟집, 건어물 노점 등이 늘어서 있었다.

    가는 길

    고속버스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태안공용터미널까지 2시간 10분. 안흥 방면 지역 버스로 약 1시간. 안흥항에서 안흥성은 걸어서 20분. 승용차는 서해안고속도로→서산IC→서해로→근흥로 방면. 3시간2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