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총각네서 맛 본 가성비 높은 보쌈정식
입력 : 2016.05.06 08:00
[맛난 집 맛난 얘기] 밥心
부산 연제구에서 작은 밥집을 운영하는 박봉한 씨는 지천명의 총각이다. 그는 여느 식당 주인들과 결이 조금 다르다. 생업이 외식업인 건 맞지만 식당 일에만 목숨 걸지 않는다. 보쌈정식을 비롯해 가성비 높은 음식을 제공한다. 박씨가 아마추어 마라토너라는 점과 독서가이자 장서가라는 점은 보통 식당주인들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운 면모다.
독서가이자 마라토너 총각이 밥집을 차린 까닭은?
<밥心>은 박씨가 자신의 밥과 책을 해결하고자 연 식당 공간이다. 이곳에서 손님들을 대접하고 책을 보고 벗들을 맞이한다. 그의 모습에서는 언뜻 스콧 니어링의 모습이 엿보인다. 노동과 공부와 소통이 조화를 이루는 삶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식당이 자리한 부산시청 뒷골목이 그에겐 미국 버몬트의 산골이다.
그가 식당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참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어두운 세상에서 사람다운 사람을 찾고자 디오게네스가 등불을 들었다면 박씨는 주걱을 든 셈이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그에게 돈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 다만 세상에서 소박하고 진실한 사람들과 더불어 밥과 맘을 나누고 싶은 것이 그의 뜻이다.
무례하거나 몰상식한 손님은 다른 곳에서도 그렇지만 이 집에서 환대 받기 어렵다. 반면, 인품과 지성을 갖춘 손님은 주문한 메뉴 외에 음식을 더 대접받기도 한다. 가끔 서로 통하는 손님과는 문사철(文史哲)을 안주 삼아 대작도 한다. 그래서 이 집을 출입하는 단골 가운데 주머니가 가벼운 지식인이 많다. 지식인은 학벌이 대단하거나 고학력자를 뜻하지 않는다.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다.
독서가이자 마라토너 총각이 밥집을 차린 까닭은?
<밥心>은 박씨가 자신의 밥과 책을 해결하고자 연 식당 공간이다. 이곳에서 손님들을 대접하고 책을 보고 벗들을 맞이한다. 그의 모습에서는 언뜻 스콧 니어링의 모습이 엿보인다. 노동과 공부와 소통이 조화를 이루는 삶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식당이 자리한 부산시청 뒷골목이 그에겐 미국 버몬트의 산골이다.
그가 식당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참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어두운 세상에서 사람다운 사람을 찾고자 디오게네스가 등불을 들었다면 박씨는 주걱을 든 셈이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그에게 돈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 다만 세상에서 소박하고 진실한 사람들과 더불어 밥과 맘을 나누고 싶은 것이 그의 뜻이다.
무례하거나 몰상식한 손님은 다른 곳에서도 그렇지만 이 집에서 환대 받기 어렵다. 반면, 인품과 지성을 갖춘 손님은 주문한 메뉴 외에 음식을 더 대접받기도 한다. 가끔 서로 통하는 손님과는 문사철(文史哲)을 안주 삼아 대작도 한다. 그래서 이 집을 출입하는 단골 가운데 주머니가 가벼운 지식인이 많다. 지식인은 학벌이 대단하거나 고학력자를 뜻하지 않는다.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다.
바쁜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면 박씨는 대개 독서를 한다. 어쩌면 독서를 하는 틈틈이 밥을 파는 것인지도 모른다. 식당으로 출근하기 전 새벽에는 20km 정도 달리면서 몸을 푼다. 그는 국내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마라톤대회에 출전해 여러 차례 완주한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참으로 미안한 가격의 보쌈과 시락국
주인장이 백면서생이어서 음식은 별로일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화려하거나 거창한 식당은 아니다. 하지만 단출한 몇 가지 메뉴들이 모두 맛깔스럽다.
보쌈수육정식(6000원)이 간판 메뉴다. 수육은 적당하게 지방이 들어가 야들야들하고 촉촉하다. 원육은 독일산 돼지고기이지만 최고의 육질임이 금방 느껴진다. 먹는 동안 워머로 가열해 끝까지 따뜻하게 먹을 수 있다.
늘 보쌈과 짝을 이뤄 보쌈 맛을 돋워주는 반찬이 무채김치다. 이 집은 무채김치가 특히 맛있다. 박씨가 물을 꼭 짠 뒤 양념으로 무쳐내, 새콤달콤하면서 씹을 때마다 아작아작 경쾌하다. 여기에 작은 전과 물김치가 찬으로 나오고 시락국과 공깃밥이 가세, 제법 푸짐하다. 보쌈 곁들인 한 끼 식사로는 참으로 미안한 가격이다.
그런데 더 미안한 가격의 메뉴가 있다. 시락국정식은 단돈 3500원이다. 일일이 손으로 껍질 벗긴 배추 우거지를 고급 멸치로 우려낸 육수에 끓였다. 단순한 멸치육수가 아니다. 두부, 명태 대가리, 들깨가루 등 무려 12가지 재료로 국물을 냈다. 먹어보면 바로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짜지 않으면서 깊고 은은한 구수함이 혀에 붙는다.
음식에 들인 품이나 정성에 비해 가격이 너무 헐하다. 큰돈 없는 배고픈 손님에게 든든한 한 끼 영양식으로 준비한 메뉴라고 한다. 사실 이문이 남지 않는 메뉴다. 그런데 대부분의 손님들은 체면 때문에 이 메뉴를 주문하지 않아 주인장 박씨를 안타깝게 한다.
참으로 미안한 가격의 보쌈과 시락국
주인장이 백면서생이어서 음식은 별로일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화려하거나 거창한 식당은 아니다. 하지만 단출한 몇 가지 메뉴들이 모두 맛깔스럽다.
보쌈수육정식(6000원)이 간판 메뉴다. 수육은 적당하게 지방이 들어가 야들야들하고 촉촉하다. 원육은 독일산 돼지고기이지만 최고의 육질임이 금방 느껴진다. 먹는 동안 워머로 가열해 끝까지 따뜻하게 먹을 수 있다.
늘 보쌈과 짝을 이뤄 보쌈 맛을 돋워주는 반찬이 무채김치다. 이 집은 무채김치가 특히 맛있다. 박씨가 물을 꼭 짠 뒤 양념으로 무쳐내, 새콤달콤하면서 씹을 때마다 아작아작 경쾌하다. 여기에 작은 전과 물김치가 찬으로 나오고 시락국과 공깃밥이 가세, 제법 푸짐하다. 보쌈 곁들인 한 끼 식사로는 참으로 미안한 가격이다.
그런데 더 미안한 가격의 메뉴가 있다. 시락국정식은 단돈 3500원이다. 일일이 손으로 껍질 벗긴 배추 우거지를 고급 멸치로 우려낸 육수에 끓였다. 단순한 멸치육수가 아니다. 두부, 명태 대가리, 들깨가루 등 무려 12가지 재료로 국물을 냈다. 먹어보면 바로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짜지 않으면서 깊고 은은한 구수함이 혀에 붙는다.
음식에 들인 품이나 정성에 비해 가격이 너무 헐하다. 큰돈 없는 배고픈 손님에게 든든한 한 끼 영양식으로 준비한 메뉴라고 한다. 사실 이문이 남지 않는 메뉴다. 그런데 대부분의 손님들은 체면 때문에 이 메뉴를 주문하지 않아 주인장 박씨를 안타깝게 한다.
“콩국수처럼 고소하고 시원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밥心>엔 비장의 메뉴도 있다. 하절기에 파는 콩국수다. 콩국물의 물성과 콩 특유의 고소함이 진하다. 차진 식감의 중면 면발도 국물과 잘 어울린다. 서울의 유명 콩국수집처럼 진득한 국물 스타일의 콩국수지만 가격은 절반밖에 안 된다. 맷돌콩국수(5000원)와 함께 입가심콩국수(2500원)도 마련했다.
박씨에 따르면 특별한 비법은 없단다. 그저 좋은 콩을 쓸 뿐. 강원도 높은 지대에서 수확한 콩을 사용하는데 콩의 20% 정도를 골라내는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이라고. 콩은 지방성분이 많아 조금이라도 손상되면 산패하거나 변형돼 고소한 맛을 저감시킨다. 바로 그런 불량콩(?)들을 골라내는 정성과 손해를 감수해야 맛있는 국물이 나온다는 것.
1인 식당이어서 손님들이 몰리면 다소 음식이 늦게 나오거나 살가운 서비스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손님들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식당을 늘리거나 직원을 둘 생각은 없다.
그가 추구하는 진정한 밥은 밥그릇 밖에 있다. 메뉴판이 걸린 벽 아래 작은 책장이 있고, 책장엔 동·서양의 고전이 빼곡하다. 집에는 더 많은 장서를 소장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몸의 양식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언젠가는 마음의 양식을 이웃들과 나눌 생각이다. 몸의 건강보다 마음의 건강이 부실한 시대에 그가 진정 이웃들에게 퍼 먹이고 싶은 밥이기 때문이다. 밥과 몸과 맘이 조화를 이룬 사람, 그런 사람들의 세상! 박봉한 씨가 꿈꾸는 미래다.
<밥心> 부산시 연제구 중앙대로길 1043-10
글 사진 이정훈 (월간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밥心>엔 비장의 메뉴도 있다. 하절기에 파는 콩국수다. 콩국물의 물성과 콩 특유의 고소함이 진하다. 차진 식감의 중면 면발도 국물과 잘 어울린다. 서울의 유명 콩국수집처럼 진득한 국물 스타일의 콩국수지만 가격은 절반밖에 안 된다. 맷돌콩국수(5000원)와 함께 입가심콩국수(2500원)도 마련했다.
박씨에 따르면 특별한 비법은 없단다. 그저 좋은 콩을 쓸 뿐. 강원도 높은 지대에서 수확한 콩을 사용하는데 콩의 20% 정도를 골라내는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이라고. 콩은 지방성분이 많아 조금이라도 손상되면 산패하거나 변형돼 고소한 맛을 저감시킨다. 바로 그런 불량콩(?)들을 골라내는 정성과 손해를 감수해야 맛있는 국물이 나온다는 것.
1인 식당이어서 손님들이 몰리면 다소 음식이 늦게 나오거나 살가운 서비스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손님들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식당을 늘리거나 직원을 둘 생각은 없다.
그가 추구하는 진정한 밥은 밥그릇 밖에 있다. 메뉴판이 걸린 벽 아래 작은 책장이 있고, 책장엔 동·서양의 고전이 빼곡하다. 집에는 더 많은 장서를 소장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몸의 양식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언젠가는 마음의 양식을 이웃들과 나눌 생각이다. 몸의 건강보다 마음의 건강이 부실한 시대에 그가 진정 이웃들에게 퍼 먹이고 싶은 밥이기 때문이다. 밥과 몸과 맘이 조화를 이룬 사람, 그런 사람들의 세상! 박봉한 씨가 꿈꾸는 미래다.
<밥心> 부산시 연제구 중앙대로길 1043-10
글 사진 이정훈 (월간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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