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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흘러넘친다… 푸른빛 머금은 12개 폭포

산야초 2016. 5. 22. 23:15

봄기운이 흘러넘친다… 푸른빛 머금은 12개 폭포

    입력 : 2016.05.05 04:00

    포항 내연산 걸어보니

    폭포
    초록은 싱싱하고 물살은 펄떡펄떡 뛴다. 포항 내연산(710m)에 들어섰다. 지난해 KTX 개통으로 서울에서 포항까지 2시간 30분이면 닿는다. 지난 3일 김포~포항을 잇는 하늘길도 2년 만에 다시 뚫렸다. 오전에 서두르면 당일로 다녀올 수 있다.

    북한산(836m)보다 낮은 산이지만 계곡은 깊고 절벽은 깎아지른 듯하다. 품 안에 크고 작은 12개 폭포를 지니고 있다. 입구에서부터 물소리가 장쾌하다. 5월의 신록은 푸릇푸릇했다. 산행은 어렵지 않다.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조금 가파른 곳에는 나무 계단을 설치했다. 오르는 내내 등산로 왼쪽으로 계곡 물이 흰 바위 사이를 헤치고 끊임없이 흐른다. 시원하다.

    10분도 채 걷지 않았는데 첫째 폭포가 나타났다. 상생폭포다. 소녀가 두 갈래 머리를 늘어뜨리듯 소담스럽게 쏟아져 내리는 쌍폭이다. 상생폭포라는 이름은 원래 쌍둥이 폭포를 뜻하는 '쌍생'에서 유래했다 한다. 두 줄기 물이 함께 떨어지며 멋진 모습을 연출한다. 그리하여 서로 살린다는 '상생(相生)'이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폭포는 계속 이어진다. 금세 눈앞에 또 나타난다. 둘째 보현폭포는 절벽 틈새로 수줍게 떨어진다. 폭포 오른쪽 위에 보현암이 있어 이름 붙었다. 조금 가까이 가서 흐르는 물에 손을 담갔다. 얼굴을 씻으니 불어오는 바람에 가슴까지 상쾌하다. 셋째 삼보폭포는 주 등산로에서 보기 어렵다. 표지판에서 왼쪽 길로 80m 내려간 곳에 숨어있다. 높이 5m쯤 되는 아담한 폭포다.

    규모가 좀 작다고? 그렇게 생각하기엔 아직 이르다. 상류로 올라갈수록 폭포는 더 커지고 수량은 더 많아진다. 일곱째 연산폭포에 이르러 깜짝 놀랐다. 높이 30m 절벽 위에서 폭포수가 장쾌하게 떨어진다. 구름다리 건너 바위 안쪽에 숨어 있다. 천둥 같은 폭음(瀑音)에 귀가 뻥 뚫린다. 절벽에서 떨어진 물이 못을 이뤘다가 세차게 휘돌아 나가는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한 5분쯤 낙하하는 폭포를 바라보고 있었다. 작은 산새가 폭포 속으로 들어가더니 나오지 않았다. 이런, 물에 빠졌을까? 아니면 폭포 안 바위 틈에 둥지라도 튼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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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 내연산 연산폭포는 천둥 같은 폭음을 내며 30m 아래로 떨어진다. 겸재 정선의 서화‘내연삼용추도’맨 위에 있는 그 폭포다. 상생폭포(오른쪽 위)의 짝을 이뤄 흘러내리는 두 줄기 물은 쌍둥이를 닮았다./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겸재 정선(1676~1759)도 이곳에 올랐다. 280년 전 청하(현 포항 북구 청하면) 현감으로 있을 때 내연산 폭포를 그린 그림이 남아 있다. '내연삼용추도(內延三龍湫圖)'. 내연산 세 폭포가 이룬 깊은 웅덩이를 그렸다는 뜻이다. 그림 맨 위가 연산폭포, 가운데 쌍폭은 여섯째 폭포인 관음폭포, 아래는 다섯째인 잠룡폭포다. 관음폭포 자리에서 산을 둘러본다. 바위 봉우리가 아득히 높다. 정선 그림보다 더 그림 같다. 내연산을 '소금강'이라고 불렀다는데 과연 허언(虛言)이 아니다.

    옛 선비들도 관음폭포 놓인 자리에서 절경을 즐겼다. 정선 그림에도 갓 쓰고 도포 입은 선비들이 이곳에서 관폭(觀瀑)을 즐기고 있다. 너른 바위에는 옛사람 여럿이 이름을 새겨 놓았다. '어사(御史) 이도재(李道宰)'라고 새긴 글씨가 보였다. 다녀간 날짜를 '계미(癸未) 삼월(三月)'이라고 새겼다. 음력 3월이면 지금쯤이다. 실록에서 '이도재'를 찾으니 고종 20년(1883년) 기록에 '경상좌도 암행어사 이도재'란 이름이 보인다. 이해가 계미년이다. 130년 전 암행 온 길에 이 산에 올랐음을 알겠다.

    관음폭포에서 왼쪽 시멘트 다리를 건너 산행을 계속한다. 가파르다. 하지만 최근 나무 데크 길을 정비해 크게 어렵지 않다. 봉우리 꼭대기에 선일대(仙逸臺)라고 이름한 정자를 지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관음폭포 쌍폭과 구름다리가 절벽과 어우러져 과연 신선이 놀다 갈 법한 풍경을 자아낸다.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푸른 숲과 깊은 계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람이 시원하다. 신록(新綠)과 벽계(碧溪)가 함께 있는 곳. 깊어가는 봄 정취가 흘러넘친다. 춘정무한(春情無限)이다.

    지도
    ☞ KTX 서울역에서 포항역까지 2시간 30분. 항공편 김포~포항 노선이 3일부터 재취항했다. 포항역에서 내연산까지 자동차로 40분. 산행은 보경사에서 시작한다. 입장료 3500원. 대중교통은 포항역→107번 버스 성곡검문소 하차(약 9분)→510번 버스 보경사 하차(약 1시간 5분). 보경사에서 일곱째 연산폭포까지는 1시간 남짓 걸린다.

    ☞ 내연산 보경사 입구에 더덕구이, 산채비빔밥 등을 내는 식당이 30여곳 줄지어 있다. 더덕구이 정식(1만5000원)을 먹었는데 가격 대비 음식 수준이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죽도시장(상가번영회 054-247-7888)은 포항 중심지 오거리 인근에 있는 동해안 최대 규모 재래시장이다. 건어물 상점과 횟집이 늘어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