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초록 파에 분홍빛 곱창… 그 자태에 모두 넋을 잃다
입력 : 2016.06.11 03:00
[정동현의 허름해서 오히려] 서울 도봉동'삼오집'
곱창전골 먹으러 가자고 일행 중 한 명이 주장했다. 그것도 고기를 먹던 도중이었다. 그것이 나였는지 의정부에 사는 디자이너였는지는 확실치 않다. 이미 여러 순배 돈 술자리였다. 굳이 40분 넘게 택시를 타고 도봉동까지 가야 하느냐는 합리적 반문이 뒤따랐다. 그 집 곱창전골을 먹어봤던 나와 외양과는 달리 디자인이 섬세해 '사람 겉만 봐서는 모른다'는 말을 생각나게 하는 친구가 함께 말했다. "먹어 보면 알아."
영국 경제학자 케인스는 이렇게 말했다. 경제를 이끄는 것은 숫자로 이루어진 논리가 아니라 인간 내면에 있는 동물적 충동과 감각, 즉 애니멀 스피릿(animal spirit)이라고. 나와 그 친구의 주정(酒酊), 아니 애니멀 스피릿은 이렇게 명령했다. "곱창전골을 먹으러 도봉동에 가라."
도봉역 근처 골목 초입에 하얀 바탕 빨간 글씨로 쓴 '삼오집'이란 글씨가 보인다. 가게를 몇 번에 걸쳐 확장한 탓에 레고 블록처럼 여러 공간으로 나뉜 이 집 주 종목은 한우 곱창이다. 도봉산 맑은 정기를 받고 온 등산객들은 곱이 그득그득한 이 집 곱창을 튀기듯 구워 간과 처녑을 양념 삼아 먹는다. 그러나 우리가 고른 것은 곱창도 대창도 아닌 전골이었다.
영국 경제학자 케인스는 이렇게 말했다. 경제를 이끄는 것은 숫자로 이루어진 논리가 아니라 인간 내면에 있는 동물적 충동과 감각, 즉 애니멀 스피릿(animal spirit)이라고. 나와 그 친구의 주정(酒酊), 아니 애니멀 스피릿은 이렇게 명령했다. "곱창전골을 먹으러 도봉동에 가라."
도봉역 근처 골목 초입에 하얀 바탕 빨간 글씨로 쓴 '삼오집'이란 글씨가 보인다. 가게를 몇 번에 걸쳐 확장한 탓에 레고 블록처럼 여러 공간으로 나뉜 이 집 주 종목은 한우 곱창이다. 도봉산 맑은 정기를 받고 온 등산객들은 곱이 그득그득한 이 집 곱창을 튀기듯 구워 간과 처녑을 양념 삼아 먹는다. 그러나 우리가 고른 것은 곱창도 대창도 아닌 전골이었다.
네 명이 모였으니 3만1000원짜리 곱창전골 대(大)자를 시켜야 하지 않느냐는 일행의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의 선택은 2만7000원짜리 중(中)자였다. 얼마 후 일행들은 입을 모아 "대자 시키지 않기를 잘했다"며 나의 지혜를 칭송했다. 위에는 싱그러운 초록 파가 듬뿍 올라가 있고, 그 밑으로는 한여름 백도(白桃)처럼 희미한 분홍빛을 띤 곱창과 기타 부속이 넉넉히 들어간 자태에 모두 넋을 놓았다. 이윽고 가스버너에 불이 들어왔다. 곱창전골은 국물 온도를 100도 이상으로 유지하며 충분히 끓여야 맛이 난다. 그래야 고소한 기름기와 곱이 위로 뜨지 않고 국물에 용해된다. 그러면 이런 감탄사가 나온다. "국물 쥑이네." 30분 남짓 지났을까? 마침내 완성된 이 집 곱창전골 국물에서 나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모든 것을 발견했다. 냄비 바닥엔 콩나물이 깔려 있어 시원하고, 전북 정읍에서 올라왔다는 고춧가루 잔뜩 풀어 매콤하며, 때깔 좋은 곱창과 두부, 파가 넉넉히 들어가 있어 달달하면서도 혀를 누르는 무게감이 있었다.
빨간 국물을 그대로 돌려보내기 아까워 라면 사리를 추가하니 일하는 아주머니 얼굴에는 '그럴 줄 알았다'는 미소가 번졌다. 라면을 다 건져 먹었을 즈음엔 옆 편의점에서 날달걀을 사와 그 국물에 풀어 먹었다. 식사 말미에는 산미 가득한 깍두기에 김을 뿌린 볶음밥으로 위장의 용적을 가늠했다. 우리는 끝내 냄비 바닥에 붙은 밥알까지 긁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이 집을 나오며 '왜 삼오집일까?'하며 궁금했던 것을 주인장에게 물었다. 3과 5가 '큰 숫자'이기에 그 두 숫자를 조합했다는 대답을 들었다. 숫자 두 개를 이어붙인 소박한 소망으로 시작된 이 집 역사는 올해로 45년째다. 앞으로 또 45년 뒤로 이어질 날들 중의 어느 날 나의 동물적 본능이 다시 깨어날 것이다. 기념비적인 곱창전골을 먹고 마시고 씹고 결국 핥으며 이 집 오기를 잘했다며 자축할 것도 자명하다.
빨간 국물을 그대로 돌려보내기 아까워 라면 사리를 추가하니 일하는 아주머니 얼굴에는 '그럴 줄 알았다'는 미소가 번졌다. 라면을 다 건져 먹었을 즈음엔 옆 편의점에서 날달걀을 사와 그 국물에 풀어 먹었다. 식사 말미에는 산미 가득한 깍두기에 김을 뿌린 볶음밥으로 위장의 용적을 가늠했다. 우리는 끝내 냄비 바닥에 붙은 밥알까지 긁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이 집을 나오며 '왜 삼오집일까?'하며 궁금했던 것을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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