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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들살 석쇠불고기에 평양냉면 마무리의 선육후면

산야초 2016. 6. 16. 13:33

꼬들살 석쇠불고기에 평양냉면 마무리의 선육후면

입력 : 2016.06.15 08:00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
충남 홍성 <운주식당>

기름기 없고 연한 꼬들살 석쇠불고기

지난주 충남 홍성에 출장을 다녀왔다. 홍성의 잘 아는 식당이 음식 맛도 좋고 영업도 잘 되는데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오너 셰프의 높은 노동 강도였다. 50대 중반의 주인이 오랜 세월 주방에서 일을 해, 몸도 안 좋고 건강도 나빠졌다. 지난 세월 열심히 일해서 돈도 벌고 땅도 매입했지만 주인은 이제 지쳤다.
주방 동선과 식당 업무 효율성 개선 전문가를 동행해서 그런 문제점들을 해결하러 홍성을 다녀온 것이다.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때 영업이 부진한 대부분의 식당에 비하면 행복한 고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영업이 잘 되어도 이런 고민이 있다는 점은 참 역설적이다.

전문가와 함께 회사 직원 두 명도 동행했다. 마침 또 다른 홍성의 식당이 업종을 바꾸었다고 해서 그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그 식당은 원래 실비형 한우구이 전문점이지만 한우 가격 폭등으로 고민을 하다가 얼마 전 돼지고기 특수 부위 전문점과 냉면으로 업종을 바꾸었다고 한다.

이 식당 주인은 새로운 것에 대한 수용능력이 뛰어나, 과연 어떤 메뉴인지도 궁금했다. 상호도 <운주식당>으로 바꾸었는데 운주는 홍성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점심시간에 식당을 방문했는데 주인장이 입구에서 석쇠고기를 굽고 있었다. <운주식당>은 테이블 위에서 생고기를 구워먹을 수도 있지만 양념고기를 별도로 구워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콘셉트의 식당은 교외에서 가끔 볼 수 있다.

우리 일행은 주인이 권하는 대로 우선 석쇠불고기 600g을 주문했다. 국내산 돼지고기를 사용한 석쇠불고기는 600g당 2만원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서너 명이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양이다.

꼬들살 석쇠불고기
이 식당 석쇠불고기는 특이하게도 꼬들살을 사용한다. 꼬들살은 돼지고기 목 주위에서 나오는 특수 부위다. 돼지 한 마리에서 아주 소량만 나온다. 경상도에서는 뒷고기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꼬들살 석쇠구이는 보기에도 그 모양이 독특하다. 약간 넓적한 부위로 우리가 흔히 먹는 삼겹살이나 목살 항정상 등과 모양새가 다르다. 사실 좀 모양이 정리된 부위는 아니다. 그렇지만 맛은 각별하다. 우선 양념이 은은해 맛도 좋지만 고기의 독특한 식감이 매력적이다. 기름기가 별로 없어서 일행 중 한 명은 소고기 같은 맛이라고 촌평했다. 밥과 같이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다. 전에도 여기서 생고기 꼬들살을 연탄에 구워 먹은 적이 있다. 고소하고 씹히는 식감이 쫄깃해 삼겹살에서는 맛볼 수 없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부위다. 양념에 잰 꼬들살 석쇠불고기도 맛이 독특했다. 필자 역시 돼지고기 잡내가 안 나는 이 부위가 맛도 연하고 한편으로 고급진 맛이 나서 좋다.

이 식당에서는 입구에서 구운 꼬들살 불고기를 테이블 위 도자기에서 구워 먹는 형태다. 어느 정도 뜨거운 온도에서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우리 일행 모두 꼬들살 석쇠불고기를 다 먹은 후 냉면으로 마무리하기로 서로 암묵적인 합의를 보았다. 모두 공통적으로 냉면을 아주 좋아하는 기호를 보유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집 냉면은 평양냉면이다. 필자가 아는 정보력으로 충청도 서해안 일대에서 평양냉면을 취급하는 식당은 아마도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고기 먹은 뒤 맛본 충남 홍성 평양냉면

이 식당은 홍성에서 특이하게도 평양냉면을 취급한다. 아마도 홍성 유일의 평양냉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일행 모두의 선택은 당연히 물냉면이었다. 가끔 유명 평양냉면집에서 비빔냉면을 주문하는 사람을 보면 “당신이 평양냉면 맛을 알아?” 하고 속으로 맛도 모르는 인물로 취급하기도 한다. 얼마 전 소개한 광명시 착한 가격의 평양냉면집에서도 비빔냉면을 주문하는 ‘평양냉면 문외한’들을 많이 보기도 했다.
필자는 작년에 일본 모리오카시에 갔을 때 재일동포 모리오카냉면집 주인이 “한국냉면은 육수가 맛이 없다”고 했던 말을 지금도 기억한다. 그 말을 바탕으로 기사나 강연 때 “냉면은 육수가 맛있어야 한다”고 강조를 했더니 이제는 여러 곳의 식당에서 냉면 육수에 포커스를 맞추는 곳이 생겼다. 고무적인 현상이다. 솔직히 말해서 함흥냉면은 물냉면이 맛있는 식당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명 평양냉면집도 육수의 맛이 떨어지는 경우가 생각 이상으로 많다.

냉면
새롭게 업종을 바꾼 홍성 식당의 평양냉면이 과연 어떨지 의문이 들었지만 <운주식당> 평양냉면은 제법 평양냉면의 필이 났다. 가격은 7000원. 평양냉면 가격 기준으로는 아주 마음에 들었지만 맛은 서울의 어중간한 평양냉면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메밀 함유량은 약 70%로 메밀의 구수함을 맛보는데 부족함이 없다.

돼지고기로 낸 육수도 맑고 밍밍한 맛으로 평양냉면 특유의 시원한 맛이 난다. 살얼음이 약간 들어가 쨍하는 시원한 풍미가 속을 개운하게 한다. 다만 육수가 그날은 좀 염도가 높았다. 평양냉면 육수는 늘 일정하게 맛을 잡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이 신생 냉면집이 한편으로 이해도 된다.

저렴하고 맛있는 석쇠불고기에 역시 저렴한 평양냉면으로 마무리하는 식사는 서민의 한 끼로 나무랄 데가 없었다. 이번 주에는 제분 전문가 면 전문가 음식문화 학자 등과 평양냉면을 분석하는 투어가 있는데 과연 어떤 평양냉면이 진짜 좋은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요즘 외식시장 냉면의 흐름을 보면, 평양냉면과 막국수는 강세이고 함흥냉면은 좀 약보합세인 것은 분명하다.
지출 내역(4인 기준) 석쇠불고기(600g) 2만원+평양냉면(7000원×4인) 2만8000원= 4만8000원 
<운주식당> 충청남도 홍성군 홍북면 용봉산1길 18   041-633-4455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외식콘텐츠마케팅 연구소 (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