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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은 추워야 제 맛? 붓카케우동 냉우동은 더워야 제 맛!

산야초 2016. 7. 1. 20:53

우동은 추워야 제 맛? 붓카케우동 냉우동은 더워야 제 맛!

입력 : 2016.07.01 09:00

[맛난 집 맛난 얘기] 카마타케제면소(안산점)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추운 겨울날, 뜨끈한 우동국물 한 모금은 얼마나 큰 위안이었던가? 우리는 우동을 이처럼 뜨겁게 먹는 음식으로만 인식한다. 그러나 우동은 차가운 얼굴도 지녔다. 일종의 냉우동인 붓카케우동으로 유명한 부산 <카마타케제면소>가 최근 경기도 안산에 4호점을 냈다. 요즘 같은 더위에 시원한 음식을 찾는 건 인지상정! 차갑고 시원한 냉우동 국물로 초여름의 열기를 식혀보자.

학교 대신 식당 차려 경영학 배운 ‘우동의 달인’

식당주인들의 살아온 내력을 들어보면 음식보다 더 맛날 때가 많다. <카마타케제면소>의 임영규 대표도 그런 사람이다. 청소년 시절, 그는 맛있는 음식 사먹는 게 낙이고 취미였다. 3수 끝에 대학에 들어가서도 쭉 그랬다. 먹고 싶은 음식 가짓수에 비해 용돈은 늘 부족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직접 조리해 먹는 거였다. 그러자니 자신의 짧은 조리 실력이 아쉬웠다. 부모님에게 받은 운전학원 등록비로 요리학원을 다녔다. 학교 캠퍼스보다 일식당 주방에서의 아르바이트가 더 즐겁고 행복했다.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대신 이른 창업을 택했다. 이번엔 등록금을 받아 학교 정문 앞 후미진 곳에 작은 로바다야키집을 차렸다. 이름은 ‘동경 로바다야키’였다. 다녔던 학교 이름과 학과(경영학과) 앞 글자를 하나씩 떼어 옥호로 썼다. 경영학을 학교에서 배우느니 차라리 자신의 업소에서 실전적으로 배우겠다고 선언했던 것이다.

학교 동기와 선후배들이 연일 가게로 몰려와 성황을 이뤘다. 장사가 잘 되는 달에는 무려 1000만 원씩 벌었다. 그의 놀라운 경영성과에 교수님과 동기들이 혀를 내둘렀다. 장사가 잘 되자 내친 김에 세미 초밥집과 우동집도 냈다. ‘코뿔소’란 별명처럼 저돌적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다. 그러다가 외환위기(IMF)와 동업자 배신 등 두 번 큰 위기를 겪었다.

몇 해전에 닥쳤던 두 번째 위기의 여파는 심각했다. 평생 쌓아온 것이 다 날아가고 거의 무일푼 상태가 됐다. 당시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뭔가’ 고심한 끝에 제로 상태에서 재출발한 식당이 지금의 <카마타케제면소>다. 2015년 9월 SBS-TV ‘생활의 달인’에서 우동 달인으로 출연하면서 그의 붓카케우동이 세상에 알려졌다.

냉우동
명품 현악기 줄처럼 높은 탄성, 치쿠텐 붓카케우동

그에게 붓카케우동은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하늘이 내려준 밧줄이다. 청춘을 바쳐 이룬 탑이 무너지고 사람한테 상처받은 절망의 나무 꼭대기에서 그가 마지막 붙잡은 줄이다. 간절한 마음으로 하늘을 향해 애원했을 때 다행이도 하늘은 튼튼한 밧줄을 내려줬다. 사람들은 그 탄력 있고 매끈한 흰 밧줄 맛에 환호했다.

이 집 우동 면발이 탄탄하고 탱글한 것은 반죽 방식과 숙성의 결과다. 수타와 족타, 즉 손반죽과 발로 밟는 반죽을 한 뒤 1, 2차 두 번 숙성시켜 면으로 뽑아낸다. 붓카케우동은 탄성 높은 면발이 생명이다.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손님들이 시원한 우동을 찾는다. 이 집의 간판메뉴인 붓카케우동과 냉우동이 지금이 적기인 시원한 우동들이다.

<카마타케제면소> 우동은 온도의 고저, 국물의 유무에 따라 4개의 카테고리로 메뉴를 분류한다. 이 4분법에 따르면 붓카케우동은 저온의 국물 없는 우동이다. 뜨거운 국물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 차갑게 식힌 우동면을 간장 소스에 비벼먹는 우동이다. 붓카케우동은 올라가는 고명 종류에 따라 다시 여럿으로 분류된다.

오사카 명물인 치쿠텐 붓카케우동(8000원)은 깨끗한 식물성 식용유로 바로 튀겨낸 어묵 튀김인 치쿠텐을 넣었다. 여기에 반숙 달걀튀김, 파, 무즙 등을 넣고 간장소스에 비벼먹는다. 치쿠와(竹輪, 대나무처럼 길쭉하고 속이 빈 어묵)는 부산의 어묵공장에서 직접 공수해오는데 생선살 함량이 높고 담백하다.

붓카케우동은 ‘사용설명서’에도 언급했듯이 소스와 우동면이 잘 섞이도록 야무지게 비벼서 먹는다. 고명으로 올린 재료와 반숙 달걀튀김, 튀김 부스러기, 파가 맛을 거든다. 특히 반숙 달걀튀김을 깨뜨려 노른자를 면발에 골고루 묻히면 면은 더욱 고소해진다. 기호에 따라 참깨 가루를 뿌리거나 레몬 즙을 짜서 먹는다. 단무지, 김치, 튀김부스러기는 셀프바에서 먹을 만큼 가져다 먹는다.

치쿠텐 붓카케우동과 냉우동
탱글한 면발 차가운 국물에 적셔 한입 먹으면 오싹~

치쿠텐 붓카케우동 외에도 메뉴가 여럿이다. 치쿠텐 대신 왕새우튀김(에비텐)이 들어간 에비텐 붓카케우동(9000원), 명란에 비벼먹는 멘타이 붓카케우동(8000원), 인절미 튀김이 들어간 아게모찌텐 붓카케우동(8000원), 참마를 갈아넣은 토로로 붓카케우동(8000원) 등 퍽 다양하다. 

붓카케우동은 엄밀히 말해 차가운 우동은 아니다. 단지 뜨겁지 않은 우동일 뿐이다. 붓카케우동을 소극적 냉우동이라고 한다면 냉우동(8000원)은 적극적 냉우동이다. 우동의 본고장 일본에는 없는 한국식으로 변형된 한국적 일본우동이다. 뜨뜻미지근한 걸 싫어하고 뜨겁든 차갑든 화끈한 걸 좋아하는 우리 국민성이 반영된 메뉴다.

살짝 얼린 국물 살얼음에 탱글탱글한 면발을 충분히 적셔 입에 넣으면 온몸이 오싹해진다. 김가루, 썬 파, 참깨와 함께 매콤한 와사비가 청량감을 더해준다. 좀 더운 날씨라면 그릇째 들고 국물을 훌훌 마시면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당곡로 12, 031-486-0607
글 사진 이정훈 음식문화연구자(월간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